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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후배들을 위한 내리사랑

2세대 학생들 비슷한 형태의 고민…‘진로 정보의 날’ 재개
“일 년이라도 먼저 취직을 했다면 서로서로 도와주길” 당부

제15대 오클랜드한인회장 선거가 끝났다. 그 결과에 따라 누구는 슬펐고, 누구는 기뻤다. 한인 사회의 앞날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누구는 걱정을 하고, 누구는 기대를 품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새 한인회장의 공약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제15대 오클랜드한인회는 이민 사회의 전환점(터닝 포인트)이 될 것을 믿는다. 전보다 더 투명하고, 더 전문적인 한인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1.5세가 한인회에 모든 것을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2년에 한 번 한인회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들이 내거는 공약이 있다. 1.5세나 2세대들을 위한 것으로는 △취업을 돕기 위한 직업 정보 △세대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워크숍 △전문가 멘토링 프로그램 △전문 분야별 네트워크 등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진로 고민을 들어주고, 취업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인회보다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취직을 한 다음 세대가 하는 게 낫다. 키위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1.5세대 선배들의 도움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번 주 토요일(7월 6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노스쇼어 웨스트레이크 보이스 하이 스쿨(Westlake Boys High School) 강당에서 제5회 진로 정보의 날이 열린다. 뉴질랜드에서 자란 1.5세대 청년들이 고등학생, 대학생 및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 마련한 무료 행사다.

제1회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2008년에 열렸다. 내가 대학을 갓 졸업한 뒤였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을 하던 때였다. 그때 진로 정보와 선배의 조언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진로를 정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

그 당시 처음으로 시도했던 행사였던 만큼 교민 사회의 관심이 많았다. 널찍한 강당을 가득 채운 1천여 명이 훌쩍 넘는 학생이 1.5세대가 알려주는 직업의 장단점, 초봉 및 연봉, 구체적인 과정 및 조언을 들었다. 그 뒤 2009년에는 오클랜드를 넘어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뻗어갔고 2011년에 오클랜드에서 제4회 행사를 가졌다.

8년 만에 이 행사를 다시 열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있는 2세대 학생들도 여전히 비슷한 형태의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다. 둘째는 2011년 이후로 이 행사를 제대로 바통터치를 못 해준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이번 행사에는 10년 전에 학생 신분으로 ‘진로 정보의 날’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었던 청년들도 강사로 나선다. 이렇게 도움을 받았던 10대 중반의 학생들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되었다. 참으로 긍지를 느낄 만하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트레킹을 한다. 뉴질랜드의 웅장한 자연과 맑고 푸른 공기가 내 맘을 편하게 해준다. 종종 나보다 누군가 먼저 와서 이 깊은 산속까지 등산로를 만든 수고가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누군지 모르지만 수고에 수고를 더하며 길을 만들어 냈다. 건축 자재를 가져와서 그다음 사람이 더 편하게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줬다. 우리가 모두 그런 식으로 조금씩 노력하면 후배들이 우리가 밟았던 길을 따라오기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뉴질랜드의 많은 교민이 1990년대 초 점수제로 들어왔다. 그래서그런지 한국에서 다들 한자리하시던 분들이다. 분명 작은 교민사회지만 ‘회장님’ 숫자는 세계 어느 교민 사회 못지않은 곳인 것 같다.

감투 욕심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감투를 쓴 김에 교민 사회를 위해, 후배들을 위해 더 멋지고 값진 행사와 노력을 한다면 분명 작지만 강한 뉴질랜드 교민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감투가 없다고 뒷짐을 지고 남 돕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더 밝은 미래가 오는 것이 조금 더디어지지 않을까 한다.

일 년이라도 먼저 뉴질랜드에 왔다면, 일 년이라도 먼저 취직을 했다면, 일 년이라도 먼저 무언가를 배웠다면 후배들을 위한 내리사랑으로 서로서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그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교민사회가 될 거라 믿는다.

이준영_1.5세 변호사

◼︎외부 필자의 글은 뉴질랜드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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