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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훈의 교육 이야기] 독서는 공감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전정훈의 교육 이야기(8)

나와 타인의 경계

최근에 방영 중인 tvN의 주말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17화에 “이름이란 묶는 것이다. 아무도 저를 사야(송중기 분)라 부르지 않고 제가 어디를 가서도 사야라고 말하지 않으면 사야는 없는 겁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자신이 사야일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봄 직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선승들의 화두처럼 답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이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이 질문을 받았을 때의 나의 대답은 “나의 이름은 John이고, 2006년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와서 현재 오클랜드에 살고 있으며, 나의 직업은 학원 운영과 유학생 케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가족으로는 나와 아내, 그리고 딸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나이는 …” 이런 식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이 아니다. 가령 이름, 즉 John이 ‘나’인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구별하기 위해 붙인 ‘나’의 이름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나의 가족, 즉 아내의 남편, 딸의 아버지인 것이 ‘나’인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가족관계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이런 식으로 질문과 부정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나’라는 존재의 본질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규정되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기독교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주 원시적인 종족에게는 ‘나’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도 없었을 것이다. 나의 이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불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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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러한 관계성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은 관계성이고, 관계성은 사랑으로 표현된다. 연애하면서 사랑한다는 것은 나와 타인이 둘이 아니며, 사랑 속에 함께 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이 사랑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종교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통해 이를 깨달을 수 있다거나, 또 무명(無明)을 제거함으로써 이를 깨달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공감이란?

일반적으로 공감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심리학자들이 그렇다. 그러나 그 반대의 주장도 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당신이 옳다』라는 자신의 책에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중략– 이 질문을 던지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질문 전후 이야기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기도 한다. 별말 아닌 것 같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어서 그렇다.”(정혜신. 2018. 당신이 옳다. 해냄)

젊은 시절에 나는 ‘마음 나누기’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고, 또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단조로운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 참가자들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구체적인 상태보다는 좋다 싫다 정도만 알고 있었고, 그마저도 잘 알아차리거나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워했었다.

사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까지는 내 마음에 집중해본 적이 별로 없었고, 그때 가서야 비로소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에 대해 스스로 알아차리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을 연습해볼 수 있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감은 나와 상대의 사이에서 주고받는 정서적 반응으로 상호적인 것이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지하고, 상대에 공감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누구나 사랑, 미움, 기쁨, 슬픔, 행복, 불행, 연민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그것들과 같은 감정이다.

결국, 공감 능력은 관계성이라는 본질에 비추어볼 때 인간이 가져야 하는 덕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독서와 공감 능력

독서가 공감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많은 연구 보고가 있다. 특히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이 공감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또 말보다 문자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이디 Heidi>를 읽으면서 나도 하이디가 되어 피터와 함께 천방지축 알프스 산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행복감을 맛보았으며, 도시생활에 지친 하이디가 알프스를 그리워하며 몽유병을 앓을 때는 나도 안타까워했다. 이 시절 읽었던 책들 중에 특히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은 <프란다스의 개 A Dog of Flanders>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주인공 네로와 파트라슈가 함께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만 나도 서러움에 복받쳐 책을 덮고 한참 울었다. 엄마가 저녁밥을 먹자고 불렀는데 생각이 없어 그날 저녁을 굶었던 기억이 난다.” (박승아. 2005. 월드클래스 공부법. 김영사)

공감에 대한 글이다. 이 글에서 박승아는 자신이 읽은 책 속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행동이나 느낌을 실제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상상하며 느끼고 있으며, 그것을 자신의 책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공감 능력은 이렇게 상대의 생각이나 느낌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공감은 말하기나 쓰기와도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습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젖어보십시오. 그 누구든 글 쓴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한테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을 느껴 보시라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여러분이 쓰는 글이나 말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를, 얻는다면 얼마나 폭넓게 억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유시민. 2016. 유시민의 공감필법. 창비)

유시민 작가는 공감받기 위해서는 먼저 공감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공감 받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공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시작은 언제나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뉴질랜드 교육, 학교 커리큘럼, 자녀 학업, 진로 등 교육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해주시면, 별도의 Q&A 코너에서 답변하겠습니다.
필자(newcan119@gmail.com)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전정훈_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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