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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명균 칼럼] 강이 이룬 마을, 숲이 이룬 마을

[나명균 칼럼] 강, 그리고 사람들(6) Waikato River

뉴질랜드의 드넓은 초원과 삼림지대를 지날 때면,
초창기 이민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가 상상해본다.
지금의 후세들이 누리는 이 풍요로움의 배경에는 황량한 들판에 목탄 난로를 설치하고
거기서 끼니를 해결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초지를 개간하며 나무를 심어 나갔다.
나무를 심었던 개척자들의 수고가 있었다.


오랜만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늘 일어나는 아침 5시 전후, 뚜렷하게 할 일을 찾지 못하면 시간 속에 갇혀 허둥댈 것은 뻔한 일이다. 시내로 출근하는 아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빠, 도서관에 가시려면 NX2를 타시면 편한데요. 저는 NX1을 타야 하고요.”

“좀 걷지 뭐!”

걷는 것보다 아들과 같이 버스에 올라 재잘거릴 심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맑고 깊은 물가에는 물냉이가

그렇게 도착한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꺼내 한적한 자리에 앉아 살피다가 뜻밖에 횡재를 한 기분! 1904년 한 여행객이 타우포에서 말을 타고 여행하다가 아라티아티아(Aratiatia)에 이르러 남겼다는 한마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the marvelous deep green of the water, fringed at the banks with pale green watercress, forming an exquisite picture”

맞다! 온통 진흙 덩이의 길을 말을 타고 온 여행객이 본 와이카토강의 모습, 특히 후카 폭포, 아라티아티아 급류 계곡의 물과 그 강변에 난 초록의 물냉이(watercress)의 환상적인 조합이 나그네의 마음을 시원케 했으리라.

사실 물냉이는 1841년 선교사들에 의해 뉴질랜드에 들어온 식물이다. 그러나 이 워터클래스는 마오리들에게 빨리 익숙해졌다. 마오리 말로 코휘티휘티(Kowhitiwhiti)라는 이름이 있을 정도이고, 실제로 오늘날에는 서양 사람보다도 오히려 마오리들이 더 많이 식탁에 이용하고 있다. 주말마다 서는 지역 장터에 가보면 마오리들이 가족들과 물냉이만 전문적으로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마오리들의 음식 재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럽에서 온 초창기 이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날씨에 거의 상관없이 잘 자라는 반수생식물인 물냉이는 보물과도 같았다.

물냉이에는 항산화 물질이 많은 비타민A의 함유량이 매우 높다. 육식을 위주로 하는 서양 사람이나 마오리들의 건강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재료이다.

물냉이 이야기가 나오니 심장이 뛰는 것 같다. 싱싱한 물냉이 한 줌을 뜯어 나물로 무칠까, 키위들처럼 샐러드를 할까. 아니면 아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에 살짝 토핑(topping)을 해줄까? 이러다가 나물 이야기로 흐를까 걱정이 되어 이야기 본류도 돌려야겠다.

강의 건너편, 또 다른 길이 있고

강은 으레 길을 만든다. 그러나 외길만 만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강은 강의 이편과 저편에 같이 길을 만들어 놓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한쪽 편 길로만 다니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호기심이 생기는지, 지금 이쪽 편에 난 길을 달리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저쪽 편으로 난 길에 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자주 하는 말.

“한눈 팔지 말고 앞을 보고 운전하시지요!”

고개를 강 건너편으로 돌리고 운전을 하니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불안했을까? 하긴 지금까지 나와 함께 살면서 마음 편할 때가 얼마나 있었을까 싶다.

타우포에서 시작한 길 역시 외길이 아니다. 시내에서 강을 건너 시작하는 길 외에도 시내의 투하라 로드(Tuhara Rd)를 계속 따라가면 레포로아(Reporoa)에 닿는 브로드랜즈 로드(Broadlands Rd)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이 진정 와이카토강을 가장 가까이 곁에 두고 가는 길이다. 강을 멀리 떠나지 않고 친구처럼 같이 갈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와이카토강과 같이하고 싶다면 자그마한 브로드랜즈 학교(Broadlands School) 바로 전에서 왼쪽으로 난 배일 로드(Vaile Rd)를 따라가면 좋다.

그 중간에 와이오타푸 쪽에서 흘러 합류하는 냇물(Waiotapu Stream)과 만나는 두 물 머리에 이른다. 바로 그 지점에 River Lodge가 있다. 얼마나 강을 좋아하면 그런 곳에 숙소를 만들었을까 싶다.

강가의 작은 마을, 브로드랜즈 포레스트

와이라케이 마을(Wairakei Village) 강 건너편을 두고 그야말로 강변 마을 하나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브로드랜즈 포레스트(Broadlands Forest) 마을이다. 영국 최남단 사우스햄튼(Southhamton) 인근 브로드랜즈 지명을 빌려 온 듯한 이곳은 마오리 부족들이 오래전부터 Pa(요새)를 세우고 살았던 곳이다.

인근에서 발굴된 암각화에는 와카(Whaka, canoe), 피리 대롱, 부싯돌, 끌개 등의 생활 도구들의 파편들이 발굴되기도 했으며, 강 건너편에는 테 토케 마래(Te toke marae)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거대한 지열발전소, 목장과 유제품 공장 등의 건설과 인공 조림대가 조성되어 뉴질랜드에서도 제법 큰 도시 타우포를 이루었지만, 1900년대 초에 부동산 투자자요 농부였던 배일(Vaile)이라는 사람이 이 인근의 땅을 마오리에게서 매입하기 전까지는 매우 낙후된 모습이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살았던 개척자들

배일은 이 지역을 사들이고 전기, 통신, 철도 시설을 하고 학교, 교회, 약국 등의 기반 시설을 세워나갔다. 드넓은 대지는 조금씩 잡목을 태우고 화산재를 걷어내고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어 나가는 가운데 1950년대에 이르러 오늘날의 이 거대한 숲으로 변화된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딴 배일 로드(Vaile Rd)가 강가에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드넓은 초원과 삼림지대를 지날 때면, 초창기 이민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가 상상해본다. 지금의 후세들이 누리는 이 풍요로움의 배경에는 황량한 들판에 목탄 난로를 설치하고 거기서 끼니를 해결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초지를 개간하며 나무를 심어 나갔다. 나무를 심었던 개척자들의 수고가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들은 결코 자신들을 위하여 나무를 심거나 초지를 개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30년 후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나무를 심었다는 사실, 그로 인해 지금의 후손들인 우리가 이 풍요를 누리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 당장의 삶에만 몰두하고 있는가? 너무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은 마치 자기 한 인생으로 인류도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명균_조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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