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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정인화의 상담 이야기(10)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이나 인정을 남들이 해주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있으면 실망하기에 십상이다.
그런 기대에서 벗어나 남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자신에게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삶의 주인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종속되기 쉽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악의 화신처럼 각인된 백설 공주의 새엄마는 거울을 끼고 살았다. 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미모를 확인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 그는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다. 물론 백설 공주가 나이가 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백설 공주는 왜 그렇게 미모에 집착했을까

‘힘과 돈을 다 가진 왕비인 백설 공주의 새엄마는 왜 그렇게 미모에 집착했을까?’

미모에 자신이 없지는 않았어도, 그는 세상에서 본인이 제일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알았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예쁜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에게 오던 사랑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었겠다. 그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경쟁자를 못살게 굴거나 없앴을 가능성도 상상해 본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면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낀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존재에 대한 회의가 들어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도 사람들은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백설 공주 이야기 속의 왕비처럼, 불안을 달래기 위해 인정해 달라고 남들에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남들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모가 못나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남을 비난하거나 괴롭히는 대신에 자기 비하를 하며 자신을 못살게 구는 사람도 있다.

인정, 칭찬, 관심과 사랑은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삶의 질을 올려주는 에너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인정 욕구가 너무 강하면 사람들이 주는 사랑을 받아도 그 가치를 모르고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동유럽에서 건너온 40대 남자, 내전도 이겨냈지만

동유럽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온 D는 건장한 체격의 사십 대 중반의 남자다. 그는 자신감 있는 표정과 남을 꿰뚫어 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가진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다.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죽지 말아야지 하며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D는 인종과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내전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무섭다는 말을 안 하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성실성과 창의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동료들이 자기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직원들끼리  따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자신을 싫어하거나 무시한다는 느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날에는 그들의 태도까지 눈앞에 아른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며 고개를 떨군다. 모든 이에게 인정이나 사랑받으면 D는 스트레스나 불안에서 해방되어 잠을  잘 잘 수 있을 거 같다고 한다. 그의 고통이 전달되어 졌는지 내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스친다.

인정받지 못해 술과 마약에 의존하기 시작해

애착 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한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보울비는 부모와 아이와의 애착 관계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안정 애착, 회피 애착, 저항 애착과 혼란 애착인데, D를 보고 있으면 군인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회피형의 인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기중심적이면서 강압적인 아버지한테 아무리 이야기해도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체득하고 세상의 누구도 못 믿고 어른 아이처럼 행동하지 않았겠냐고 상상해본다.

물론 어려서부터 일을 혼자서 잘 처리하고 남의 속을 먼저 읽고 행동하는 D를 보면서 그의 부모는 남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았을 것 같다. 어릴 때는 안전하게 부모에게 기대어 살아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없는 그가 슬프게 다가온다.

D와 상담을 하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모든 사람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다르다 보니 그는 불안해졌는데, 그런 감정을 감추기 위해 술과 마약에 의존하기 시작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정욕구 너무 과도하면 인생의 짐이 되기도

아마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을 때의 고통이 너무 클 거 같아 물어볼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남들의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면서 살아서 그런지 그가 원하는 것을 남들도 읽고 만족시켜주는 기대를 했는데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못 읽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돌아보기 싫어서 마음속 깊이 감춰두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D는 조금씩 과거의 상처를 보듬기 시작했다. 총소리에 두려워 떨던 어린 D를 남자처럼 행동을 못 했었다고 자신에게 윽박지르는 대신에 마음속으로 따스하게 꼭 안아줬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거나 기대감으로 기다리는 대신에 그는 물어보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구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자신과 남에게 관대해지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과거를 돌아보며 그의 행동을 이해한다고 했다.

사랑이나 인정을 못 받으면 많은 경우에 불안해진다.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남들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도 한다. 하지만 인정욕구가 너무 과도하면 인생의 짐이 되어 생활 자체를 불편하게 만들기 쉽다.

‘남들이 날 인정해 주겠지’하는 기대 벗어나야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이나 인정을 남들이 해주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있으면 실망하기에 십상이다. 그런 기대에서 벗어나 남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자신에게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삶의 주인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종속되기 쉽다.

D가 배우기 시작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면서부터 남들이 자신을 빼고 이야기하거나 동료들이 아침 인사에 반응을 하지 않을 때 생기는 불안을 마음속 깊숙이 어린 시절에 했던 방식처럼 밀어 넣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남들을 회피하지 않고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붙잡기 시작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누가 알까. 마음속의 거울에 물어보는 과정에서 거울이 “나한테는… D, 너야”라고 하는 날이 올지.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정인화 _심리 치료사

021 0262 3579
junginhwa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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