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영화상 2년 연속 석권한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토론토에서 캐나다 국영방송인 CBC가 제작한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이라는 시트콤이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캐나다에서 한국 이민자가 가장 많이 몰려 사는 곳이 온타리오주의 토론토 메트로 지역이다. 캐나다 전체인구 약 3,671만명(2017년) 중에서 한인 인구(2016년)는 19만8,210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0.5%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온타리오주(47%), 브리티시컬럼비아주(31.9%), 앨버타주(11.3%) 순으로 한인 인구가 밀집돼 있다.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토론토의 저소득층 지역인 모스 공원(Moss Park)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낸 코믹물로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김씨네 편의점’ 시즌1은 2016년 10월 11일~12월 27일간 3개월간 방영되면서 약 93만 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7년 캐나다 영화상(Canadian Screen Awards)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배우 이선형(아빠 역)과 Andrew Phung(김치 역)이 각각 남우주연상, 코미디 조연상을 받았다.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김씨네 편의점’ 시즌2가 지난해 9월 26일~12월 19일 사이에 방영됐다. 두차례에 걸친 이 시트콤의 방영은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캐나다에 한국 이민자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CBC ‘김씨네 편의점’ 에는 엉뚱한 아빠, 딸이 연애를 안 해서 고민인 엄마, 아빠를 닮아 고집불통인 딸 자넷이 등장한다. 일본 제품을 산 딸에게 아빠가 “일본은 한국을 침탈했다”고 꾸짖자, 딸 자넷은 “그럼 아빠가 산 일본산 카메라는?” 반문한다. ‘일본 카메라를 반값에 샀으니 상관없다’ 등의 재치 있는 대사에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네티즌들은 왠지 낯익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저거 우리 아빠 아니냐”, “진짜 한인들 저럴 듯”, “애 많이 낳으라고 하는 거 우리 엄마랑 똑같아”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상적이면서도 한인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였다.
지난 3월 12일 캐나다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모인 캐나다 아카데미 시상식(Canadian Screen Award) 포토존에는, 치즈~가 아닌 김치~라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2018년 캐나다 영화와 TV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캐나다 아카데미 시상식 풍경이다. 2018 코미디 시리즈 부분 최고상에는 <김씨네 편의점>이, 코미디 부분 남우주연상(Best Lead Actor in a comedy series)에는 이성현씨가 그 영예의 상을 수상하였다. 이선형(Paul Lee) 씨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이 부문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이 상을 주관한 ‘아카데미 오브 캐나디안 시네마&텔레비전’은 이선형씨가 12일(현지시간) 토론토 소니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했다고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김씨네 편의점>은 베스트 코미디 시리즈 부분에서 ‘워킹맘(Working Moms)’, ‘레터케니(Letterkenny)’, ‘마이클:에브리 데이(Michael:EveryDay)’, ‘니바나 더 밴드 앤 쇼(Nirvana the Band and the Show)’를 제치고 수상하였다. 또한 이미 CBC 시트콤 시즌 3이 확정된 상태이다. 이씨는 수상 직후 “내가 받을 만했다”고 익살을 떤 뒤 “꿈만 같다. 자랑스럽다. 문화는 달라도 가족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씨네 편의점’은 토론토에 이민을 간 김씨 가족이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진솔하고 재미있게 담았다. 아시아인 4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민자 가정의 웃음·눈물·사랑을 울림 있게 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국계 캐나다 배우들은 수준급 영어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콩글리시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냈다. 이러한 화려한 수상 소식은 단순히 캐나다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화제성으로만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TV를 보는 전 캐나다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의식을 깨우치는 사회적 영향력의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독립연극에서 캐나다 안방극장까지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주류 방송에서 소수민족을 위해 제작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현지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씨네 편의점’은 원래 독립연극에서 출발했다. 한인 작가 최인섭씨의 연극으로 시작된 <김씨네 편의점>은 처음에는 한인들 사이에서 유명했었다 한인 1.5세인 최인섭(Ins Choi)씨가 극본·연출·제작·연기까지 총괄한 이 연극은 2011년 토론토에서 초연되었는데,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 1세들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 졌다는 이야기에 지지와 성원 차원에서 한인 교회를 비롯한 각종 한인들은 단체로 연극을 관람하곤 하였다.
그때만 해도 우리 1세대들의 눈물 어린 토론토 정착 이야기가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김씨네 편의점>은 토론토 연극 축제인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최인섭씨는 드라마 공동제작과 극본을 맡았다. 2016년 CBC에서 코미디 시트콤으로 방영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한국적 정서와 문화 소개

‘김씨네 편의점’의 인기비결은 한류 열풍과 맞물린 우연 이라기 보다는, 한국인의 디아스포라(Diaspora)와 캐나다의 다문화를 현지 상황에 맞게 각색한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랬기 때문에 캐나다 시청자들의 현실적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극 중 김씨 부부는 1980년대에 이주한 토론토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이민 1세들은 편의점에서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민자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상징적인 공간이다. 또 ‘김씨네 편의점’은 보수적인 아빠와 16살 때 가출한 아들 간의 부자 갈등을 다루었다. 이민 1세대 부모와 2세대 자식들 간의 언어·문화적 갈등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아빠, 신앙생활에 전념하며 오매불망 자식 걱정만 하는 엄마, 진로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는 자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의 ‘김씨네 편의점’은 전형적인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과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낸 성공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에서는 “아이참, 여보”하며 한국말이 들려온다.
하루는 김상일(아버지)이 손님에게 짧은 영어로 한국산 에너지 드링크라며 음료 한 병을 건넨다. 외국 손님이 음료를 마신 뒤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김씨에게 진셍(Ginseng) 음료냐고 묻자, 김씨는 진셍이 아닌 ‘인삼’이라며 재차 한국어로 강조한다.
또 김상일은 손님과 딸에게 일제강점기 등 한국의 역사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의 투철한 애국심으로 인한 재밌는 에피소드도 생긴다. 그는 편의점 앞에 도요타 차가 무단 주차돼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반면, 현대차는 모른 체 눈감아 준다. 하루는 딸과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남자가 편의점으로 딸을 데리러 오자 그는 딸의 남자친구에게 이름도 직업도 묻지 않고 대뜸 ‘한국의 광복절이 언제인 줄 아느냐?’고 묻는다.
한국인들의 사소한 행동들도 그려졌는데, 현지인들에게는 신선한 문화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벼운 딱밤은 캐나다인들에게 아동폭력으로, 똥침은 성추행으로 오해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황당한 상황 설정들은 오히려 현지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구체적인 한국 문화 콘텐츠도 많이 재생산되었다. 김상일(아빠)은 종종 손님들에게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손님에게 한국의 태권도·합기도와 일본의 무술의 차이점을 열을 내며 이야기한다. 이후 아빠와 자넷이 함께 중국의 쿵푸 영화를 보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시청자들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식을 깨워준다.

한국 음식 홍보효과

‘김씨네 편의점’의 시청자 중 39%가 구매 성향이 뛰어난 주요 타깃 시청층인 24~54세이다. 하지만 이 시트콤은 편의점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상품 광고(PPL)는 접하기 어렵다.
대신에 한인 가정의 일상을 중심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갈비찜, 김밥, 김치, 꼬리곰탕, 비빔밥, 순두부찌개 등 다양한 한식이 소개됐다. 대표적인 예로 자넷(딸)이 토론토 크리스티(Christie) 지역 한인타운에 위치한 유명한 순두부찌개 전문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자넷의 사촌동생 나영은 자넷의 친구들에게 순두부찌개에는 계란을 넣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한식을 소개한다.
시트콤에 등장하는 한식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 현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 한식과 한국 문화에 대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배우 이선형(김상일/아빠 역)은 CBC 토크쇼에 출연해 한식과 한국문화에 대해 알린 바 있다. 그는 직접 김칫국 요리과정을 선보이고, 김치, 고추장과 소주를 소개했다.
‘김씨네 편의점’이 트위터(SNS)에서 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청자들은 ‘가장 좋아하는 한식’으로 비빔밥(60%), 갈비찜(19%), 만두(8%), 기타(13%)를 꼽았다.
2017년 여름 최인철 작가가 소속되어 있는 <솔페퍼(Soulpepper)> 극단이 <김씨네 편의점>을 뉴욕 맨허튼에서 한 달간 공연할 때에도,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150주년을 기념한 캐나다의 상징성과 대표성이 되었었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했을 때만 해도, 이선형씨는 한인들의 공감과 캐나다 땅에 이주해 온 이민자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서서 캐나다 현지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족”,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춰 수상소감을 전했다.
남우 주연상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른 이선형 씨는 “(나는) 이민자이자 캐나다인”이라며 “ 공영방송을 통해 이민자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웃음, 눈물,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더없이 큰 의미로 와 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는 또한 캐나다의 다문화, 다민족의 커뮤니티를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하나의 전형이 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3월 11일 시상식에서 이선형씨는 #aftermetoo 배지를 착용하고 사회 전체의 억압과 박탈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 이민자의 삶을 재현

<김씨네 편의점>은 재현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 내고야 말았다. 우리 커뮤니티들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볼 때에야, 주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앞으로 나와 전면에 설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 할 때에야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드디어 변화하기 시작한다. (캐나다에서조차)유색 인종에게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에 더욱 이 기회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이때까지 유색인종들이 스크린에서 자신들의 일상을 한 번도 재현해 냈던 적이 없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서로를 돕고 있다. 이젠 우리의 목소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기대하기는 캐나다가 더욱 이를 이끌어 가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나갈 때 어느 누구도 그늘에 가려져 있지 않을 것이다.
관객들은 굶주려 있다. 재현의 문제에 있어서, 힘을 가진 미디어는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좋은 의도로 미디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 왜냐면 이민자 가정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들을 볼 때에야, 자신들의 아이들을 세상으로 내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씨네 편의점이 좋은 샘플이다.
캐나다가 추구하는 ’다양성’은 캐나다의 커뮤니티 정신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모든 영역 속에서 이를 추구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들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서야 유색인종에 의해 유색인종의 이야기가 들려졌다. 가족들 모두 둘러앉아 TV를 보는 저녁 프라임 시간에 캐나다 사람들은 한인 이민가정의 이야기를 함께 시청하였다. 이처럼 오랜 시간 ‘다양성’과 ‘다문화’의 정책을 표방해온 캐나다에서도 그 정책이 안방을 사로잡고, 시청자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기까지는 긴 여정이 필요 했었다. 미디어 뒤편의 현실을 스크린 속에 담아내기 까지는 다수와 보편의 원리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이성현씨의 수상소감이 에코가 되어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회자 되는 것처럼, 불편한 현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자가 있어야 하고, 목소리를 내는 자들을 함께 지지하며, 연대하며,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노력이 있을 때, 바로 그 때에야 우리 모두가 있는 그대로 미디어에, 스크린에 우리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작이 한인 2세에서 부터 시작했다는 것.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캐나다 내 한인 커뮤니티가 잘 포착하고, 앞으로도 캐나다 사회 속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양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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