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뉴질랜드뉴스 풍선 타고 날아가는 어릴적 예쁜 꿈, 아직도 꾸고 계신가요

풍선 타고 날아가는 어릴적 예쁜 꿈, 아직도 꾸고 계신가요

20주년 맞은 해밀턴 열기구 축제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지난 목요일 숨 가빴던 신문 마감을 마치고 한시름 놓고 있는 순간, 직장 동료가 물었다.
“왜요? 오래간만에 그냥 집에서 쉴까 하는데요.”
2주 전에는 신문 1000호 발간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테러 사건으로 정신까지 산란해져서 솔직히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이번 주말에는 ‘간만에 지구를 등에 지고 시체놀이를 해야지’라는 마음속의 투정을 받아 줄 참이었다.
“이번 주에 해밀턴에서 ‘열기구 축제’를 한대요. 시간이 되면 식구들과 가 보시라고요.”

축제 즐기기는‘작지만 확실한 행복’
‘열기구 축제?’ 평범하지 않은 축제였다. 뉴질랜드에 와서 특히, 오클랜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축제를 나름 많이 경험했다고 자부하던 나도 생소했다.
축제를 찾아다닌 이유는 별거 없다. 돗자리 하나 들고, 이도 깜박하고 못 챙겼으면 초록 잔디밭에 편하게 앉아 푸른 하늘을 보았다. 갖가지 모양의 구름을 보고 닮은꼴을 찾는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뉴질랜드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머리가 크지 않은 두 아들의 문화 체험이라는 미명아래 나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찾아다닌 것이다.
많은 사람의 한국 생활이 그러했듯이 나 또한 바쁘고 정신없이 보냈다. 하늘은커녕 나를 쳐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역부로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를 찾으려 한다. 그 수단이 ‘로컬 축제 즐기기와 행사 깨기’다.
예를 들면, 12월 31일 마지막 날 밤에는 한국에서도 안 해본 연말 카운트다운을 하러 복잡한 시내를 찾아간다. 또 해마다 오클랜드 데이에는 퀸즈와프에 열리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간다. 얼마 전에는 농장주들 중심의 축제 큐메우쇼(Kumeu Show)에 갔다 왔다.

해밀턴 대표 축제, 닷새 동안 열려
오클랜드를 벗어나 해밀턴에서 열리는 축제, 그것도 ‘열기구 축제’라니. 공식 행사 이름은 ‘Balloons over Waikato’. 해밀턴을 대표하는 축제이자 뉴질랜드 전체에서도 여러 번 상을 받은 유명한 축제란다. 올해는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렸다.
아내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열기구 축제 갈까?”하고 물었다.
“그런 게 있어?”
나 못지않게 놀러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에서 의심 반 호기심 반의 표정을 보았다.
“근데 해밀턴에서 한대.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가야 해.” 아내의 대답.
“가자!”.
솔직히 아내가 가지 않겠다고 했더라도 나는 우겨서라도 갈 요량이었다. ‘열기구 타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내 버킷리스트 열기구 타기는 터키에서 탄다는 장소까지 만족하게 해야 했지만, 지금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터키에 당장 갈 형편은 못 된다.
열기구를 눈앞에서 보는 게 어디냐. 열기구 타기는 어릴 적 많이 불렀던 노래 덕에 버킷리스트가 된 건지도 모른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다섯손가락의 노래. 젊은 사람들은 동방신기가 불렀다고 알고 있는 ‘풍선’이라는 노래다.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로 시작하는.


‘스타워즈’OST 주인공‘다스베이더’열기구에 탄성

와이카토대학교 잔디 광장에서 축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지나가 버린…”노래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
3월 23일 토요일, 여느 주말과는 다르게 눈이 일찍 떠졌다. 내 자의가 아니었다. 부엌 쪽에서 들려 오는 규칙적인 칼 도마 소리와 분주한 움직임에 더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내가 김밥을 싸고 있었다. 간만에 솜씨 발휘를 하는 모양이다. 갖가지 재료로 가득 채워 김밥이 터지려 한다. 옆구리가 삐져 나온 김밥 처리는 내 몫이다.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나가 버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행사 장소는 해밀턴 와이카토대학교 내의 잔디 광장. 오늘 디너쇼의 VIP 관람석이 되어 줄 돗자리와 저녁 코스 요리가 든 아이스박스를 들쳐 메고 축제의 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디너쇼에 너무 일찍 왔다. 행사는 오후 4시부터 시작하지만, 공식적인 열기구 축제는 해가 떨어진 저녁 8시부터다. 시간이 이른 탓인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애들은 이때가 기회라고 놀이기구를 타고 싶다고 한다.


풍선

노래: 다섯손가락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내 어릴 적 꿈은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날으는 사람

그 조그만 꿈을 잊어버리고 산 건
내가 너무 커 버렸을 때
(가운데 부분 생략)

왜 하늘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날까
그것조차 알 수 없잖아

왜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게 될까
조그맣던 아이 시절을

때로는 나도 그냥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어
잊었던 나의 꿈들과 추억을 가득 싣고
(뒷 부분은 생략)

행사장 곳곳에 경찰…긴장감 흘러
사실 뉴질랜드의 놀이기구는 내가 어렸을 때 갔던 월미도나 지방의 놀이공원에 있던 놀이기구보다 한참 못한 수준과 스릴감을 준다. 놀이기구 앞에는 줄이 만만치 않다. 그 옆에는 여느 유원지에나 있을 법한 인형이 경품으로 걸려 있는 게임 부스가 줄지어 있다. 어린 딸이 원하는 인형을 타기 위해 아까부터 키위 아빠는 힘차게 공을 던져 추를 넘어트려 해보지만 만만치 않다.
딸의 눈물 섞인 성화에 아빠의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진다. 아빠가 추를 다 넘어트려 원하는 인형을 가슴에 안은 딸의 얼굴엔 아빠에 대한 사랑과 행복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인형 두 개도 살 수 있었던 돈을 썼지만, 아빠는 어깨에 한껏 힘이 들어간 채 게임장을 떠났다.
올해 해밀턴 ‘열기구 축제’는 20주년을 맞았다. 예전보다 규모가 크고 더 많은 준비를 했다고 사회자는 말했다. 지난주 일어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로 많이 걱정했을 것이다. 행사장 곳곳에 경찰관들이 배치되어 있어 긴장감도 흘렀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이 속속 도착했다. 뉴질랜드 축제, 아니 한국의 어느 축제에서도 보지 못했던 엄청난 인파였다. 해밀턴 시민이 다 모인 것 같았다.
본격적인 행사 시각인 저녁 8시가 되자 영화 ‘스타워즈’의 OST가 흐르고 영화의 주인공 격인 ‘다스베이더’ 열기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그 옆에 형형색색의 열기구가 부풀어 올랐다. 총 16개의 열기구가 불을 뿜으며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누구 할 거 없이 탄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기구들은 여러 곡의 노래에 맞춰 가스 불을 켰다껐다를 반복하며 쇼를 펼쳤다. 16개의 열기구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상상하며 핸드폰으로 동영상 녹화 준비를 했다.
‘차라리 열기구가 안 뜬 게 더 나아’
갑자기 열기구들이 바람이 빠지며 가라앉았고 이어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불꽃놀이는 화려했지만 그리 즐겁지 않았다.
밤하늘에 수놓을 열기구들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차라리 열기구가 안 뜬 게 더 나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열기구가 하늘로 떴다면 아니 내가 타 봤다면, 나는 더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꿈을 꾸지 않을 거였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었다. 몸이 피곤해 바로 누웠지만 잠이 안 왔다.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기억들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잠을 못 잤다. 노래 ‘풍선’의 가사처럼 나도 어른이 되면서 어린 시절과 꿈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하늘을 보면 눈물이 나는 이유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나는 상상을 한다.
사람들이 꿈을 꾸는 이유는 꿈이 안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글과 사진_임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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