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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생각하라, 한때 저 등대를 지키던 등대지기를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26)

마누카우 헤드(Manukau Heads)

마누카우 헤드는 아휘투 반도(Awhitu Peninsula) 끝에 있고 우리 집에서 멀찍이 보이는 곳이라 마음만 먹으면 자주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을 가려면 와이우쿠를 거쳐야 하고 85km 거리로 1시간 반은 잡아야 한다. 와이우쿠에는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면 안 되는 제철소가 있다. 그 동네에는 제철소에 종사하는 인력들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주변엔 넓은 목장과 농장들이 있어 부촌에 속한다. 한때는 와이우쿠 고등학교가 대입 수능 시험에서 뉴질랜드 상위권에 매겨지기도 했다.

NZ 역사상 가장 큰 해난 사고가 난 후 등대 세워

마누카우 헤드는 커다란 호수같이 생긴 마누카우 만(Manukau Harbour)으로 서해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좁은 협곡(수로) 입구에 불쑥 솟아 있어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만 입구 남쪽에 위치한다 해서 ‘사우스 헤드’(South Head)로 불리기도 한다.

헤드의 반대편은 와티푸(Whatipu)이고 후이아의 끝자락에 해당한다. 이 협곡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물살이 매우 빠르고 퇴적된 모래톱으로 인해 한때는 해난 사고가 잦았다고 한다. 1863년 185명의 생명을 앗아간 배 좌초 사고는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큰 해난 사고로 기록되었다.

그 후 1874년 9월 1일에 6m 높이의 마누카우 헤드 등대(Manukau Heads Lighthouses)가 세워졌다. 초기에는 목제 등대였지만 1929년에는 연료를 아세틸렌 가스로 바꾸었고 1944년에는 7.5 m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꾸며 전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이 마누카우 만으로 들고 나는 배들이 많았으나 이젠 큰 배가 드나드는 일이 거의 없다. 급기야 1986년에 등댓불이 꺼졌고, 2006년에 원래의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초기의 모습을 한 등대가 새롭게 세워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등대 안에는 이러한 설명과 함께 배(HMS Orpheus) 좌초 사고에 대한 그림도 걸려 있다. 등대 안에 있는 랜턴과 프리즘은 원래 등대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비행기가 없던 시절에는 오클랜드의 서쪽 관문이었던 오네항아(Onehunga)에서 이 협곡을 통해 서해안의 다른 지역과 오클랜드, 호주 간의 항로가 필요했을 것이다.

낮이었으면 눈 감고 갈 수 있는 길이었는데

팀과 약속된 날 새벽 세 시 알람이 운다. 후다닥 일어나 미리 준비해 놓은 차에 올라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일단 와이우쿠로 향한다. 와이우쿠에 거의 다 와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Manukau Head’라는 표지판이 없다.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와이우쿠 시내까지 쑥 들어가 버렸다.

“뭐야 이거!? 뭐가 잘못된 거야?” 하며 차를 세우고 내비게이션을 켠 다음 고운 목소리를 가진 친절한 여성의 안내를 받아 아휘투 로드를 찾았다. 내 머릿속에는 ‘Manukau Head’가 들어있었고 표지판은 ‘Awhitu Peninsula’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길은 수차례 다닌 길이라 낮이었다면 눈을 반쯤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인데 헷갈렸던 것이다.

오늘은 꼭 마음에 드는 사진 나오길 기대해

거기서 15분 정도 달리면 좌측 언덕 위로 ‘코헤코헤(Kohekohe) 미니 교회’의 삼각 지붕이 거무스름하게 나타나고 여기가 첫 번째 출사 장소이다. 서해바다 쪽으로 걸쳐 있는 은하수와의 맞짱을 시작한다. 오늘은 꼭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나름 몇 컷 하고 자리를 떴다.

다음은 이 지역의 센터라 할 수 있는 아휘투 교회(일명 빨간 지붕 교회)로 간다. 여기서도 교회 건물과 은하수를 담는다. 지체하다가 여기서 해가 떠버리면 안 되니 몇 컷만 찍고 등대 쪽으로 급히 이동한다. 직선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야간인 데다 나무숲과 관목 등이 있는 구간과 꼬불꼬불한 구릉지 능선길을 가야 하니 반 시간은 더 걸린다.

드디어 동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곧 등대 밑 주차장에 도착했다. 개장 시간이 9am~5pm 인대도 어찌 된 일인지 입구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지. 여긴 시설이라야 주차장과 화장실이 전부다.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은 스스로 준비해와야 한다. 그리고 ‘돌아갈 땐 두고 가는 물건이 없도록 유의할 것이며 발자국만 남기고 가라’고 그런다.


<다음 호에 계속>

박현득_사진작가 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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