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뉴질랜드뉴스 기획기사 저편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의 이웃입니다

저편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의 이웃입니다

특별 시론-크라이스트처치의 참사를 보고

지난 토요일(3월 16일) 아침 좀 늦게 참사 소식을 듣고서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금’ 살고 있다는 게 정말 싫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 하나에 근거해서 이렇게 야만적인 행위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 인류가 저질러 온 전쟁이란 것도 기실 이와 다르지 않다. 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만행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세월을 살아왔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이런 만행에 대한 참회의 말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

외진 곳 작은 섬나라에서 일어난 ‘테러’에 더 놀라
남태평양의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섬나라에서 ‘테러’가 터졌다는 소식에, 그것도 남섬 ‘정원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이슬람교 사원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총격을 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 테러 이런 말들과는 아주 거리가 먼 평화로운 나라에 살면서 테러라는 뉴스를 들을 때면 으레 먼 나라의 일들로 여겨 왔었다.
다들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주어진 일에 열중하면서 살아왔기에 더욱더 충격이 컸었고 세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았거나 안이하게 살아온 게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되었다. 어찌 이리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가?
주역에 보면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일 즉 하극상(下剋上)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과 같은 일은 그 원인(遠因)이 짐작하기엔 아주 먼 과거에 있다. 테러범들이 주장하고 있는 반이민 정서에는 인종차별주의가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민족 간의 차별은 그 민족이 살아온 지역 문화 관습 언어 종교 등 민족 특유의 고유한 성격에서 유래했다.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차별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로써 찬란한 인류 문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민족 간의 차별이 이번 사태와 같은 폭력적 범죄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산업혁명과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물류와 사람의 대이동을 경험하게 되고 대양과 큰 산맥을 넘어 한 지붕의 식구처럼 살게 된 것이 작금의 현황이다.

인류사회, 시장 포화와 성장 둔화 앞에서 갈 길 잃어
후기 자본주의에 접어든 인류사회는 시장의 포화와 성장의 둔화 앞에서 갈 길을 잃어 비틀거리고 있다. 선진국들은 내부의 양극화로 경제개발을 국가의 목표로 삼고 있는 후진국들은 선진국의 하청 국가로 떨어져서 허덕이고 있다.
주변으로 내몰린 하층민들의 암울한 삶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어딘가로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결국은 속죄양 혹은 희생양이 필요했고 극대화된 증오가 분출한 것이 이번 테러의 근인이 아닌가 한다. 이런 테러는 패자(敗者)들 사이의 끊임없는 폭력의 악순환을 낳고 힘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런 시도는 결국 원한과 불행만을 남겨다 줄 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세상천지에 널려 있다. 모든 사람은 이미 그 답을 다 알고 있다. 이제 문제는 행동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속담처럼 구체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망한 것으로 끝이 난다.
우리는 지금 과도할 정도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반면 빈곤한 나라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풍요를 그렇지 못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넉넉한 마음씨를 가지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자신의 희생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남을 도울 수가 없다. 비대해진 물질 풍요로 우리의 영성을 메말라 버리고 대신 탐욕심만 클 대로 커서 그 극점에 다다랐다.
이런 불행한 일 앞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게 필요하다. 삶을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진지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무엇이 행복인가?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웃은 아주 편협한 이웃은 아니었는지…
종교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건 아닌지.
가없는 이런 이웃 사랑만이 증오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열등의식의 소영웅주의 테러범들의 의식 밑에 깔려 있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고서 참으로 행복해질 수가 있겠는가? 힘없는 약자에게 한없이 무자비하고 비열한 열등의식의 소영웅주의가 이번 테러범들의 의식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고 마침내 무고한 사람들에게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안기고 자신들의 무의식 속에 가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히는 자해일 뿐이다. 젊은 여성 저신다 총리가 말했던 “They are us.”라는 이 말을 우리는 곰곰이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복음서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의 이웃은 누구인가?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웃은 아주 편협한 이웃은 아니었는지 예수님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저편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 이웃이라고 종교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건 아닌지. 가없는 이런 이웃 사랑만이 증오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불행 앞에 깊이 비통해하는 이슬람 형제들에게 알라신의 가호와 평화가 함께 있을 기원하며 또한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

글_여심은
<시인·스콜라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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