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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식의 인생을 부모가 설계하지 말자

“한국을 떠나 더 행복하기 위해 8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왔다.
나의 행복을 위해 자식의 행복을 담보로 삼지 않으려 한다.”


“지금 행복하니?”

친구의 뜬금없는 이 질문이 나를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떠나게 했다. 뉴질랜드로 오기 1년 전쯤 간만에 술자리에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직장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하냐는 질문에 긍정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직원의 ‘행복’을 그룹 철학으로 삼고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최근 유엔에서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세계 156개 국가 중에서 8번째로 행복한 나라이다. 반면에 한국은 54등이다. 2018년 한국 GDP 순위는 12위로, 경제적 위치와 행복 순위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이 13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 보고서는 또한, 사회 상황과 정치 제도를 비롯한 각 나라의 생활 환경이 국제 행복의 순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원천으로 행복한 나라로 터전을 옮긴 이민자는 원주민만큼 행복해진다고 밝혔다. 그럼 과연 행복한 나라 54등 국가에서 8번째로 행복한 나라, 뉴질랜드로 이주 온 한인들은 행복할까? 궁금해진다.

얼마 전 주말, 오클랜드 알바니에 살 때 이웃이던 키위 가족의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었다. 그 부부는 딸 셋을 키우고 있고 우리 부부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식사하면서 서로의 나라, 문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딸들과 아들들을 키우면서 겪는 기쁨과 어려움 등의 에피소드를 서로 교환하다가 아이들의 교육으로 자연스레 주제가 옮겨갔다.

그들은 전형적인 키위 가족으로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 자식 교육관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먼저 그들은 자신들이 학교 다닐 때 왜 많은 동양 친구들은 하나같이 의사,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우리에게 아이들이 커서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냐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부모의 공통적인 질문을 했다. 나는 “우리 애들이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가져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완벽한 모범 답안으로 그 물음에 답했다. 정말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에게 반문했다.

우리는 흔히 모든 직업은 저마다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모두 안다. 사람들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 정서상 돈을 많이 버는 직업만이 남에게 존중받는 것도 아니다. “그 집 자식 농사 잘 지었어” 그러면 그 집 아들 또는 딸이 상위권 대학에 가거나 대기업 입사, 또는 ‘사’자 직업을 가졌을 때 비로소 자식을 잘 키웠고, 그 자식들은 부모에게 효도했다고 생각한다.

한인의 자식 사랑은 어느 민족보다 대단하다. 하지만 엄청난 자식 사랑으로 인해 자식은 부모 소유라는 착각을 하는 면이 없잖아 있다. 그런 부모의 특징이 자식의 삶을 자기들이 계획한다. 적지 않은 부모가 자식이 자신들을 위해 태어난 존재인 양, 자식을 자기 소유물로 여기고 자식의 행복을 자기가 설계하는 우(愚)를 범한다.

나는 자의였든 타의였든 한국을 떠나 더 행복하기 위해 8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왔다. 나의 행복을 위해 자식의 행복을 담보로 삼지 않으려 한다.

내 자식을 포함해서 한인 1.5세대, 2세대가 평생 해도 즐거울 직업을 찾았으면 한다. 돈 때문에,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좋아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 인생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스스로 설계한 삶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

우리 다음 세대는 자기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한다. 꼭 그렇게 하면 좋겠다.

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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