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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타임즈 1000호 기념 특별 에세이

인연의 이어달리기


“사무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내 명함사진을 찍었다.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 칼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칼럼 제목 아래 그날 찍은 내 얼굴이 나왔다.
많은 분이 직접 나를 못 봤어도, 신문에서 본 얼굴로 나를 알아보며
인사할 때마다 깜짝 놀랐다.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먼저 뉴질랜드타임즈와 관련한 감동적인 교민 사회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싶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뉴질랜드타임즈와 다른 교민 신문이 풍성한 계절을 맞았다. 교민 화합의 장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뉴질랜드타임즈의 전폭적인 무료 홍보와 지원에 힘입어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다. 이민사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교민 경제에 활력이 붙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추억은 월드컵 16강전을 오클랜드에서 교민 수백 명이 모여 동 시간대 응원할 기회였다. 2002년 월드컵, 16강 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태극전사들에 대한 희망 신뢰 사랑이 활화산처럼 분출했던 시간이었다.
대전 올림픽 경기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붉은 악마의 카드섹션과 필승 코리아 이색 응원은 세상을 들썩거리게 했다. 히딩크 감독의 기상천외한 용병술과 용감무쌍한 태극전사들은 세계 축구에 이변을 기록했다.
오클랜드에 사는 수백 명의 교민이 저녁에 알렉산드라 파크 경마장에 합동 응원 장소로 모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행사는 교민 신문과 교민 단체가 주축이 되었다. 가장 큰 홀을 빌려 대형 화면에 생중계 상황을 쏘아 올렸다.
우승 후보였던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를 맞아 연장전까지 갔던 혈투. 조마조마한 몸과 마음이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했다. 2대 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안정환이 터뜨린 헤딩 골! 철렁거리는 그물망! 환희에 찬 안정환의 반지 세리머니! 수백 명의 교민들은 옆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을 너나없이 끌어안고 환호했다.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탈리아를 제물로 삼아 8강, 4강까지 올랐다. 이민 와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 날이었다. 이민자는 다 애국자가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그 주에 뉴질랜드타임즈와 교민 신문은 16강전 우승을 머리기사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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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타임즈와 인연의 고리를 통해 내겐 우연한 기회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뉴질랜드타임즈에 칼럼을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직, 전 글을 별로 안 써봤는데요. 특히 신문은 처음이라서요. 부담스럽습니다.”
“뉴질랜드 가톨릭방송, ‘5분 명상’에 올리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그런 내용의 확장이면 돼요. 택시 운전을 하며 보고 느낀 생생한 이야기를 써서 올리면 좋을 듯합니다.”
벌써 18년 전 일이다. 뉴질랜드타임즈 초대 발행인의 청탁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사양했다. 다시 여러 번 제의를 받았다. 택시 운전을 하다가 퀸 스트리트에 있는 뉴질랜드타임즈 사무실에 들렀다. 발행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칼럼 내용과 분량, 제목을 정했다.
사무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내 명함 사진을 찍었다.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 칼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칼럼 제목 아래 그날 찍은 내 얼굴이 나왔다. 많은 분이 직접 나를 못 봤어도, 신문에서 본 얼굴로 나를 알아보며 인사할 때마다 깜짝 놀랐다.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글에 골몰하는 시간이 늘었다. 사람에게 건네는 인정과 기대는 몰입을 가져온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 매월 첫 주마다 한 편 쓰는 칼럼이지만, 긴장과 부담이 앞섰다. 남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신문에 활자화되어 나오는 글에는 왠지 모르게 위축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구원군을 찾았다. 그 당시 ‘전원 일기’ 칼럼을 쓰던 이인순 동화작가의 도움을 받았다.
첫 회 ‘꽁지 빠진 수탉, 물에 빠진 생쥐’를 써서 수정 지도를 받아 신문사로 보냈다. 2000년 7월이었다. 그 뒤로 칼럼 한 편을 쓰는데 정성을 다하게 되었다. 2019년 3월까지 매달 1회씩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모두 212회를 썼다.
매월 한 편씩 칼럼을 써가면서 뉴질랜드 일상의 모든 일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희로애락과 천태만상, 우여곡절과 동분서주, 춘하추동과 생로병사에서 생생한 칼럼 소재가 나왔다. 신문사에서 매월 마련해준 내 전용 페이지에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귀한 선물이다.
인연이란 묘했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어언 23년이 흘렀다. 18년째 뉴질랜드타임즈와 인연을 맺어왔다. 나의 일상사와 가족사가 칼럼에 자연스럽게 소재로 등장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이민 생활은 뉴질랜드타임즈와 함께 해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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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뉴질랜드타임즈는 교민 신문사와 더불어 이민 사회에 정론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민 문호가 굳게 닫히면서 교민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친 상태다. 그 영향으로 몇 년 사이 일부 교민 신문이 폐간하기도 했다. 신문 운영에 주된 광고 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운영에 차질을 빚어서 그럴 것이다. 책상에서 남의 글을 발췌하거나 영문 기사를 번역해 옮기는 선에서 그치면 한계가 오게 마련이다.
요즘은 스마트 폰으로 터치하며 웬만한 정보와 기사는 다 볼 수 있다. 신문에 재투자해야 발로 뛰며 찾은 생생한 정보와 유익한 기사를 얻을 수 있다. 교민의 일원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교민 신문은 그 신문 나름의 논조와 운영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발행인이나 편집장의 사설이나 칼럼이다.
요즘은 그런 목소리가 많이 줄었다. 운영이 어려운 교민 신문에 너무 거창한 것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런저런 상황을 신문사 측과 교민 독자들이 이해하는 가운데 좋은 절충점을 찾아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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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타임즈 1000호를 기점으로 나 또한 새롭게 선보일 ‘백동흠의 뉴질랜드 콩트’에 정성을 쏟아볼 계획이다. 재미나고 의미 깊은 이야기로 더욱더 알찬 읽을거리 밥상을 올리려고 한다.
18년 동안 써온 칼럼,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과 ‘백동흠의 일상톡톡’ 이 주관적 1인칭 시점의 글이었다면, 앞으로 이어질 ‘백동흠의 뉴질랜드 콩트’는 객관적 3인칭의 이야기다. 교민 사회에 속속들이 배어 있는 에피소드로 펼쳐 보고 싶다. 뉴질랜드만의 재미나고 잔잔한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각으로 즐거움을 더해보고 싶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상 물린 뒤 입가심으로 마시는 숭늉처럼 여운을 준다면 좋겠다.
교민 신문을 만드는 분들과 독자들의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함께하길 빈다.

백동흠<수필가>

▣ 2017년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
▣ Birkenhead Transport 근무
▣ 글 카페: 뉴질랜드 에세이문학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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