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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안 칼럼] 모든 인간은 우화적 세계에서 태어나며, 따라서 우화적 세계 속에서 사유한다 :라 퐁텐

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20)

우리는 대부분의 다른 삶들과 비슷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경전과 철학서와 함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책 중의 하나가 우화집이다. 우화가 인간의 삶의 허구를 꿰뚫으며 진실과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우화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좋은 교훈서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솝 우화』는 기원전 5~6세기의 그리스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것을 17세기 프랑스 라 퐁텐에 의해 새롭게 쓰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가 무저항주의를 담은 『바보 이반』(Ivan the fool)은 러시아 전래 우화였다. 1886년 발표된 우화는 주인공 이반이 농부의 세 아들 중 하나로, 고지식하며 열심히 농사일을 하여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

악마는 형제들의 사이를 가르려고 갖가지 이간을 붙이지만, 그런 것에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일만 아는 이반에게, 악마도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하고 스스로 망하고 만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인생우화』의 작가 류시화는 시인이다. 인도, 티베트 등지를 여행하면서 명상과 인간 탐구의 길을 걸었다. 오쇼,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다스, 달라이 라마, 틱낫한 등 영적 스승들의 책을 번역 소개했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등 여러 권이 있고,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던 걸을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최근에는 하이쿠(俳句) 모음집 『한 줄도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를 집필했다.

이 책은 그의 창작물이 아니라, 레나타 체칼스카가 150년 전 폴란드 신문과 잡지를 뒤져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해 전해준 것을 작가가 새롭게 우화로 구성한 책이다. 그녀는 헤움에서 멀지 않은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투프에 있는 야기엘로니만 대학의 문학 교수이다.

우화의 시작은 신(神)이 두 명의 천사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데서 시작된다. 한 천사에게는 “지상에 내려가 지혜로운 영혼을 골고루 떨어뜨리라”고 했고, 다른 천사에게는 “어리석은 영혼을 모두 자루에 담아 오라”고 했다.

첫 번째 천사는 임무를 가볍게 수행했으나, 두 번째 천사는 어리석은 영혼이 너무 많아 자루에 가득 찼다. 신이 있는 곳으로 나르다가 자루가 찢어져 한 마을에 쏟아졌다. 그 마을은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헤움’이 대상이 된 것은 이웃 도시 ‘자모시티’의 사람들이 경쟁심 때문에 헤움 주민을 바보로 모는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믿는 ‘바보들의 마을’, ‘헤움’에서 일어난 기발하고 엉뚱한 일들! 세상에 대한 유쾌한 풍자와 은유, 시적인 상상력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우화를 읽다 보면 저절로 실소(失笑)가 나온다.

대표적인 우화 하나를 소개하면, 헤움 주민들은 위기에 닥칠 때마다 그 대응 방안을 찾느라고 골치를 썩었다. 그래서 현자들이 회의를 통해 그 방법을 모색했다. 최선의 묘책은 ‘<위기>라는 말을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그 후로는 위기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본질보다는 형식에 치우쳐 찾아내는 현문우답(賢問愚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작금(昨今)의 사태를 볼 때, 우리가 사는 세상도 어리석은 사람들의 마을인 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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