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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향 들판에 왜 개구리가 자취를 감췄을까

지성인, ‘독서인’의 다른 이름…비판적 시각에서 사회 바라봐야
우리 모두 작은 문고판 책 한 권 들고 다니는 여유 가졌으면


내 고향은 낙동강 삼각주 안에 있는 김해평야다. 그 들판에는 개구리와 물뱀이 징그러울 만큼 많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독한 살충제를 마구 뿌려 메뚜기를 비롯한 많은 곤충이 사라지면서 개구리나 물뱀들도 똑같은 운명에 들게 되었다.

그 많았던 책방들이 문을 닫게 되고 우리 주변에서 책방이 사라지게 되면서 고향 들판에서 자취를 감춘 개구리나 물뱀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나 포털 사이트들 때문에 사람들이 점차 책에서 멀어지게 되어 영세한 책방들이 설 땅을 잃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가을에 독서주간이란 게 있었다. 학교에서는 독후감 경진 대회도 열렸다. 사회 전체가 책 읽기를 권장하고 좋은 책을 읽고 난 뒤에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는 문화공간이 살아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책 읽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많이 퇴보해 있다. 이제 책 읽기는 소수의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는 특수한 현상처럼 느껴진다.

책 읽기의 좋은 점은 공감 능력 향상에 있다. 즉 독자와 작가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 놓고 일치감을 이루어 내는 데서 감동과 희열을 얻는다. 이런 감동은 한 달, 일 년, 평생 이어질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기에 평생 손에서 책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책 읽기가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하는 독서는 공감을 얻기 위한 독서라기보다는 실용적인 목적의 독서라 할 수 있고 교과서나 교재가 이런 성격을 지닌다.

우리가 말하는 독서란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는 교양서적 또는 동서양의 고전을 읽는 것이다. 이런 책 읽기를 통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삶을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주고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인류가 가져야 할 높은 이상이나 사회적 문제에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도 있다. 지성인이란 곧 독서인의 다른 이름이다. 지성인의 사회적 역할이란 비판적 시각에서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바라보는 일이다.

더 나은 사회,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판적 관점에서 자신이 사는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또 이런 책 읽기를 통해서 정신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감성이나 영성을 풍요롭게 할 수가 있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일구어 가는 토양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예전보다 사람들이 책을 적게 읽는 것은 어디서나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는 게 가능해 상대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내용물들은 강한 호기심과 재미를 주는 것이어서 사람들이 여기에 빠져들기가 쉽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는 직관적 특성 때문에 전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에서 보여 주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방적 소통’이다. 이와는 달리 독서에서는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끊임없는 ‘양자 대화’가 이루어지고 또 읽다가 어려운 부분을 만나게 되면 잠시 책을 덮고서 깊은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고 좀 더 깊이 있는 사유로 이끌어 준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비디오 환경에 친숙하게 되면서 독서 문화가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걸 보면서 서글픈 느낌마저 든다.

깊은 가을밤 축담 밑에서 우는 귀뚜리 소리를 들으며 재미있는 책을 읽었던 젊은 시절이 새삼 그립다. 끝까지 종이책이 살아남아서 우리의 정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문고판 책 한 권 정도 들고 다니는 여유도 가졌으면 한다.


구춘수_시인


◼︎외부 필자의 글은 뉴질랜드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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