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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감기로 느낀 한-뉴 문화 차이

한국에서는 아파도 학교는 꼭 가야…근면·성실의 표본으로 여겨
NZ에서는 남에게 피해 주는 일…학생·부모가 집에서 해결해야


오래전 뉴질랜드에서 처음 맞은 겨울이었다. 찬비 탓에 독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새로운 나라 새로 시작한 학교에서도 결석을 안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해 볼 결심을 품었다. 기침도 좀 나고 미열로 볼도 발그레해진 채로 학교에 갔다.

2교시 영어 수업에 들어갔다. 엄격하시지만 수업 외에도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던 영어 선생님이 날 부르셨다.

“Are you alright?”

선생님의 관심이 고마웠다. 기침도 좀 나고 열도 좀 있지만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당장 책가방을 싸서 양호실로 가서 부모님을 부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는 표정마저 굳어 있어 왠지 크게 야단을 맞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당황해 가만히 서 있자 선생님이 뭐라고 더 얘기했다. 그때는 서럽고 당황스러워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툰 영어에 선생님 말씀이 제대로 들릴 리 없었다. 다만 그 정도로 아픈데도 나를 학교에 보낸 것은 부모님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를 했었고, 부모님 탓까지 들었을 때는 왈칵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그 정도의 감기로 결석하는 것은 나태함이라고 배웠다. 나는 개근상을 타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았고, 늘 칭찬을 들었다. 당연히 뉴질랜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빠진 수업을 어떻게 보충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던 시기라 집으로 돌려보낸 선생님이 야속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다른 문화권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문화 차이의 벽을 느끼게 해주었던 일이었다.

나중에서야 두 문화 간의 출결석에 대한 생각, 학생이 아플 때 우선시하는 것에 대한 관점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대화를 거치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겪고, 딛고 일어나야 했던 역사적 경험과 상황에서는 개근과 근면·성실을 중요시했다. 개근이라는 결과물이 바로 근면·성실함과 국력인 체력을 지킨 생활 태도와 그 과정의 증거라 여겼을 것이다.

한편 섬나라인 뉴질랜드에서는 병의 감염과 전염에 대해 늘 조심을 하고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들어온 유러피언과의 접촉으로 마오리 부족 하나가 병에 의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던 사례도 있었고, 유행병이 돌아 인구가 줄어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은 적도 있었다.

감기가 쉽게 전염이 되는 탓으로 내 반 친구들과 선생님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해 집에서 쉬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한다. 빠진 수업을 보충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며, 결석한 아이를 돌보느라 부모가 결근하는 것도 받아들여지는 사회인 것이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경험 했던 똑같은 일로 당황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을 만난다. 이유를 설명하면 머리로 이해를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마음마저 그 이유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내가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고도 할 수 없다. ‘내가 일부러 아픈 것도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키위 동료들과는 다르게, 병가를 내야 할 때마다 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 나 때문에 업무가 많아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자꾸 사과하게 되니 말이다.

오히려 그들이 나에게 되묻는다. 왜 미안하냐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이런 마음을 내가 한국 문화권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한국적인 근면·성실함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문화 차이를 표면적으로만 접하면 답답하고, 오해가 생기지만 그 이유를 알고 관점을 알고 나면 서로 다르지만 그중에 틀린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외부 필자의 글은 뉴질랜드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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