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Z교민뉴스 교민뉴스 ‘스물네 색깔 무지개’, 멋진 노래로 한인 사회 빛내

‘스물네 색깔 무지개’, 멋진 노래로 한인 사회 빛내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열 돌을 맞다

10주년 기념 공연 11월 25일(월) 브루스 메이슨 센터에서 열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무지개. 그 ‘무지개’처럼 멋진 세상을 펼쳐보겠다는 마음으로 교민 사회에 선보인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단장: 신현국, 이하 무지개)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2010년 첫 공연을 한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그동안 함께 해온 단원을 대표해 교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창단 때부터 무지개의 빛을 연출해 온 신현국 단장의 말이다.

무지개는 뉴질랜드 교민 사회의 대표적인 중창단이다. 단원은 모두 24명. 할머니들로 구성된, 어르신 중창단인데 놀랍게도 평균 나이가 78세에 이른다. 가장 나이가 많은 단원은 84세, 가장 나이가 적은 단원은 65세다. 거의 어머니와 딸뻘 사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무지개의 특징은 공연 때 부르는 노래를 전부 외워서 한다는 점이다.

“정기 공연은 물론 초청 공연 때 하는 노래도 다 외워서 하죠. 물론 쉽지는 않지만, 수십 번 수백 번 외우고 외워 무대에 섭니다. 나름 저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죠. 관객들을 향한 최소한의 성의이기도 하고요.”

1회 정기 공연 때부터 무지개에 빛을 더해준 오진영 총무의 말이다.

무지개는 해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 정기 공연을 펼친다. 교민 사회에 내놓는 멋진 연말 선물이다.

“몇 해 전부터 브루스 메이슨 센터에서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무대를 펼쳐 보이겠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후원해 주시는 분들과 많은 교민의 도움 덕분에 성공리에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신 단장은 창립 10주년 특별 행사에 더 많은 교민이 자리를 함께해 주길 당부했다.

올해 행사 역시 남십자성예술단(올해로 22주년)과 함께 올려지는 정기 공연이기는 하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10주년 잔치’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올해 공연에는 특별히 꼭두각시 무용 시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할머니들의 재롱(?) 잔치가 어떻게 무대에 올려질지 직접 참석해 지켜보았으면 좋겠다.

그 밖에도 합창 ‘별’, ‘에델바이스’, ‘산타루치아’, 한국 민요 ‘도라지’, 울산 아가씨’ 등이 관객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일시: 11월 25일(월) 저녁 7시 30분
장소: 타카푸나 브루스 메이슨 센터
관람 표 문의: 027 471 5156

박성기_기자




무지개의 가야금 팀, ‘나니래’ 이옥순, 박영실 씨

“우린 환상의 듀엣…국악의 진가 보여 드릴게요”

‘무지개’ 공연에서 눈여겨 지켜봐야 할 순서가 있다. 바로 가야금 팀(이옥순, 박영실)의 시간이다.

“6년 전 첫 자리를 가졌어요. 우리나라의 음악, 국악을 한인들과 현지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지요.”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의 가야금 팀, ‘나니래’를 이끄는 이옥순 씨의 말이다. 그는 ‘예향’(藝鄕)이라고 하는 전주에서 태어나 20여 전부터 가야금을 켜왔다. 전문 가야금 연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박영실 씨는 어려서부터 서양 음악을 즐겨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국악의 매력에 빠졌어요. 구수한 숭늉마냥 깊은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선생님(이옥순)을 만나 함께 연주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죠.”

둘은 환상의 듀엣이다. 무지개의 정기 공연은 물론 한인회 주요 행사나 현지인 문화 행사에 단골 연주자로 불려간다. 국악으로 우리나라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외교 사절이기도 하다.

“여든 가까운 연세인데도 배우는 속도가 무척 빨라요. 존경스럽지요.”(이옥순 씨의 말.)

“늘 정열적으로 가르쳐 주시죠. 선생님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박영실 씨의 말)

서로 칭찬해 주며 격려해 주는 이 환상의 듀엣은 10주년 공연을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의 10주년 공연은 우리 소리의 진가를 실감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박성기_기자




인터뷰_신현국 단장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죄송할 때가 많습니다”

소외되는 어르신들이 없어야 하며,
그분들의 지식과 재능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르신들의 즐거운 노후가 교민사회와 젊은이들에게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꼭두각시

단원들이 울긋불긋한 한복에 족두리를 쓴 색시와 머리띠를 두른 신랑의 모습으로 대열을 갖추었을 때, 설마 했다. 스피커에서 ‘꼭두각시’가 나오자 꼬마 신랑과 꼬마 신부들이 짝을 지어 율동을 하기 시작했다.

신부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을 볼에 댄 채 방긋 웃자, 허리춤에 손을 걸친 꼬마 신랑들은 어깨춤을 추었다. 단원들의 동작에서 많이 연습한 흔적이 역력했다. 평균 연령 칠십팔 세인 할머니들의 율동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 대열 사이에서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단원들을 살피는 한 남자가 있었다.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의 신현국 단장이었다. 신 단장은 율동을 마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신 단장과 마주 앉았을 때, 강당에서 합창 소리가 들려왔다. 꼭두각시 춤이 쉬운 듯하면서도 움직임이 많아서 고령의 단원들이 익히기에는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불평 한 번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무릎이 아픈데도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제가 죄송할 때가 많습니다.”

신 단장은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창립 1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하는 모든 노고를 단원에게 돌렸다.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긍지와 자부심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은 무료하게 지내는 노인들을 보면서 뭔가 할 일이 없을까 하는 신 단장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숨겨진 재능을 끌어내는 것이 우선이었고, 활동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즐거운 생활을 했으면 하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었다.

병원과 양로원 등 외로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활동을 시작했다. 여러 곳에서 호응과 함께 초청을 받게 되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긍지와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이 정기공연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정기공연을 하게 되면서 공연에 악보를 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단원들에게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고, 암기를 통해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단원들은 눈물겨운 노력을 했고, 힘든 연습을 반복했다.

신 단장 역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공연 프로그램을 짜야 했고, 선곡을 해야 했으며, 단원 개개인의 건강과 안부를 챙겨야 했다. 편하지 않은 것을 신 단장은 자신의 역할이며 보람이라고 여겼다.

젊었던 신현국

신 단장의 노력은 KBS PD로 근무할 당시부터 꿈틀댄 것이 아닌가 싶었다. 교양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젊은 신현국에게 지하도 계단에 엎드려 구걸하는 사람들은 지나치지 못할 이웃이었다. 짬이 나는 대로 찾아갔고, 도울 방법을 강구했다.

이민 후, 신현국의 눈에 띈 것은 교민들이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옛 동료들과 몇몇 성악가들의 도움으로 ‘가곡의 밤’을 열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신현국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먼저 노인 대상 교육기관인 무지개노인대학을 열었고, 남십자성예술단과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을 창단했다. 이제 세 단체는 교민 모두의 자랑으로 자리 잡았다.

경쟁보다는 조화를

호주에서 열린 합창제 때였다. 구성원 대부분이 사오십 대인 여덟 개 팀 중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높으면서 악보 없이 공연한 유일한 팀이었다. 두 번의 해외공연으로 무지개 중창단의 존재는 여러 이민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고, 다른 나라의 단체들과도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기에 이르렀다.

“노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많지만 아마 가장 고령이면서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하는 유일한 문화단체일 겁니다.”

중창단을 이끌어가는 단장으로서 강조하는 점은 무엇일까.

“합창은 여러 사람이 한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서로 경쟁하지 말 것을 가장 강조합니다. 경쟁보다는 조화이지요. 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듭 부탁했다.

사회적 자산으로

“뉴질랜드의 한국인 이민 역사도 삼십여 년이 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교민 사회 역시 고령화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소외되는 어르신들이 없어야 하며, 그분들의 지식과 재능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르신들의 즐거운 노후가 교민사회와 젊은이들에게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신 단장에게서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가 느껴졌다. 그는 돈이 되지 않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 바보인가 보다. 여름이 멀지 않은 봄날이었다.

허은_기자





인터뷰_오진영 총무

“국회의사당에서 악보 없이 공연하는 것이 꿈이죠”

처음부터 공연을 하기 위해서 모인 것은 아니었다.
자칫 시들어가기 쉬운 나이에 젊은 사람들에게모범을 보이며,
어른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활동으로 합창을 선택한 것이었다.


연분홍빛 봄의 노래

봄날 오후, 단원들은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서 노래를 하는 중이었다. 단원들이 부르는 곡은 ‘꽃밭에서’였고, 이어지는 곡은 ‘목련화’였다. 그들의 화음을 듣는 순간, 연분홍빛 꽃이 만발한 꽃밭에서 봄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강당에 울려 퍼지는 화음을 표현한다기보다는 먼저 가슴이 먹먹해졌고, 눈물이 느껴졌다.

흔히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일컬어 ‘천상의 목소리’라고 한다. 나이가 전혀 가늠되지 않는 그 목소리가 하늘에서 내리는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야말로 인생이 무엇인지를 아는, 성숙한 인간의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원래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부르지도 못합니다. 노래를 배우러 왔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제가 공연을 하게 되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자리를 옮겨 앉았을 때, 7년째 총무를 맡은 오진영 님이 말했다. 화음의 아름다움이 가시지 않아서일까, 총무님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큰 공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칫 시들어가기 쉬운 나이에 목적 있는 삶으로 생기를 찾고 싶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른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모범을 보이며 멋지게 늙고 싶었다.

모두가 같은 뜻으로 노래를 부르며 우정도 다져간다. 목적 있는 삶은 아름답다고 했다. 버스를 서너 번씩 갈아타며 먼 길을 마다치 않는다.

매주 수요일에는 한두 시간씩 연습을 한다. 만나서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초창기의 활동은 교회나 양로원에서의 봉사 수준이었다.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매년 정기공연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제 창립 1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연세에 악보도 없이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의 공연은 악보 없이 노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았다. 나이가 많다는 것보다는 열정으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단원들의 명단을 확인했다.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단원 스물네 명의 평균 연령은 일흔여덟 살이었다. 그 연세에 악보를 익히고 가사를 외우고 자기 파트를 숙지하는 일이 가능한 일일까.

“당연히 쉽지 않지요. 그렇다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그들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식사를 하면서도 또 꿈에서도 잊지 않았다. 십 년 동안 한 곡 한 곡 늘여온 레파토리는 백여 곡에 가까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시드니의 중앙장로교회에서 열린 합창제에 참석했을 때라고 회상했다. 무대에서도 악보 없이 노래하는 할머니들로 반응이 뜨거웠지만, 더 기쁘고 보람된 것은 관광을 하다가 갑자기 열린 거리공연에서였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였다.

처음에는 난데없는 노랫 소리에 호기심을 보이던 사람들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할머니들에게 환호를 보냈고, 심지어 따라 부르기도 했다. 뜻하지 않게 대한민국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된 단원들은 감격했고, 큰 보람을 느꼈다.

관심과 배려

처음의 취지를 십 년 넘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총무님이 엄마처럼 살펴 주시니까요. 단원들끼리 얼굴을 붉힌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자리를 함께했던 회계 구혜경 님이 거들었다. 모임이나 행사를 마치고 헤어지면 총무님이 단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확인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관심과 배려가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지 않았나 싶었다.

“그렇지 않아요. 총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모두가 잘 따라주니까 그런 거에요.”

수필가이기도 한 총무님은 겸손했다. 두 분의 말씀 모두 정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 주면 절로 따르게 되는 것처럼, 협조를 잘 해주는데 어떻게 몰라라 하겠는가 말이다.

“자칫 뒷방 늙은이가 되기에 십상인 할머니들에게 우정도 나누고 건강을 챙기면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단장님이 고마울 따름이지요. 늘 고맙다는 마음은 있으면서 전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누구나 잘 늙어가기를 바라지만, 그런 바람이 집착이나 미련으로 비치기도 하는 것 또한 인생이 아닐까. 웰링턴의 국회의사당에서 우리 노래를 악보 없이 공연하는 것이 꿈이라는, 과연 건전하고 아름다운 노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단원들이었다.

허은_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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