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타임즈광장 시론 첨단 기술시대를 살면서

[시론] 첨단 기술시대를 살면서

과학기술의 궁극 목표는 자연 정복…자연과 늘 적대 관계 유지
현대인들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때문에 스스로 고립의 장막 쳐


요새 신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획기적인 정보통신 기술의 상용화를 뜻한다. 이런 첨단기술들은 그 순환 주기가 점점 빨라져서 그 흐름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그 기술이 가지는 힘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고 어떤 면에서는 기술에 종속되거나 지배를 받게 되어  기술의 사용자로서 지위가 흔들리게 되었다.

“기술이란 본래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어 내는 도구의 성격을 지닌다.”(하이데거).

칼이나 도끼 같은 도구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일을 쉽고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들이다. 이런 도구의 도움으로 집을 짓거나 음식을 만들고 논밭을 갈고 하는 생산활동에서 효율성이 높아졌다.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자연은 늘 사람들에게 어떤 제약을 주어 왔고 이런 제약을 넘어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삶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이런 도구들을 사용해서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는  데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자연의 정복에 있고 자연과는 늘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리가 칼을 쓰면서 잘못하면 손을 베일 수 있는 것처럼 도구는 부정적인 면이 그 속에 들어 있다. 예컨대 칼로 음식을 만들 때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로도 쓰일 수가 있다.

기술을 도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양면성이 있을 수 있고 사람들이 현명하다면 이런 좋은 점만을 살려서 풍요로운 문명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정보통신, 유전공학,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들이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휴대 전화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된 지 오래다.

몇 해 전에 한국을 방문했다. 전철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하나 같이 안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서 폴드를 열어 무언가를 확인하고서 제자리에 넣는 걸 보았다. 또 앉아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전화기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면서 휴대 전화기에 빠져 있었다.

현대인들은 컴퓨터나 휴대전화기와의 친근감 때문에 옆 사람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되고 스스로 고립의 장막을 치게 되었다. 우리가 휴대전화에 기대면 기댈수록 더 외로움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추방의 정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의 멀어짐- 이것이 우리 고독의 원인이다.

- Advertisement -

좀 더 폭을 넓혀서 보면 자연으로부터 멀어짐이라 할 수 있다. 아담과 이브의 실낙원도 실은 자연 질서에서 벗어남을 빗대어 만든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자연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자연 질서 위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자연을 통제하려는 사람의 야망이 첨단기기의 밑바닥에 숨어 있다. 한 여름에 얼음물을 마실 수 있고 한겨울에 수박이나 딸기를 먹을 수 있는 게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색다른 맛이라 하겠다.

이렇게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쓰는 덕으로 말보다 빨리 달릴 수도 있고 배로는 반년에 갈 수 있는 먼 곳을 열 한 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침에 오클랜드에서 출발해서 저녁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자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국경을 넘을 수 있어 값싼 농산물이 쳐들어오면 농민들은 눈물을 흘려야 한다.

이런 속도 때문에 세계는 한 지붕 식구들이 되었고 거대한 단일시장이 형성되어 구멍가게나 보따리 장사들이 들어설 틈새가 사라져 버렸다. 모든 부는 힘을 가진 한 사람에게 집중되도록 첨단기술들은 봉사하고 있다.

고대 로마가 노예제 사회였다면 그 노예제를 성립시키는 토대는 강력한 로마 군대였다. 현대에서는 로마 군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첨단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제로 거리를 달리게 되면 가장 먼저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개인택시를 하는 사람이거나 트럭을 모는 사람들이다. 이게 현실화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뿐이다.

정작 출구는 없는 것인가?

구춘수_시인


◼︎외부 필자의 글은 뉴질랜드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dvertisement -

타임즈 인기글

‘투표가 최고의 심판’…여권 들고 투표장으로

말 많고 탈 많은 오클랜드한인회, 지금 이대로는 안 돼 타임즈의 눈 제15대 오클랜드한인회 선거가...

“김우식 선관위, 한인회 돈이 그렇게 우스웠나”

◉ 타임즈의 눈 ‘15대 선거 비용 정산서 내부 감사 보고서’를 읽고 14대보다 $15067 더...

“이제까지 뉴질랜드에 이런 선거관리위원장은 없었다”

◉ 타임즈의 눈 선관위 운영 미숙으로 오클랜드한인회장•감사 선거 연기돼 제15대 오클랜드한인회장과 감사 선거가 6월...

리디아 고, 2019년 공로 훈장 받았다

리디아 고 특별 인터뷰 5월 15일 총독 관저에서 럭비 선수 대니얼 카터 등과 함께 뉴질랜드 한인 1.5세대 리디아 고(고보경)가 2019년 새해 공로 훈장을 받았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2막…여러 막 거쳐야 대서사시에”

북한‘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서‘완전히’에는 거부감 있어 지난 3월 17일(일) 뉴질랜드타임즈 도언태 발행인은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