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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이끌려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16)

데저트 로드(Desert Road)

남섬으로 내려갈 때와는 달리 돌아오는 길은 1번 국도를 택했다. 1번 국도는 북섬 중심부를 달리며 여러 경치를 보여주지만, 매우 특이한 풍경을 보여주는 구간이 있다. 고산 광야지대, 바로 데저트 로드(Desert Road) 구간인데 와이오우루(Waiouru)에서 란기포(Rangipo) 가는 구간으로 보면 된다.

한국전쟁 기록 볼 수 있는 국립 군사박물관

고산 광야지대로 들어가기 바로 전에 가을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동네 타이하케(Taihake)를 통과하게 되는데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무작정 동네 골목길을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나왔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와이오우루에는 국립 군사박물관(National Army Museum)이 있어 휴식도 할 겸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전쟁 관련 사진이며 전투 장면을 입체적으로 꾸며 놓았는데 한국전쟁 때 참전한 기록으로 조그만하게 부스도 만들어 놓았다.

언제나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루아페후산

여기서부터 고산 광야지대가 시작되는데 이 데저트 로드는 한겨울에 눈으로 길이 통제되기도 한다. 좌측으로 북섬 최고봉이고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주봉이며 해발 2,797m로 백두산보다 높아 언제나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루아페후산이 있다.

이 산은 유명한 스키장을 두 곳이나 가지고 있다. 수년 전에는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일대를 통과하는 비행기 항로가 막히고 스키장이 일시 폐쇄된 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또 그 옆에는 깔때기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을 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우르호에산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이 황량한 고산 벌판 지대를 통과하면서 뒤쪽 침대용 좌석에 있던 나는 차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찍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럴 즈음 운전석에서 “임무교대 좀 해야겠어요.” 하고 길가에 차를 세운다. 졸려서 안 되겠단다.

“이번엔 내 차례네, 알겠어요.” 하고 운전석 쪽으로 다가갈 무렵 멈춘 줄 알았던 차가 갑자기 앞으로 쏠리며 급정거해 버린다. 나는 그대로 차의 통로 가운데로 꼴아 박혔다. 악! 하곤 얼마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돌아오니 목 뒷부분에 아픔을 느낀다. 그리곤 한동안 그 상태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 일행들이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어째야 하나?” 의견이 분분한 소리만 귀에 들려온다.

순간 옛날 직장생활 때의 일이 생각났다. 부산에서 온 후배 직원 하나가 가벼운 추락사고로 목이 젖혀졌는데 전신마비가 왔고 몇 개월 버티다 죽은 일이 있었다. ‘나도 이제 목이 부러졌으니 전신마비로 얼마간 연명하다가 죽겠구나!’ 했다.

참 가지가지 일어나는 이번 여행

그러니까 상황은 이랬다. 운전사가 차를 세울 때 기어가 아직 D에 있는 걸 깜박하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차가 움직인 것이다. 화들짝 놀란 운전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다시 밟았고 마침 그때 난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다른 한 손엔 작은 손가방을 든 채 앞으로 나갔다. 나는 앞으로 곤두박질쳤고 통로에 쌓아 둔 배낭 더미에 얼굴을 박아 목이 뒤로 획 젖혀졌다.

‘여기서 구급차를 불러오기를 기다리느니 이 차로 가까운 도시까지 가자’ 하고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나는 침대에 부착된 안전벨트에 몸을 묶고 반듯하게 누워 안정을 취했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온몸을 움직여보니 목 부분에 통증은 있었지만 일단 모든 기능이 잘 작동된다. 이대로 오클랜드까지 가서 큰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아직은 이승에서 해야 할 일이 좀 더 있는 모양이다. (후기; 오클랜드로 돌아온 후 엑스레이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고 물리치료와 침을 좀 맞은 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참 가지가지 한다. 여기서 또 하나 깨닫는다. 캠퍼밴은 일반 승합차나 버스와는 달라 운전석과 조수석 빼고는 대부분 침대와 소파, 간이 주방 시설로 되어있어 위급할 때 붙잡을 데가 없다. 차가 진행 중일 때 결코 움직여서는 안 된다.

<다음 호에 계속>

박현득_사진작가 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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