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인의식

뉴질랜드 한인으로 이곳 주인은 ‘바로 나’라는 주인의식 가져야
NZ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안고 모든 일에 최선 다해야


뉴질랜드는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역사가 짧다. 유럽은 긴 역사와 잘 보존된 많은 유적지를 가지고 있어,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최첨단 IT 기술과 한류 문화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도 반만년의 긴 역사가 현재의 발전에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뉴질랜드 방문객 중 뉴질랜드의 역사와 유적지를 보러 오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200년에서 1300년 사이에 마오리족이 폴리네시아에서 뉴질랜드로 처음 도착했다고 한다. 백인은 네덜란드 출신 탐험가 아벌 타스만(Abel Tasman)이 1642년에 뉴질랜드에 처음 발을 디뎠다. 다음으로 1769년에 영국 출신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쿡 선장은 1769~1777년에 걸쳐 여러 차례 뉴질랜드를 답사했다. 그 이후 1840년 마오리족은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뉴질랜드의 통치권을 영국에 양도하는 와이탕이 조약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약 150년 후인 1990년대 초반 한인들의 뉴질랜드 이민 물결이 일었다.

현재는 약 3만 8천 명 정도의 한인이 뉴질랜드에 정착해 살고 있다. 뉴질랜드 한인은 짧은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민족성을 보이며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뉴질랜드는 비교적 늦게 세워진 나라다. 역사가 짧아 타파해야 할 낡은 관습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구습을 타파하는 것 대신에 국민 인권을 위해 더 힘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의 결과로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가 되었다. 현재는 동성애와 인권, 다양한 민족을 인정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데 많은 힘을 쓰고 있다.

뉴질랜드는 인권과 평등성을 내세우는 나라이기에 이곳에 사는 한인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다. 그 혜택은 뉴질랜드 공기관은 물론이고 사기업까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한인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관에는 아시안도 있고, 한인도 있다”고 생색을 내기 위한 명목주의, 토크니즘(Tokenism, 사회적 소수 집단의 일부만을 대표로 뽑아 구색을 갖추는 정책적 조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정책 덕분에 한인으로서 어느 분야이든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큰 혜택이다.

나는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뉴질랜드 경찰에서 경찰 검사로, 국세청에서는 국세청 검사로 근무하게 되었을 때도 한인 신분이었다는 것이 장점이었지, 내가 극복해야 할 단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분만으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위치에 맞는 적절한 실력과 배경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한인이 어디든 필요하지만, 그 자리에서 인종을 초월하여 출중한 실력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야 한다.

달리 보면 이것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민족보다 더 잘해야만 한인의 위상이 올라가고 한인 후배들도 그와 같은 자리로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

이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인종을 초월하여 널리 인정받으려면 뉴질랜드 역사와 문화에 관해 공부해야 한다. 우리의 뿌리는 대한민국이지만 이제는 뉴질랜드 한인으로서 이곳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뉴질랜드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뉴질랜드 공무 직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모두 현재 뉴질랜드 역사의 한 획을 그어나가고 있다. 뉴질랜드 역사가 짧기에 우리 한인이 남기는 발자취는 크게 남을 수 있다.

그러니 더는 뉴질랜드에서 이방인처럼 겉돌지 말고, 영어도 배우고, 마오리족 역사도 알고, 이들의 문화도 즐기며 이 나라의 주인답게 살아가는 것에 도전해보자.



이준영_1.5세 변호사

◼︎외부 필자의 글은 뉴질랜드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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