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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2020년, 닻처럼 살자

정인화의 상담 이야기(11)

아무리 좋은 선택이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장애물로 인해 의지가 흔들릴 수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선택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변화를 원하는 많은 사람이 체질과 관계의 개선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행복이다.


새해가 오면 많은 사람이 변화에 관해 얘기한다. 행복해지고 싶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열심히 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쉬운 곳은 아닌가 보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그중의 한 사람이 K다. K가 상담실을 처음 찾은 적은 한 삼 년 전이었다. K는 아이 둘을 가진 오십 대 후반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자다. 괜찮은 수입과 잘생긴 외모 덕분인지 주위에 사람이 많으며 관계를 쉽게 맺는다고 자랑스럽게 털어놓는다.

‘마음만 먹으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K는 나이가 들면서 안정된 관계를 맺고 싶었다. 쉽게 빠지는 사랑보다는 오랫동안 사랑을 지속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조금은 붉어지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되게 외로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K는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파도가 아닌 어딘가에 꽂히기만 하면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닻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 2020년을 향한  그의 결의를 삼 년 동안 들었다.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나 도중에 포기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그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생활의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아니까 지난해에도 한 이야기라고 상기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술과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가끔가다 강한 의지로 변화를 끌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한 후에 변명하기에 바쁘다. 강한 의지뿐만 아니라 선한 의지와 능숙한 의지가 결합하여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항해 오랫동안 걸을 수 있지 않겠냐고 하면 이들은 고개를 끄떡인다.

변화 추구는 가까운 사람들의 이해 필요해

커다란 묶음의 나무젓가락은 어지간한 힘으로는 쉽게 부러트릴 수 없듯이 남들과 같이 걸어가는 방법을 알려고 하는 사람이 혼자만의 길을 고집하는 사람보다 변화에 대한 의지를 훨씬 쉽게 지탱한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개인의 의지만큼이나 필요로 하는 것은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의 이해와 협조다.

많은 피상담자는 용기를 내서 변화하려고 노력할 때 칭찬이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배우자나 가족으로부터 이해와 협조가 아니라 불신의 눈으로 자신들을 쳐다볼 때는 그 따가운 눈초리를 견디는 게 힘들다고 불평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의심의 눈초리가 떠나지 않는다고 느끼면 변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다시 옛날 생활로 돌아가고픈 유혹도 받는다고 털어놓는다. 심하면 좌절을 넘어 복수심에 불타 파괴적인 생각을 하거나 아주 무능해져 버리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도덕적인 잣대로 자신들의 과거 행동을 헤아려서 어떤 틀 속에 집어넣지 말고,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긍정적인 고려를 통해 이해받고 싶어 한다. 어떻게 보면 이분법에 길든 사고에서 벗어나 유전적이거나 신체적인 측면, 자라오면서 가지는 심리적인 측면과 현재 처해 있는 사회적인 측면을 다 포함한 관점에서 자신들을 봐 달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모든 것 처리하려고 하지 마라

K는 여섯 달 전에 만난 배우자와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살고 싶어 한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요구하지 않고 술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찾았던 자신의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늘어나는 통찰력과 함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그가 행복해 보인다. 힘들어도 닻처럼 살겠다는 그의 결의가 2020년에는 무르익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결정을 내린다. 그 선택이 무엇이든지 간에 실행하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난다. 사람, 신념, 생각, 감정과 버릇에서 오는 장애물은 무수히 많다. 이해를 못 해주는 가족, 직장 동료들과의 갈등, 혼자라는 생각, 뒤처진다는  불안감 같은 이런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려 하지 말자. 필요하면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과거의 상처 때문에 이들을 피했더라도 미래에는 불행해 보이는 그런 선택을 할 필요는 없겠다. 남들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못 받더라도 마음의 응원을 보낼 기회를 이들에게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더 가까운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끌어주고 밀어주고

아무리 좋은 선택이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장애물로 인해 의지가 흔들릴 수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선택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변화를 원하는 많은 사람이 체질과 관계의 개선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행복이다.

그것이 목표라면 조급하게 장애물을 뛰어넘으려 하지 말고 천천히 남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 보자.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혼자라면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멀리 가기가 힘들다.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여러 사람과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오랫동안 같이 가 보자.

2020년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내면의 소리를 더 잘 들어볼 계획이다. 보기 싫어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우울한 모습, 무서워서 종이 상자에 뚜껑까지 봉인해서 감춰두었던 분노의 소리, 가끔이지만 말썽을 일으키는 장난꾸러기 같은 면과 남들을 무시하는 반항적인 모습을 쳐다보거나 들으면서 그들과 친해질 계획이다.

그리고, 보기 싫어서 밀쳐 두었고 숨겼던 나의 모습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생각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마음이 평온해지면 남들과 있을 때, 흔들림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지 않겠냐고 상상해본다.


정인화 _심리 치료사

021 0262 3579
junginhwa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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