인생 3막 역전 드라마 ‘70대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요즘 누가 가장 재밌는데?”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동영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 하는 질문이다.
요사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답할 것이다. “박막례 할머니”라고. 박 할머니는 올해 72세의 뷰티 유튜버다. 요즘은 ‘크리에이터’라는 별칭도 있다.
지난 해 71세의 나이로 유튜브 시작, 1년 만에 구독자 39만 명, 누적 조회 수 4천만 건을 기록한 박막례 할머니. 개성 있는 화장법뿐 아니라 말 그대로 여러 가지를 ‘창조’한다.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방송학을 전공한 손녀 김유라 씨(29)가 2017년 1월 할머니와 단둘이 떠난 호주 여행기를 3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게시했는데, 그게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하루아침에 SNS 스타가 됐다.
7남매의 막내인 박 할머니는 언니 셋과 유난히 우애가 좋았다. 그중 셋째 언니가 얼마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 평소 두통약을 달고 사는 박 할머니는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장손녀 김유라씨는 할머니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치매 걱정을 떨쳤으면 하는 마음에 호주여행을 계획했다. 휴가를 내주지 않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할머니와 떠난 이 여행이 이들의 인생을 바꿨다.
재미 삼아 페이스북에 올린 호주여행 동영상의 조회 수가 100만건을 돌파한 것이다. 여행 1주일 전부터 짐싸기에 돌입한 할머니는 아끼는 가죽 잠바를 챙겨 들었다가 호주는 지금 여름이란 소리에 “거긴 우리랑 틀랴? 이런 염병하고 있네”라고 구수한 욕을 퍼붓는다. 칠십 평생 처음 스노클링에 도전했다가 물을 잔뜩 먹고 풀 죽어 있던 것도 잠시,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호텔 복도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열광했다.
손녀 김씨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할머니의 재밋는 일상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및 편집은 김씨가 담당한다. 대본은 따로 없다. 카메라의 시간은 할머니 마음 가는 대로 흘러간다. 호주 여행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박막례 할머니의 라이언 초콜릿 만들기’ ‘계모임 갈 때 메이크업’ ‘옥희 생일파티 갈 때 하는 네일아트’, ‘파스타를 처음 먹어봤어요’ ‘양계장 갱스터’ 등 유튜브에서 본 적 없던 ‘할머니’ 코드로 풀어낸 이야기들은 솔직함과 정겨움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 여자 스타 수지 메이크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 누리꾼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기획, 연출, 촬영, 편집까지 1인 4역을 도맡아 하고 있는 손녀와 박막례 할머니가 함께 만드는 친근하고 유쾌한 콘텐츠는 보는 이들에게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한다.

걸쭉한 사투리와 황당한 박막례식 메이컵 팁

특별한 날엔 풀 메이크업을 하는데, 무조건 입술과 볼을 뻘겋게 칠하는 게 포인트예요. 친구들이 “너 볼딱지가 왜 그러냐? 갱년기 왔냐?” 하고 묻는다고 화를 내시면서도 열심히 ‘볼딱치(볼 터치)’를 하시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어요.
사실 메이크업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가장 흔한 소재 중 하나다. 그런데 박 할머니가 하면 예상치 못한 재미가 나온다. 예를 들면 ‘시간 절약을 위해 스킨과 로션을 섞어 발라’ ‘화장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야 지워지지 않아’라는 황당한 팁이나 속눈썹을 올리기 위해 이쑤시개를 라이터로 태우는 ‘불 쇼’ 장면 등에선 입이 벌어진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요즘 화장법을 역 주행하는 박막례식 화장법은 그러나 묘한 설득력이 있다. 화장한 티를 확실하게 내주고, 그 어느 메이크업 전문가보다 따라하기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의 경우 조회 수가 160만 건을 넘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투박한 손톱에 매니큐어 바르는 법을 설명 박막례할머니는 친구 옥희의 칠순 잔치에 가기 위해 ‘네일아트’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요것(매니큐어) 한번 발라볼게요. 슬그시 바르세요. 첨에는 반씩만 발라요. 뚜껍께 발라면 안말라야. 근데 내 손톱이 워낙 안이뻐가꼬… 호박이 뭐 수박 되겄어? 그래도 이쁜 호박은 되네.”
빨간 매니큐어 바탕에 하얀 점을 찍어 일명 ‘무당벌레’ 모양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매니큐어가 손톱 밖을 삐져 나와 수정해야 하자 거침없는 추임새가 곁들여진다. “어머 오메, 염병허네. 염병하게 생겼네. 다시 한 번 해볼게요.” “염병” 하는 할머니의 리얼한 욕과 차진 전라도 사투리, 소소한 일탈이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 박 할머니는 유튜브 영상은 특별할 것 없는 할머니의 일상을 방송에 담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손녀딸과 함께 크림 파스타를 먹는다. 젊은이들에겐 흔한 일이지만, 파스타·요가·네일아트 등이 ‘생애 처음’인 박 할머니에게는 모두 ‘도전 과제’다. 할머니가 겪는 좌충우돌이 구수한 입담, 걸쭉한 사투리와 엮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박 할머니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2남 1녀를 키웠다. 그렇게 50년 넘게 일하다 지난해 말 의사로부터 ‘치매를 주의하라’는 소견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키워온 손녀 딸이 걱정이 되얐던가봐. ‘재미 삼아 해보자’고 말하더라고”라고 촬영 시작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촬영해 김씨의 SNS에 올린 영상·사진이 누리꾼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방송으로 발전했다.
20·30대의 젊은 유튜버가 대부분인 인터넷 방송계에서 ‘할머니 유튜버’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지난 2017년 1월 방송을 시작한 지 두 달만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5만명을 넘겼다. 진부한 소재도 박막례 할머니가 하면 특별해진다.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하는 방법’ 영상은 업로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다. “(영상 보니)우리 할머니 생각나서 괜히 한번 전화드렸네요” 등 ‘우리 할머니’를 떠올린 10·20대의 응원 댓글이 1000여개 달렸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줄 생각도 못 했지. 내 새끼들이야 내라서 좋아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처럼 나이 먹은 할머니 좋아한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예뻐요.”
식당 일로 바쁜 할머니에게 유튜브 댓글은 큰 힘이 된다. “내가 식당일만 하면서 나이만 먹었지만… 그전에는 그냥 어디가 아프면 나이 먹응게 그런 가보다 생각했는데, ‘백세 시대’라고 생각허먼 내 몸 내가 생각해서 몸 관리 해봐야지,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요즘엔.” 박 할머니가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번에 친구 칠순 잔치에 간다고 매니큐어 칠했잖아요?(‘박막례 할머니의 파티 갈 때 네일아트’ 편) 내가 손톱 한번 해보고 싶어서 칠했다가 ‘오매, 이 손으로 장사하면 손님 다 떨어지겄네’ 싶어서 나중에 싹 닦아 버렸어.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못해. 내 청춘을 식당에 다 바친 거여.”
“내 인생 확 뒤집어져 뿌렀당께”
내 친구들은 휴대폰 문자도 못해서 유튜브 볼 줄 몰라. 고향 친구 중 하나가 허리가 아파서 속상해 했더니 걔 아들이 ‘요즘 일흔 넘은 할머니가 엄청 떴는데 엄마도 기운 내라’며 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게 바로 나더랴! 하하하.”
거실 벽에 색지를 붙이고 식탁 의자에 앉아 촬영한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편은 조회 수 130만을 넘겼다. 그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구독자 수가 1800명에서 16만명으로 순식간에 치솟았다. 그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어린 팬까지 생겨났다. “실물로 보면 실망할 텐데 뭐하러 왔냐면서 안아줬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해. 얼굴이 빨개져서는 ‘할머니, 앞으로도 재밌는 거 많이 해서 우리 계속 웃게 해주세요’ 그러는 거야.”
할머니는 돋보기에 의지해 댓글도 챙겨보고 젊은이들의 SNS라는 인스타그램도 운영한다. 팬들은 띄어쓰기도, 맞춤법도 엉망이지만 희한하게 뜻이 통하는 할머니의 글에 ‘막례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아, 이래서 손님들이 밥 나온 줄도 모르고 (인스타그램을) 했구나, 내가 느끼겠더라고.”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유명 패션 매거진에 소개된 바 있으며 잡지 화보는 물론 런 웨이에도 오르고 쇼 호스트로도 변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최근 할머니와 김씨는 CJ E&M의 MCN DIATV와 계약을 맺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는 각종 섭외 및 광고 제안에, 할머니의 영상을 무단으로 재가공해 올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콘텐츠 보호에 대한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밀려드는 섭외 전화에 “매니저와 얘기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됐지만 할머니의 본업은 바뀌지 않았다. 42년째 식당을 운영하며 3남매를 길러낸 할머니는 요즘도 오전 4시면 일어나 오후 9시까지 가게를 지킨다. 식당 문을 닫는 날은 설날과 추석 등 1년에 딱 3일뿐이다. 영상 촬영으로 가게를 비우더라도 반찬은 손수 만들어놓고 나가야 직성이 풀린다.

박 할머니, 미 구글 본사에 초청 받아

70대 유튜버 스타로 유명세를 타고있는 박막례 할머니가 올해 5월 미국 구글 본사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작년 9월, 유튜브 구독자 10만명 이상인 유튜버들만이 받을 수 있다는 실버버튼을 받은 이후 또 한번의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와같은 성과에는 박막례 할머니를 유튜버로 데뷔시킨 손녀 김유라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글 본사에서 진행하는 I/O 행사에 대한민국 대표로 초대되었다”고 밝히며, “일상 유튜버로써 이례적으로 초대되어 영광이기도 하고 벌써 긴장도 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 할머니와 김유라씨는 5월 6일 한국을 떠나 4일간 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에서 펼쳐지는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구글 본사를 방문해 전 세계 개발자들과 만나 최신 구글 기술을 소개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로이터 통신, 워싱턴 포스트등에서
현재 42만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박 할머니를 소개했으며 미국 패션지 보그는 박 할머니의 남다른 패션 감각에도 조명했다.
패션 잡지 보그가 조명한 박할머니 패션

보그의 패션 작가 브룩 밥은 박막례 할머니와 그의 손녀 김유라씨와의 인터뷰에서 박막례 할머니의 패션을 두고, 최근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브랜드
‘베트멍’ 컬렉션이 떠오른다고 평했다.
메이크업 튜토리얼로 ‘라이징 스타’가 된 박막례 할머니는 이제 ‘패셔니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박막례 할머니의 스타일을 살펴봤다.
박막례 할머니는 알록달록한 색감과 화려한 패턴의 옷을 즐겨 입는다. 화려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스위스 마트에 방문했던 박막례 할머니는 화려한 꽃과 풀 그림이 그려진 블랙 의상을 입고 달콤한 납작복숭아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의상은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가 2017 S/S 시즌 선보였던 블랙 플라워 패턴드레스와 유사해 눈길을 끈다. 또한 박막례 할머니는 타원형 프레임이 돋보이는 호피무늬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화려한 느낌을 더했다.
할머니가 선택한 선글라스는 클래식한 스타일링으로 ‘재클린(재키) 스타일’을 만들어냈던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자주 착용했던 스타일이다. 한편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박말례 할머니는 지난달 모 인터뷰에서 “하루걸러 매일 방송, 라디오, 예능 섭외가 들어오는데 1년째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 유튜버’로 인생 제2막을 누리고 있는 박 할머니와 김 씨에게 많은 누리꾼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손녀 김씨는 할머니가 살면서 못해본 경험을 함께 해보기 위해 시작한 채널인 만큼 상업적으로 큰 욕심은 없다고 했다. 할머니의 채널에 광고가 더 많이 붙길 바라는 건 오히려 시청자들 쪽이다. “시청자들이 할머니가 광고도 찍고 돈도 벌어서 재밌는 거 더 많이 누리셨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유튜브 광고는 건너뛰기 하는데, 할머니 광고는 끝까지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고마워요.”
할머니는 친구들이 “야, 너는 손녀하고 같이 살면서 출세했는데, 우린 이제 뭘로 출세하냐”면서 부러워할 때마다 손녀가 고맙고 뿌듯하다. “내 친구들은 자식들이 결혼을 늦게 해서 손주들이 아직도 삐약삐약해. 그래서 ‘야, 느그는 인자 끝났어’ 그래 부렀지. 근데 사람들이 왜 날 좋아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겄어요. 왜 그런데요? 하하하.”
거리낌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할머니는 스스로를
‘무대포’라고 말하지만 똑똑한 시청자들은 더 잘 안다.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호탕하게 웃는 할머니의 모습이 부끄러움 없이 잘 늙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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