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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천국’에서 ‘현실’로…무사 귀환하다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11)

<반지의 제왕> 촬영지 2

뉴질랜드에는 <반지의 제왕>(LOTR-Lord of the Rings) 영화 촬영지 중 한 곳. 보로미르 최후의 장면(Boromir death in the forest)을 촬영한,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로 어제 들어와서 사진 찍고 놀다가 캠프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어젯밤 악몽이 현실로…차 배터리가 방전

고요하고 적막한 이 깊은 산중에 동이 터 온다. 물안개가 있을 것 같아 새벽 일출을 촬영하러 호숫가로 나갔다. 고요한 호숫가에는 옅은 물안개가 피어있어 사진 찍기에 딱 좋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풀을 뜯는 양 떼들과 주변 설산이 어울려 멋진 달력 풍경을 보여준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깊은 산중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준비한 아침을 맛있게 잘 먹었다.

 “자, 이제 출발하자”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시동이 안 걸린다. 열쇠를 돌렸을 때 그냥 ‘딸각’ 소리만 나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로 봐서 배터리 방전 같다. 하긴 배터리를 교환한 지 5~6년이나 됐으니 의심이 갈 만도 했다.

AA(긴급 차량 서비스 지원)를 부르려 했는데 이건 또 무슨 변고인가? ‘4G가 안 터져’, ‘아니 1G도 안 되네.’ 휴대전화 통화 불능 지역이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겁이 덜컥 나기 시작한다. 어젯밤의 꿈이 예지몽이었나 보다.

설상가상으로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지역

혹여 지나가는 차라도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련만 여행 철이 아닌 데다 이 아침에 골짜기 안까지 차가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그러니 다른 차를 기다린다는 것은 허망한 일 아니겠는가?

‘아냐, 걸어서라도 내려가자.’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하나님은 감당할 만한 시련만 주신다.’

속담에서 성경 말씀까지 머릿속에 휙휙 휘몰아친다.

별궁리를 다하고 있었는데 ‘어제저녁 호숫가를 촬영할 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에서 ‘카톡’ 하고 소리가 난 적 있었지.’ ‘그래 거기야’하고 휴대전화를 켠 채 그쪽으로 천천히 가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통화 가능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호수의 끝 자락쯤에서 간신히 신호가 잡혔다. 휴대전화에 통화 가능하다는 표시의 막대기 몇 개가 뜬 것이다.

 “헬로 헬로 AA?”

지지직 뚝.

다시 “헬로 헬로 AA?”

그러다가 어찌하여 통화 연결은 됐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있는 위치에 대한 설명이 문제다. 여기가 어디인지를 어찌 설명해야 하나. 길 이름과 캠프장 이름만 대면 될 것인데 급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는 법인가 보다.

장거리 여행 전 차량 점검해야…교훈 얻어

이런저런 설명 끝에 들어온 경로와 옆에 조그마한 호수가 있는 사실을 알려주고 기다린다. 두 시간가량 기다렸더니 구세주 같은 AA가 왔다. 우리가 깊은 산골로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거리를 따져 보면 퀸스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 캠퍼 밴은 일반 차와는 다르게 배터리가 조수석 발판 밑에 감춰져 있었다. 만약 AA가 오지 않았다면 다른 차를 만났더라도 배터리를 찾지 못해 점퍼선 연결도 못 할 뻔했다.

겨우 시동을 걸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캠프장을 빠져나오는데 길 한쪽에 ‘보로미르가 최후를 마친 전투 장면 촬영한 곳’이라는 조그마한 팻말이 보였다. 이마저 없었으면 그곳은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지 모를 흔한 숲이었다.

‘비포장길 깊은 산골 함부로 들어가지 마라.’ ‘차량 안전 점검 확실히 하고 다녀라.’ ‘장거리 여행 땐 AA 꼭 가입하고 다녀라.’ 그리고 ‘침착해라.’ 혼자 속으로 중얼중얼한다. 배운 것이 참 많은 여행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박현득_사진작가 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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