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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명균 칼럼] 와카마루에 가면

[나명균 칼럼] 강, 그리고 사람들(9) Waikato River

나는 길을 좋아하면서도 또한 강을 좋아한다. 강을 끼고 난 길을 걷는 것도 좋고 자동차로 운전을 하며 지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을 따라 길을 따라가면서 생각을 해본다. 강은 길을 만들지만, 길은 강을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을. 강은 흐르며 다른 물줄기를 만나 하나 되어 함께 가면서 절대 헤어지지 않지만, 길은 만났는가 싶으면 어느새 헤어지는 것을 본다.

로토루아 쪽에서 오던 30번 하이웨이가 잠시 1번 하이웨이를 만나는 듯하다가 이내 헤어져 테 쿠이티(Te Kuite)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렇게 짧은 순간에 헤어질 것을 왜 굳이 만났는지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마치 유행가의 한 소절이 읊어지는 듯하다. 사람이 만든 길은 그렇다.

깨끗하고 차갑던 와이카토 물은 와이오타푸와 와이키테 계곡의 뜨거운 온천수와 어우러져 흐른다. 그 물줄기는 대양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함께한다. 강물이 길과 같이 가면서도 다른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면에서 길에서 느끼지 못한 매력을 강에게서 느낀다.

오라케이 코라코의 그 장엄한 자연을 삼켰던 오하쿠리 댐(Ohakuri Dam)을 지나면, 어느새 또 하나의 댐이 물줄기를 막는다. 아티아무리 댐(Atiamuri Dam)이다. 두 댐의 거리는 거의 지척이다. 그리고 또 다른 와카마루 댐(Whakamaru Dam)이 20Km 하류에서 물줄기를 가로막는다.

와카마루에 가면, 높은 산의 비밀이 보이고

흐르는 강물은 1번 도로를 지나는 다리 밑을 지나 30번 국도와 같이 나란히 한다. 그즈음에 강 왼편으로 높이 솟은 바위산 하나가 보인다. 어느 노신사의 중절모처럼. 미국 로키산맥의 블랙 힐스(Black Hills)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들에게나 어울릴까 싶을 정도로 아니 그들의 머리에 씌우기에도 분명 커 보일 정도이다.

이 풍광을 처음 보았을 때, 나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름이 포하투로아 산(Mt. Pohaturoa)인 높은 바위산은 또 다른 재미있는 마오리들의 전설을 숨기고 있지만, 어쨌든 이 산은 뉴질랜드의 화산 활동과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와카마루에 가면, 최고의 운전을 즐길 수 있고

뉴질랜드에 살아온 날들 속에서 다닌 곳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길이 몇 군데 있다. 테 포이에서 테 아로하에 이르는 옛길(Old Te Aroha Rd)은 카이마이 산맥을 옆에 두고 달리는 것이 참으로 좋다. 비가 많이 온 다음이라면 많은 폭포를 볼 수 있어 좋고, 석양이 드는 저녁 즈음에는 또 그 나름대로 좋다. 그리고 와이카토 강과 나란히 나 있는 몇 군데의 길도 참 좋아한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바로 이곳이다. 1번 국도(No 1 Highway)에서 갈라지는 30번 국도(No 30 Highway)는 화카마루 댐(Whakamaru Dam) 위로 이어진다.

강줄기를 따라 함께 가면 어느 막에 이르러 강물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마치 한국의 청평댐 주변을 지나는 분위기이다. 이 길을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지만, 사실 아내에게는 많이 미안한 신혼여행의 추억이 생각난다.

나름 재미있게 계획을 하고 첫날을 청평호숫가에 있는 숙소를 얻었다. 상봉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청평역에 내려 택시로 숙소까지 가는 길, 새색시에게 어떠냐 물으니 아무런 답이 건너오질 않았다. 남자와 여자의 신혼여행의 생각이 그렇게 차이가 많은 줄 미처 몰랐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어딘들 다 좋은 줄 알았던 철부지 신랑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강변도로에 이어 호반도로인 이 길을 지나노라면 나는 아직도 신이 난다. 이 말은 아직도 철이 덜 들었다는 말도 되는가?

와카마루에 가면, 호젓한 산책길을 걸을 수 있고

흐르는 강물과 함께 난 호젓한 도로 사이에는 또 다른 길이 하나 숨겨져 있다. 와이카토 리버 트레일(Waikato River Trail)의 한 구간인 와카마루 구간이다. 댐에서 시작하여 와카마루 댐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의 길이는 대략 23km이다.

나는 어느 뜨거운 여름날, 인부들이 더위와 싸워가며 길을 내고 있던 것을 보았다. 집을 나서며 준비해 온 시원한 냉커피를 이따금 한 모금 마시는 것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을 지나온 길에 흘리고 온 것 같았다.

댐에 약간 못 미쳐 큰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나 있는 리저브 안으로 차를 들여 세워놓고 호숫가를 향해 걷다가 다시 댐 위로 올라서 시원한 맞바람을 맞아본다. 댐 위를 걷다 걸음을 멈추고 댐 하류를 빼꼼히 들여다보니, 수십 미터 밑으로 와이카토강의 속살이 드러나 보이는 듯하다.

와카마루에 가면, 그림 같은 수양관도 있고

학생들을 데리고 해마다 수련회를 하기 위해 장소를 찾았었다. 국립공원 인근에 있는 루아페후 크리스천 캠프장을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와카마루 캠프장이었다. 댐으로 인해 생긴 작은 섬이 좁다란 길 하나로 연결된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캠프장의 매니저는 참 친절했다. 이곳저곳 구석구석 데리고 다니며 호숫가에 매어 놓은 보트를 가리키며 저녁 식사를 위해 송어를 잡아 모닥불에 구워 먹으면 좋다고 말한다.

가까이 야트막한 물 위에는 수련이 넓게 펼쳐져 있고, 조금 멀리 수심이 깊은 호숫물은 호수 건너편 산자락의 그림자로 더욱 더 짙게 보인다. 마음은 가까운데 현실은 멀리 느껴지던 그런 일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곳이다.


나명균_조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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