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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다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10)

<반지의 제왕> 촬영지 1

뉴질랜드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LOTR-Lord of the Rings) 촬영지로 사용되었던 곳이 남북 섬 전역에 걸쳐 여러 군데 있다.

위키캠에는 LOTR-Boromir Death in the Forest이니 Gandalf rode to Isengard-LOTR 하고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던 장소 표기가 나온다. ‘그곳에 가면 뭔가 있겠지’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보로미르가 최후를 맞이한 숲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보로미르는 어디에서 죽었을까?”

구글에 “보로미르가 어디에서 죽었느냐?”는 질문이 있다. 답 란에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골이 엄청 깊어 보이는 산골짜기로 멋진 촬영 세트장과 주변 풍경을 상상하며 구글 위성 맵과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찾아 들어갔다.

이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는 길 이름이 파라다이스 로드(Paradise Road)다. 길 이름부터 흥미를 끈다. 맑은 가을 하늘에는 듬성듬성 흰 구름이 떠 있고 전방으로 멀리 보이는 설산이 둘러있다. 골짜기 좌우에도 설산이 좌청룡 우백호를 이루고 있다.

“와우!”

이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우리가 가고 있다니 천국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하지만 들어갈수록 차량 통행도 없고 길이 거칠어 혹 이런 긴 계곡에 폭우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계곡을 흐르는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 엄청난 피해를 주기도 할 것 같다. 괜히 쓸데없는 상상도 해본다. 이런 길은 비포장인 데다 좁고 꼬불꼬불해 조심조심 운전해야 한다.

아마 계곡 전체가 촬영장이었을 것

이 골짜기는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배경인 한국전쟁 때 다부동 전투로 이름난 유학산 자락 금호강 줄기의 긴 골짜기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 내 고향 동네가 있다.

들어가면서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반지의 제왕> 전투 장면 촬영 세트장 같은 건 없었다.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뉴질랜드의 정책으로 촬영이 끝난 뒤 다 철거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계곡 전체가 촬영장이었을 것이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골짜기인 데다 더는 우리 차로 들어가기에 무리겠다 싶어 그만 돌아 나오기로 했다. 계곡을 나오다가 이 골짜기 속 어딘가에서 하룻밤 자고 가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마침 위키 캠이 한 군데를 지정해 주었다. 자그마한 호수가 있는 곳인데 들어가 보니 참 좋았다. 호수 이름도 ‘다이아몬드’. 앞에는 예쁜 호수, 뒤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전기도 없고 관리인도 없는 그냥 빈터에 화장실만 있는 캠프장이다.

터를 잡았다. 때가 해거름인지라 해가 다 넘어가 버리기 전에 산중의 석양이라도 몇 장면 담을 요량으로 나가서 호수를 둘러보기로 했다. 호수와 주변은 예상을 뛰어넘는 풍경을 보여준다.

이 작고 깨끗한 호수에 바람도 안 불어 호수반영 찍기에 그저 그만이다. 또 호수 건너편 바위산이 보는 각도에 따라 거인이 누워 있는 형상을 보이기도 한다. 저녁을 해먹은 다음 차 안에 있는 소파 겸용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고향 생각에 잠긴다.

“우리 차 우리 차가…” 꿈에 나타난 고향

어린 시절 고향 동네 앞 냇가에 어마무시한 태풍 사라호로 인한 시뻘건 홍수가 계곡을 휩쓸고 지나갔다. 물가에 있던 커다란 소가 발을 헛디뎌 물에 휩쓸렸다. 떠내려가는가 했더니 머리가 물속을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용케도 헤엄쳐 건너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소와 개는 물에 빠져도 웬만해서는 헤엄쳐 나간다고 한다. 돼지가 떠내려가고 교각에 걸쳐진 배 때문에 낙동강 다리가 끊어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면이 바뀌더니 그 황토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리가 캠핑 중인 계곡으로 들이닥친다.

깜짝 놀라 언덕 위로 냅다 뛰었다. 그놈의 언덕이 왜 그리도 올라가기 힘든지 미끄러지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 가까스로 올라갔다. ‘살았구나’ 하며 뒤돌아보니 우리 차가 홍수에 휩쓸려 데굴데굴한다.

“우리 차. 우리 차가….”

소리를 내고 보니 꿈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박현득_사진작가 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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