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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아들이 전해 준‘I Love You’잊을 수 없어요”

[우리 시대‘훌륭한’어머니를 만나다]

전문 여행사진작가 김유나 씨

떠올리기만 해도,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대상, 어머니.
평상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5월 이맘때가 되면 떠오르는 사람, 바로 어머니다. 많은 한인은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기억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5월 12일을 어머니 날(Mother’s day)로 기념한다.
5월 12일 어머니 날을 맞아 뉴질랜드타임즈가 너무나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 비범함을 간직하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살아온 어머니를 만났다.
뉴질랜드 전문 여행사진작가이자 세 자녀의 어머니, 김유나 씨. 그는 편안한 후드티셔츠 차림으로 환하게 웃으며 반겨줬다. 내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물었다. “뉴질랜드에 다른 훌륭한 어머니들도 많을 텐데 왜 제가 인터뷰 대상이 되었나요?”

인도에서 10년간 체류…큰딸 유학차 NZ로

김유나 씨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남편과 함께 인도에서 10년을 살았다. 인도에서 의류 사업을 하다가 IMF가 터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했다. 그러다가 큰딸의 조기유학을 위해 뉴질랜드로 떠날 준비를 했다.
2002년 늦둥이 아들이 태어났다. 두 돌이 되도록 말을 하지 않았다.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아들은 문제가 없다고 믿었다.
뉴질랜드 이민이 결정되고, 한국을 떠나기 두 달 전에야 아들에게 자폐증세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아이가 문제가 있어 뉴질랜드로 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이민이 결정된 후에 그 사실을 알아 더 충격이 컸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오진이라고 생각했다. 담당 의사에게 “세 살이 되어도 말을 못 할까요?” 물었다. 대답은 “못합니다”였다. 자폐증 아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배우려고 했다.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남산에 있는 연구소에 비싼 돈을 내고 아이와 함께 수업에 참가했다.
첫 수업 후에 선생님이 그를 불러 다음 수업부터 엄마는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같이 있으면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들과 놀아주는 것뿐이었다.

아들, 자폐증 진단…캠퍼 벤 여행하며 치유

2004년 5월에 뉴질랜드에 온 뒤 아들은 언어 치료를 받았다. 2주에 한 번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한국과 다르게 선생님은 가족이 모두 올 수 있으면 같이 와서 참가하라는 말을 했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아들은 말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자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 역이민까지 생각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6개월을 살았다. 한국은 너무나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뉴질랜드를 자세히 알고 싶어 오자마자 캠퍼 밴을 샀다.
뉴질랜드에 오기 전에 많은 참고가 된 블로그를 보고, 뉴질랜드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뉴질랜드 정보를 알려주는 블로그(라이프 뉴질랜드스토리)를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따뜻한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다. 캠퍼 밴 대여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김유나 씨는 이 블로그를 교민들의 사랑방 같은 곳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캠핑 동호회, 사진여행동호회, 재능 나눔, 요리 시연, 교민 생활 정보 나눔 등이 블로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남편이 캠퍼 밴 운전대들 잡고 가족 모두 여행을 다녔다. 남편이 점점 바빠져서 캠퍼 밴 여행은 뜸해졌다. 처음에는 덩치가 큰 캠퍼 밴을 운전하기가 겁나 그냥 세워두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 아들과 단둘이 캠퍼 밴을 타고 여행을 떠났다.
말을 못하는 아들이었지만 눈치는 빨랐다. 차에는 엄마밖에 없고 가도 가도 둘만 타고 가니까 엄마를 의지하기 시작했다.


“사륜구동 캠퍼 밴 타고 NZ 비경 모아 여행책 내겠다”

올 9월 노스쇼어 단축 마라톤 10km 아들과‘아름다운 동행’계획

김유나 씨는 뉴질랜드 전국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있다. 뉴질랜드여행 관련책을 내는게 꿈이다.

사진여행동호회 4년 동안‘여행’ 20번 다녀

처음 1박 2일을 계획하고 타우랑가로 떠난 여행이 9일 여행이 됐다. 통가리로에 갔는데 아주 좋아서 여행 기간이 늘어났다. 그다음부터는 쉽게 떠날 수 있어 10일, 15일 여행으로 이어졌다. 캠퍼 밴에 먹을 것을 가득 실었다. 아들은 차 안에서 그림을 그렸다. 아들이 수영을 좋아해 가는 길에 있는 강, 계곡, 바닷가가 나오면 무조건 세웠다. 그곳에서 마음껏 수영을 했다. 물이 있는 곳이면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아들과 둘만의 여행을 3년 정도 다니자, 주위에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같이 떠나게 됐다. 그게 바로 사진여행동호회처럼 됐다. 아들을 포함해 동호회 여행을 한 게 4년 동안 거의 스무 번 정도.
그러다 캠퍼 밴 대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크기 별로 캠퍼 밴을 갖췄다. 2년 전에는 큰 맘을 먹고 비싼 캠퍼 밴을 샀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빌려준 차가 디젤차였는데 고객이 휘발유를 넣는 바람에 고장이 났다. 차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고, 수리 기간도 길어져 거의 도산 지경까지 이르렀다.
김유나 씨는 아들을 위해 희생한 엄마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 아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 계속 가게 되었다. 함께 떠난 여행은 그에게도 행복을 느끼게 해줬다.

한국에서 4월 3주간‘김유나 사진전’ 열어

아들이 열 살쯤 되었을 때다. 특수학교 선생님과 같이 쓴 것으로 보이는 그림 같은 글씨가 적힌 카드를 아들이 들고 왔다. “I want to say, I love you”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들이 이 말을 엄마한테 얼마나 하고 싶을까.” 그는 말을 못하는 아들 눈빛에서 소리 없는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었다고 한다.
“엄마 사랑해.”
지금 아들은 17세가 되었지만, 아직도 말을 잘하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랑해”라는 말을 아들에게 해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함께 여행하던 어느 날, 그가 운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두운 표정을 지었는지 옆에 있던 아들이 갑자기 그의 손을 잡으며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때의 감동과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아들이 그에게 준 기회가 또 있다. 여행 중 찍은 뉴질랜드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고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2018년 10월에 한국에서 개최한 한뉴 교류 사진전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얼마 전 4월 6일부터 4월 26일까지 ‘김유나 사진전’이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아들은 정말 특별한 선물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 아들이 없었다면, 장애아가 아니었다면 밖에 나가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아들이 자폐아라 많은 시간을 들여 아들을 돌봐야 했다. 아들을 돌보기 위해 함께 여행도 다니고, 캠퍼 밴 대여 사업도 하고, 사진도 찍게 되어 사진전도 여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올해 몇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중 하나는 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사륜구동 캠퍼 밴을 마련해서 사진 찍기 좋은 비경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 자료를 모아 한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트레킹 여행 관련 책을 펴낼 계획이다.
또 하나는 아들과 함께 올 9월에 있는 노스쇼어 마라톤 대회의 10km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이미 접수비도 내고 날마다 아침에 아들과 함께 동네를 뛰고 있다.
그는 “제 아들은 장애를 가진 것도 아니고 불행한 것도 아니라 단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뿐이다”라며 “아들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게 많기에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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