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Z라이프 여행 북섬에서 만난 고약한 길…150km 구간 주유소 없어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북섬에서 만난 고약한 길…150km 구간 주유소 없어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19)

‘잊혀진 세계길’(1)(Forgotten World Highway, SH43)

‘잊혀진 세계 하이웨이’(SH43)는 뉴플리머스의 아이콘 타라나키산을 뒤로하고 타라나키 벌판의 심장이라 부르는 스트랫퍼드(Stratford)에서 출발해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루아페후(Ruapehu)의 타우마루누이(Taumarunui)에 이르는 150km 구간을 가리킨다.

스트랫퍼드라는 동네 이름은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도시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길 이름이 로미오(Romeo)와 줄리엣(Juliet) 등 여러 셰익스피어 작품의 등장인물들로 되어 있다.

탐사 정신으로 새로운 길로 가보기로

다손(Dawson) 폭포에서 나온 우리는 에그몬트 국립공원 센터의 잘 지어진 카페로 들어가 몸을 녹인 후 나와서 “편안하게 3번으로 그냥 갈까?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가 볼까?” 하다가 탐사 정신이 발동해 새로운 길인 43번(SH43) 도로로 가 보기로 했다.

43번 도로 입구에는 “여기서부터 150km 구간은 주유소가 없으니 기름탱크를 채워 넣으라”는 커다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이 경고판을 뒤로한 채 희희낙락 출발했다. 이 한적한 산악길은 스트래스모어(Strathmore), 왕가모모나(Whangamomona), 타호라(Tahora) 이렇게 세 개의 산등성이를 지나게 된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색 구릉지를 지나고, 꼬불꼬불 S 코스에 U턴 코스, 좁은 협곡에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비포장길도 있는 산악길을 마냥 달린다. 뉴질랜드에서 두 자리 숫자의 도로치고 꼬불꼬불하지 않은 도로 보기 어렵다지만 이처럼 다양하고 재미있으며 고약한 도로는 북섬에서 처음인 것 같다.

오래전에 달렸던 불영계곡을 생각나게 하고 뽀얀 먼지 날리며 시외버스로 터덜터덜 넘어가던 대관령 고개도 생각났다. 또 어떤 협곡에서는 이 땅의 주인 격인 목자 잃은 야생 양들이 수시로 출몰한다. 원래가 그렇듯 초행길이라 시간상으로 그리 긴 것도 아닌데 어쩜 그토록 길게 느껴지는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아 두렵기까지 하다.

한적한 산골에도 경관 좋은 숙박 시설이 있어

뉴질랜드는 참 희한하다. 이런 한적한 산골에도 경관 좋은 언덕 위 길가에 여행객을 위해 지어진 그럴싸한 숙박 시설이 있다. 이름이 백 컨트리 어커모데이션(Back Country Accommodation)인데 텐트 사이트에 파워 사이트, 카라반 시설에 B&B(Bed& Brea

kfast)까지 여행자가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는 시설은 다 갖추고 있다.

우리는 입맛대로 골랐다. 어떤 분은 카라반을 또 어떤 분은 캐빈을 택했고 우리는 파워 사이트를 사용하여 윙크(작은 캠퍼 밴)에서 자기로 했다.

이 한산한 겨울철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팀뿐이다. 미리 예보는 되었지만 바깥에는 겨울비가 세차게 퍼붓고 있다. 지대가 좀 높은 탓도 있겠지만 집이 흔들거릴 정도라 이러다가 윙크가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 부부는 정말 순박하게 생겼다. 이러한 궂은 날씨 속에서 우리는 고풍스러운 벽난로가 있는 잘 정돈된 홀에서 주인 부부와 함께 한국식 저녁 만찬을 푸짐하게 나누었다.

배가 불렀으니 이젠 가볍게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질 차례다. 분위기가 이러니 내 피리가 가만있을 수 없지. 나는 여행을 갈 때는 언제나 피리를 가지고 다닌다. 그러다가 분위기 땡(?)기면 아무 데서나 한 곡조 부는 낭만(?) 악사다.

피리 연주하자 그 많았던 관중 없어져

피지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한번은 어느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팀 거리 공연을 했는데 마침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길래 얼씨구나 하고 우리는 전을 펴고는 팀 리더가 기타로 “This is the day…”를 노래하며 예의 하던 대로 버스킹을 시작했다.

곧이어 내 차례가 되어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지그시 눈을 감고 한 곡조 한 후 눈을 떠보니 그 많던 관중이 싹 없어져 버렸다. 생각해보니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많은 관중 앞에서나 할 수 있는 동작으로 피리를 불고 있었으니 좀 웃기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혹 내가 연주한 피리 소리가 별로라서 관중들이 싹 흩어져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내 표정을 눈치챈 한 팀원이 귀띔해 주었다.

“그런 게 아니야. 방금 버스가 도착해서 사람들이 몽땅 타고 가버린 거야.”

바깥에는 폭풍우가 계속 쏟아지고 있어 윙크가 흔들흔들한다. 마치 엄마가 흔들어 주는 요람 속에서 자는 아기라도 된 느낌이다.      

<다음 호에 계속>

박현득_사진작가 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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