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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내 삶에 내가 없다면

정인화의 상담 이야기(9)

남들에게 인정받으면 세상이 더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환상 속에서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 내가 없는 느낌이었고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 산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나는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

1983년이었던가. 민해경이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노래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노랫말에 끌렸는지 나도 자주 따라 불렀다. 그때는 독재 정권의 억압에서 자유를 갈망했던 시절이라, ‘내 인생은 나의 것’을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 때문에 흥얼거렸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위 욕구인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야

내 인생을 나에게 맡기면 책임질 수 있다고 부르짖던 시절로부터 삼십 년이 훌쩍 지나면서, 나의 삶을 종종 돌아본다. 대학 때부터 갈망했던 남들로부터 종속되지 않으면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아왔느냐는 질문을 던져본다. 

바쁜 인생살이에서 잠시라도 멈춰서 내 삶을 돌아볼 때마다 느껴지는 무의미하고 허무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욕구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더 강하게 일어난다.

미국의 유명한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욕구 단계 이론’을 주장했다. 그는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 등의 다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부족해서 생기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더 성장하고 싶어서 생기는 상위 욕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하위 욕구인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많은 사람이 사랑이나 자긍심 같은 상위 욕구를 충족해 가는 동안 ‘내 인생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한 번쯤은 고민해 본다고 생각한다.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 산다는 생각이 들면

남섬의 조그만 도시에 살다가 이십 대 후반에 오클랜드에 올라 온 A는 전문직 여성이다. 그는 사십 대 초에 이르러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로 상담실을 찾았다. A는 상대방의 기분을 읽고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자기의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었다. 남들을 배려하며 같이 잘 살려 하는 자신의 의도를 자랑스럽게 얘기하다가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내 인생을 사는데 내가 없다”라고 하면서, 가끔가다 화산처럼 터지는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A의 고민을 들으면서 나를 위해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순간이 내게 있었느냐고 질문해본다.

살아오면서 내 마음의 소리는 듣지 않고 남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들에게 인정받으면 세상이 더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환상 속에서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 내가 없는 느낌이었고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 산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인생을 내가 안 살면,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줄까?’라는 의문에 한동안 짓눌려 있었어도,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에서 남들이 가진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오는 좌절과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내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게 되면 남들이 불편해하고 떠날까 봐 모든 고민을 혼자서 삼키다 보니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나를 더 소중하게 대하고 스스로 격려해야

도움은 되지 않지만 익숙한 방법인 남을 위한 삶에서 빠져나와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까운 사람들이 반대하거나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많은 피상담자가 두렵다고 한다. 그들은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두려움을 피하지 말고 부딪쳐야 하는 용기가 인생의 주인이 되는데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A를 보면서 그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A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남들이 기대하는 것을 구분해 가면서 본인의 결정에 책임을 지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가 자신의 인생에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매슬로우가 주장한 ‘욕구 단계 이론’에서 애정과 사랑을 향한 욕구, 소속되고 싶은 욕구, 또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해 나가는 과정에서 남의 기대를 짐작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삶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의미를 찾거나 부여하는 과정에서 나를 조금 더 소중하게 대하고 더 많은 격려와 칭찬을 스스로 해 주면 어떨까.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내게 맡겨 주세요”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느리더라도 화난 얼굴이 아닌 조금은 따스하고 연민이 깃든 눈으로 자신을 봤으면 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나에게 맡겨주세요. 내 인생은 나의 것. 나는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

민해경의 목소리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깨운다.


정인화 _심리 치료사

021 0262 3579
junginhwa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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