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희, 그림을 읽다] 봄볕 사냥

박인희, 그림을 읽다(9)

한국처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비가 수시로 내리고 단열 처리가 안 된 나무집에서 지내야 하는 뉴질랜드의 겨울은 한해 한해 이민 역사가 쌓여가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올겨울도 추위를 피해 카페를 찾기도 하고 난방이 잘 되어 있는 시립 도서관에도 갔다가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지만, 애들이 직업을 찾아 혹은 배우자를 따라 다른 나라로 떠나가 버려 집은 겨우 두 노인네의 체온만으로 유지된다.

으슬으슬하게 추운 겨울이 가고 드디어 코파이가 피었다. 코파이(kowhai)는 마오리어로 ‘노란색’을 뜻한다. 노란 꽃이 댕글댕글 귀엽게 매달려 핀다. 코파이 나무다. 겨울 속에서 봄을 알리는 수선화도 노랑이고, 귀여운 프리지어도 노란색이다.

봄이 되면 그리워지는 내 고향의 노란 개나리 때문일까. 밝고 따뜻하게 노랑으로 빛나는 이 꽃들은 겨우내 추위에 스산해진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면서 봄의 기쁨을 선사한다.

오클랜드에서 1번 도로를 타고 와이카토강을 따라 한 시간 반쯤 남쪽으로 가다 보면 1B Gordonton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많은 교민이 가을이 되면 밤을 따러 이쪽 길을 찾곤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밤 농장 체험을 위해 이 동네로 갔다가 우연히 Woodlands Historic Homestead Cafe를 발견했다.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됐는데 주위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그 뒤 해밀턴 쪽을 오갈 때는 꼭 들르곤 한다.

벚꽃철 커다란 아와누이 다섯 그루가 만개할 때 카페 주차장은 핑크 천국이 된다. 1870년대 지어진 빅토리안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저택의 정원 또한 늘 개방해 놓고 있다. 식사 후 한 바퀴 돌며 걷게 되는 연못가의 정취는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을 선사한다. 홈스테드 주인이 모네의 정원을 모델로 해 만들었다고 하는 이 정원은 꽃이 피면 핀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이었다. 철쭉과 코파이가 활짝 펴있던 이 날의 사진이 아름답게 남겨졌다. 그날따라 날씨가 좋았고, 초록의 모네 다리에는 역시 봄볕 사냥을 나온 키위 모녀가 있어 내 사진의 적절한 모델이 되어 주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다가오는 봄날을 미리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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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희_아마추어 화가, 오클랜드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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