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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 얼라인먼트(Alignment)

휠 밸런스

-형님, 왼쪽 앞타이어, 편마모가 심하네요.

-글쎄, 한쪽으로 좀 쏠린다 했어.

-고속 주행 시, 차도 쏠리고 핸들 떨림도 많았을걸요.

알바니 타이어 숍. 앤디 차에서 닳은 타이어를 떼어내며 샌디가 새 타이어로 바꿨다.

-이참에 휠 얼라인먼트 조정도 하세요. 형님.

-그려. 시간 될 때 오늘 바로 해야지. 연말 연휴 지난 터라 한산해서 좋네.

그동안 차량이 약간 쏠린다고 감지는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뤄왔던 게 문제였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제대로 확인해야 하는 건데. 문제가 목전까지 차서야 확인하는 타성. 휠 얼라인먼트 조정 작업을 하는 샌디의 손놀림을 앤디가 지긋하게 바라봤다.

-캠버, 캐스터, 토인, 킹핀 각이 많이 이탈됐네요. 방향이 이렇게 틀리면 타이어 마모도 심하고 차도 흔들거리지요.

샌디가 휠 얼라인먼트 전문 용어를 써가며 자상히 설명해주었다.

어떤 세상인데

-샌디, 늦게라도 오늘 제대로 휠 밸런스 맞춰서 다행이네.

-그러게요. 앤디 형님. 저는 타이어 숍을 하면서 많이 느껴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 같아요. 똑바른 방향이 중요하다고 봐요. 한쪽으로 삐딱하게 틀린 생각으로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궤변과 고집, 불통의 삶을 사는 것 같아요.

-공감이 가네.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독선과 편견의 성향.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안하무인 형 사람들. 나이 들어가며 그러면 누구도 못 말려. 누구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거든. 조언하다가 의 상한다니까. 그냥 피해버리지.

샌디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수많은 손님을 대하면서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이들의 막무가내식 궤변. 꽉 막힌 외통수로 자기주장만 늘어놓는 몰염치. 30초면 될 이야기를 3분여 지루하게 늘어놓으며 가르치려 드는 훈장질. 최근 들어서는 그 도가 넘어서는 이들에게 혀를 내둘렀다는 이야기. 앤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글쎄, 겉으로 보기엔 점잖은 분 같았는데요. 고국 정치 상황에 대한 편견이 너무도 뒤틀려 듣기가 거북하더라고요. 지나치게 쏠린 식민사관과 사대주의에 완전히 매몰된 식견에 가슴이 답답했어요. 요즘 한국이 일본과 미국에 왜 그리 비협조적인지 모르겠다더군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에 한국이 강력하게 지소미아 카드를 내밀었잖아요. 그러자 36년간 일본이 한국 부흥에 일조를 해왔는데 좀 살만하니까 일본을 배척하려 한다느니. 6, 25 후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잘해 줬는데 미국에서 벗어나려 하냐고? 참 기도 안 차더라고요.

늘그막에도

-세상에.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30년 전, 이민 올 때 가진 시각에 정지된 식견. 국민을 대하는 무소불위 권력, 일본과 미국을 보는 태도. 우리 한국이 그동안 얼마나 고난과 극기의 세월을 보내왔는가? 그 결과 현재의 세계적 위상도 높아진 만큼 당당히 자주 국가의 위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

-맞습니다. 우리가 이민 와서 자리를 잡고 뉴질랜드에 당당하게 살듯이 한국도 세계에서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할 때도 됐다고 봐요. 강대국 눈치 보고 예속국가처럼 사는 예전 방식에서는 독립해야겠지요. 선진 국민에게 무소불위 권력도 바뀌어야겠지요.

오랜만에 샌디가 공감 친구를 만난 듯 앤디에게 그동안 쌓인 울분과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앤디가 찬찬히 들어가며 맞장구를 쳐줬다. 샌디가 휠 얼라인먼트 조정 작업을 마치자 앤디가 계산을 했다. 샌디가 사무실에 들어가더니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나왔다. 한국산 식혜 캔이었다.

-세상에나. 이런 고마운 음료수까지.

-드세요. 끓어오른 속을 삭여야지요.

이어지는 손님도 없는 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좋았다. 늘그막에도 한쪽으로 완전히 삐뚤어진 자세로 세상을 보며 자기주장에 매몰된 이들. 진지하게 자신의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이 들어서도 주변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사고방식이나 언행이 얼마나 민폐인지 모르는 사람. 피곤하지요. 어쩌겠어요?

-나이 50이 넘어서면 남의 이야기에 자기 주관을 바꾸기 힘들다고 하더구먼. 그대로 굳혀서 살기 마련이래. 여기에 이민 온 형과 동생 사이도 세상을 보는 각도가 달라 동일 사안을 가지고 싸운대. 절대 양보가 없대. 동생은 그런 형을 골통 보수라 하고, 형은 동생더러 철이 덜 들었다고 야단친대. 둘 다 60이 넘어섰으니 어쩌겠어.

-요즘 세상에는 못 먹고 못 입는 일은 없잖아요. 제대로 사는 게 중요하지요. 남한테 피해 안 주면서 자유롭게 서로 소통하며 살면 그게 복 아닌가 싶어요. 나이 들어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편견 외곬으로 살면 누가 가까이하려 하겠어요. 스스로 고립의 무덤을 파는 것이지요.

한여름 공기

샌디가 격정적으로 토해내는 의견에 앤디의 추임새 맞장구가 잘 어우러졌다. 인생은 신명 나는 한 판 굿이라는 생각이 두 사람에게 맞아떨어졌다. 자기 의견이 잘못되었으면 고집부리지 말고 바로 고쳐서 반듯한 방향을 갖는 것. 인생의 얼라인먼트 같은 게 아닌지. 고전을 읽는 것도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자신의 삶 방향을 올곧게 바로 잡아주는 얼라인먼트라는 것. 앤디와 샌디의 담론이 뉴질랜드 한여름 녹음처럼 짙게 깊어갔다.

-저는 요즘 한국의 변화 위상이 자랑스럽게 느껴져요. 경제, 문화, 예술, 체육, 기술 방면에서 세계적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잖아요. 다만 아직도 후진성을 못 면하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요. 부정 편향적 보도 태도를 지닌 일부 언론, 방향성 잃고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검찰, 민생 관련 일은 안 하고 막말에 똥고집만 부리는 국회의원들.

-다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욕망의 전차 같지. 얼라인먼트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고. 그래도 희망은 있어. 스마트 혁명을 맞이하면서 국민의식이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지. 특히나 깨어있는 국민의 힘이 여론으로 집결해 무소불위의 언론, 검찰, 국회의 방향에 쐐기를 박아 제어장치 역할을 서서히 해나가니까. 조폭 검찰, 편향 언론, 무개념 국회의원은 중앙 차선을 넘어 돌진하는듯했지. 국민을 위협하는 터에 연말에 공수처법이 통과돼 그나마 다행이네. 잘못된 관행은 손 좀 봐야지.

앤디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닳은 타이어도 바꾸고 휠 얼라인먼트까지 정렬했으니 든든했다. 샌디에게 손을 흔들며 타이어 숍을 나왔다. 2020년 새해 출발이 경쾌했다. 한여름 공기가 상큼하게 얼굴에 스쳤다.*

백동흠<수필가>

2017년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대상 수상
A.K.L. Transport  근무
글 카페: 뉴질랜드 에세이문학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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