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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나 때는 말이야


진정한 공감이 바탕이 된 경륜을 살린 조언을 해줘야
할 말은 하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 대접 받을 수 있어


“아빠가 학교 다닐 때는 말이야~”

언제부터인가부터 아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아들은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적어도 30년 전의 케케묵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단 아들뿐만이 아니다. 나보다 젊은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행여 상대방 이야기 중 내가 아는 내용이 나오면 바로 치고 들어가 나의 무용담 또는 생각으로 대화 주제와 화자를 나로 바꾼다. 내가 어렸을 때 “절대 꼰대 같은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며 그토록 혐오했던 그 ‘꼰대’처럼 행동하고 있다.  

최근 영국 BBC방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오늘의 단어’로 ‘KKONDAE(꼰대)’라는 한국어가 소개됐다. BBC방송은 ‘꼰대’란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An older person who believe they are always right)”이란 뜻이며 “다른 사람은 늘 틀렸다고 여긴다”고 해설도 달았다.

BBC 방송의 페이스북은 꼰대를 오늘의 단어로 소개한 지 20시간 만에 전 세계 누리꾼들로부터 1,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300여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공감을 표하며 “아빠 번호를 저장할 때 대신 적을 단어를 찾았다.”, “결혼한 이후 내 남편은 줄곧 이랬다” 등 다양하게 댓글을 달았다. 이러한 뜨거운 반응을 보면 ‘꼰대’라는 단어만 없을 뿐이지 다른 나라도 꼰대처럼 행동하는 대상이 있는가 보다.

국어사전에 실린 ‘꼰대질’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하는 등 ‘꼰대’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다. 그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프랑스어로 ‘백작’을 의미하는 ‘꽁트(comte)’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한다. 

꼰대의 대표적인 특징은 자신보다 나이가 적다 싶으면 말을 놓거나 명령조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과거 생활과 비교하면서 “요즘 젊은 애들은 편해졌어”라고 지적을 한다. 또한, 아랫사람의 사생활에 자꾸 참견하고 시시콜콜 조언하면 영락없는 ‘꼰대’가 된다는 것이다.

꼰대라 여겨지는 선배들은 후배가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마음에 돕고자 한 것이라고 자신을 변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과거 성공 경험은 신진세대에게는 더는 유효하지 않을 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다.

더 큰 문제는 선의로 시작한 조언은 결국 도를 넘어 쓸데없는 참견으로 변한다. 경험과 지혜가 담긴 말도 없지 않으나 충고가 간섭되기 전에 멈출 줄을 모른다. 상대방이 느낄 거부감을 빠르게 알아채고 그 조언을 멈춰야 하는 데 말이다. 조언과 간섭의 경계를 구분 못 하고 있다.

듣는 후배는 본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선배들의 공감 없는 공허한 조언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어른이 ‘어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수직적 위계질서가 중요하던 시기에 힘을 발휘하던 어른들이 지금의 수평적 사회에는 그에 걸맞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또 꼰대로 인식되는 게 싫어서 진정으로 충고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한다.

사회가 어떻게 변하든 여전히 어른은 필요하다. 하지만 “‘나 때는 말이야~”’하는 간섭 대신 젊은이들을 진정으로 공감하여 경륜을 살린 조언을 하거나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적용한 충고를 해야 ‘백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른’ 대접은 받지 않을까 싶다. 할 말은 하는 제대로 된 어른 말이다.

살이 쪘다고 인정해야 다이어트를 시작하듯이, 오늘부터 나 역시 꼰대다. 일단 인정해야 꼰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정녕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은 이토록 멀고도 험하단 말인가.


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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