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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익숙함과 멀어지기

습관 바꾸는 일 어려워…지금 못 하면 나중에도 못 해
한인사회, 살 도려내고 뼈 깎는 고통 있어도 지금 해야


어느새 2019년이 가고 이제 열흘 뒤면 2020년 경자(庚子)년 새해가 온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이 다가오는 이맘때는 설렘과 불안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기이다.

많은 사람이 하듯이 나도 해마다 새로운 해를 맞을 때면 새해 다짐이라는 것을 한다. 그러면서 올 초에 새웠던 새해 다짐을 잘 지켰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 새해 다짐은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건강한 습관 만들자’, ‘외국어 공부를 하자’, ‘가족과 시간을 많이 갖자’ 등 비슷한 것들이다. 새해에 세웠던 목표를 이뤘던 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새해 다짐은 1월 달력을 넘기기 전에 흐지부지되곤 한다. 심지어 어떤 해는 새해 다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도 안 했던 새해 일출을 보며 다짐했건만 역시나 반성을 하는 연말이 왔다. 이러다 보니 새해를 맞는 설렘도 있지만, 또 한 해를 의미 없이 보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불안감이 동시다발로 오는 것이다.

‘새해 다짐’이라는 말에는 원하지 않지만, 꼭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바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놈이다. 다짐을 지켜보려 거창하고 요란하게 시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뱀의 꼬리가 돼 버린다.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일 수도 있고, 시쳇말로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일 수 있다. 아니면 그 다짐이 너무 큰 목표이기에 애초에 실천이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이유가 어찌 됐건 새해가 오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바로 몸에 밴 관성과 습관 탓이다. 내가 해오던 것이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상태라 하더라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미 습관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해오던 익숙한 방식으로 살면 내 삶이 편안하고 예측 가능해 안전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변화는 쉽지 않아 나의 새해 다짐은 번번이 실패하고, 오늘의 내 삶은 어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지난 해 이맘때 새롭게 다짐했던 목표가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올해 오클랜드 한인사회도 변화를 기대했었다. 새로운 한인회장과 운영진으로 이전과는 다르게 화합하는 한인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새 한인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반 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예전과 다름이 없다. 취재차 한인들을 만나면 다들 걱정을 한다. 그분들의 말은 한결같이 예전과 “똑같다”이다. 구태의연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면 패가 나뉘어서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상대방 책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의 행간을 살펴보면, 그분들은 결코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즉 내가 해오던 것, 가졌던 것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에 반대하고, 그동안 습관처럼 누려오던 기득권을 놓기가 싫었던 것이다.

뉴질랜드 한인사회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하지만 지금 못하면 나중에도 못한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해야 한다.

얼마 전 한국의 교수들은 2019년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불교 경전인 <불본행집경>과 <잡보잡경>을 보면,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다. ‘운명공동체’인 두 머리는 결국 모두 죽게 됐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황은 그렇다 해도 여기 뉴질랜드 오클랜드한인회도 서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넘어 한인들까지 편을 갈라 분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년에는 한인사회가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내년도 나의 새해 다짐은 ‘익숙함과 멀어지기’로 할까 한다.


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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