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에 꽃 피운 의료 선교 캄보디아 헤브론 병원 김우정 원장

김우정)에는 매일 새벽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로 긴 줄이 이어진다.
먼 시골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새벽 5시부터 배포되는 진찰표를 받기 위해서 병원 앞에 줄을 선다.
프놈펜 도심에서 서쪽 외곽에 있는 헤브론 병원은 2007년 한국 의사 출신 김우정, 황대영, 이철 선교사가 클리닉 형태로 개원했다.
130년 전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그랬듯, 사랑과 헌신으로 제3세계의 현지인들을 돌보는 캄보디아 헤브론 병원의 의료진들은 연 5만여 명의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의료인 양육에도 힘쓰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캄보디아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불이었던 UN이 정한 최빈국이었다. 1700만명 인구의 캄보디아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2명(한국은 2.0명), 공공병원은 90여 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병원 시설 및 설비가 낙후 돼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1970년대 폴 포트 독재를 겪으면서 많은 의사와 의료진이 희생된 것도 낙후 원인이다. 때문에 이들은 개인 약국이나 주술에 의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최근 외국 자본이 들어오며 봉제 공장이 생겨나 일인당 국민소득은 600불로 올랐다. 도시는 변화하고 발전하지만 대부분이 농촌 지역인 캄보디아 국민 대부분의 한 달 수입은 20-30불이다. 국민의 절반은 1불 이하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프놈펜에 큰 병원이 5개가량 있지만 병원에 가려면 15-20불은 있어야 하니 살이 썩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열이 펄펄 끓어도 병원에 갈 엄두를 못낸다. 그래서 100km, 200km 떨어진 곳에서도 차비를 들여가며 헤브론 병원을 찾아온다.

클리닉으로 시작해 어엿한 심장전문병원으로

이 병원은 치료비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캄보디아 빈민을 치료해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교인들의 성금이 답지해 2010년 9월 건물을 신축해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본래 병원은 클리닉 형태로 세워졌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90명의 현지인 직원과 30여 명의 한인선교사들이 근무하는 제법 큰 병원으로 성장했다.
대지 6000㎡ 위에 3300㎡ 크기 3층 건물로 지어진 헤브론 병원은 하루 350명, 연간 5만여 명을 진료하고 있다. 한국 및 캄보디아인 의사가 각 9명이고 한국인 선교사 및 봉사자가 35명이다. 캄보디아 직원도 80여명이다. 수술은 한 해 1000건쯤 이뤄지고 있다. 이 병원은 일부 뜻있는 사람들이 병원비를 내고 가지만 진료, 검진, 수술 모두 공짜다. 무료이지만 의술이 뛰어나 캄보디아 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소아과, 내과, 외과, 치과, 마취통증과, 병리과 등이 개설돼 있고 30병상이 거의 빈틈없이 가동되고 있다.
김우정 헤브론 병원 대표원장은 “가난하고 헐벗은 캄보디아 환자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무료로 치료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새벽부터 몇 시간씩 걸려 산골 오지에서 환자들이 찾아옵니다. 병으로 삶을 포기했던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항상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8월에 심장센터를 개설해 100여 명의 어린이를 수술하고 캄보디아 내 심장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캄보디아에는 유독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어린이들이 많아요. 처음엔 의료장비나 의료진이 부족해서 한국병원으로 연결해주는 일을 했는데, 심장센터를 개설한 이후 직접 심장수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술 후, 병을 회복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기쁨의 현장이 따로 없어요.”

안락한 삶 포기하고 선택한‘킬링필드’

김 원장은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평생 아이들과 함께 해온 소아과 병원 개업의였다.
2004년 친구 따라 캄보디아 단기 선교를 왔다가 가난하게 살아가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마음에 많은 도전을 받았다.
“이상하게 캄보디아 의료 선교만 다녀오면 아이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었어요. 생각하고 뭐하고 하면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 어느 날 병원 문과 집 아파트 문을 잠갔습니다. ‘일단 가자’였어요.”
그리고 2006년부터 그 땅에서 의료 선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개인 클리닉에서 환자를 보았다. 무료로 운영되는 병원이어도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전문화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음 전도가 열려 있는 나라여서 선교사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던 터라 헤브론 병원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무료 병원으로 2007년 9월 6일 문을 열었다.
현지의 4000여 한국 교포들에게도, 전체 교민의 1/4을 차지하는 1000여명의 선교사들에게도 헤브론병원의 개원은 기쁜 소식이었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아이를 선뜻 낳지 못했던 선교사들도 병원 개원 이후에는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뜻있는 일부 교민들과 선교사들은 헤브론 병원 사역을 물질적으로 후원한다.
2014년 8월에는 심장센터를 개설해 더 많은 심장병 환자들을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심장 수술을 해야 하는 등 특별한 케이스의 환자에게는 개별 상담을 하고 병이 더 중한 경우에는 집을 방문해 처한 상황을 살피며 기도하고 말씀을 전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기막힌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육체 뿐 아니라 마음의 병이 든 사람도 많다.
‘의사와 환자’로만이 아닌 인격과 인격이 깊이 만나 사랑하고 섬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가 수술을 받게 한다. 간단한 형태의 수술은 헤브론 병원에서 가능하지만 복잡해질 경우는 한국으로 데려간다.
또한 헤브론 병원은 한 달에 한 두 번 이동 진료를 실시한다. 지역의 보건 지도자로 세우기 위해 1년간 병원에서 훈련 받는 2-3명의 청년들은 이동 진료시 현지 협력자가 되기도 한다.
김우정 원장은 “현지에 있다 보니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 130년 전 조선 땅에 들어온 서양 선교사들의 피와 땀이 쏟아진 곳이란 걸 되새기게 됐다. 130년 전 조선에 온 선교사들 중 1/4이 의료 선교사였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다. 그들이 한국 아이들을 건강하게 길러 줬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게 됐다. 내가 할 일은 그분들이 하는 일을 따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사랑의 빚을 졌으니 한국이 살만한 때 ‘그 빚을 갚으면서 살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인재 양성과 의료 영역 확대에 중점

헤브론병원은 ‘사람을 길러 세우는 것’에 맞춰져 있다. 헤브론 병원은 의학 도서관, 의대생 학사. 장학 사업, 이동 진료 확대 등의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캄보디아 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라오스와 미얀마로 의료 영역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 그러나 신실한 일꾼을 길러 10년 -20년 후에는 모든 사역을 현지인에게 넘겨주고자 한다.
김우정 원장은 그동안 헤브론 병원은 미국, 한국, 캐나다와 현지에서의 물질과 기도 후원으로 유지돼 왔지만 기부금으로는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없고 의료기기 유지 및 구입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3년 전부터 병원에 일부 유료화를 도입했어요. 장기적으로 재정 자립이 돼야 병원을 현지인에게 이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크리스천 의료진이들이 많이 배출되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그런 병원이 되길 꿈꿔요.”
“병원의 재정 자립이 아직 요원하지만 5년 내 80%, 10년 내 100%로 만들고 싶다”며 “뜻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현재 의료 상황은?

병원 및 의료 기술은 한 나라의 경제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캄보디아는 당연히 의료 환경이 좋지 않다. 40여 년 전에 킬링필드(캄보디아에서 1975∼79년 4년 동안 폴 포트의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가 양민 200만 명 이상을 학살한 20세기 최악의 사건 중 하나)가 있었다.
그 당시 캄보디아에 존재하던 모든 인적 인프라가 망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캄보디아가 겪는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캄보디아의 경제가 많이 발전하면서 예전엔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가 큰 문제였다면 지금은 당뇨, 고혈압, 암같은 성인병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헤브론병원은 1차 진료를 위주로 하는 작은 클리닉이었다. 지금은 입원과 수술을 하는 2차 진료를 위주로 하는 병원으로 변화돼 가고 있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언제인가.

수술을 한 후 환자의 가정을 방문할 때가 있다. 수술을 받아서 몸은 회복됐는데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이 있는데다 워낙 가난한 나라여서 지금까지 해왔던 익숙한 생활에 그대로 방치된 상황을 보고 안타까웠다. 수술 후 후속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로 연결하고 뒷받침까지 해주는 것도 고민 중이다.캄보디아 어린이들이 한 사람의 건강한 사회인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
또한 정부 관료들이 캄보디아의 미래를 생각하며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외국에 원조를 구하고 NGO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과 기도제목은?

김 원장은 작년 간호대학을 개교한 데 이어 의과대를 설립하는 꿈을 갖고 있다. 캄보디아 최고의 병원이 되려면 교육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헤브론병원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시도한지 3년째 돼 가고 있다.
레지던트 수련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사람을 길러 세우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암·심장 수술을 더 잘하는 전문병원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선교 열기가 줄고 있어서 지원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레지던트 몇 년 동안은 한국 의사 선교사들이 와서 가르쳐 줘야 한다. 특히 내과가 보강됐으면 좋겠다.
김우정 원장은 “한국의 크리스천 의료진을 포함한 봉사자들이 아니면 이뤄내기 힘든 일입니다. 현지에 와서 단기로 봉사할 인력이나 은퇴한 의사나 간호사 등의 전문 인력 등을 통해 의료진을 보강하려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외과와 산부인과 등이 보충되면 더욱 좋겠습니다. 15년 안에 모든 것을 현지인에게 맡기고 가방 하나 들고 훌훌 떠날 겁니다. 의료인과 봉사자들의 헌신이 이어져 더욱 좋은 병원으로 발전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후원 사단법인 위드헤브론 070-8624-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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