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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뿌리 알기] 도구(道具), 도(道)를 닦기 위해 사용하는 기구

정창현의 우리말 뿌리 알기(15)


상서로운 짐승으로 일컬어지는 기린의 ‘기’(麒)는
수놈을 가리키는 말이고,
‘린’(麟)은 암놈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상 속의 새인 봉황 또한 ‘봉’(鳳)은 수놈을,
‘황’(凰)은 암놈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한 것은 삼국시대 때이다. 고구려와 백제는 4세기, 신라는 그보다 150년 정도 늦은 6세기 전반에 공식적으로 불교를 받아들였다. 그 뒤 고려말까지 불교는 통치 이념으로 자리매김을 해 왔다.

그 영향으로 우리 문화 전반에 걸쳐 불교의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말에도 영향을 끼쳐 어떤 학자들은 우리말의 뿌리가 인도의 ‘타밀’ 지방 말과 수백 개의 단어가 똑같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말에 불교 용어가 우리말처럼 쓰이는 것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잘 알려진 도구는 목탁, 법고, 염주 등

“필기 ‘도구(道具)’를 챙기지 않고 시험을 보러 오다니!”

도구(道具)란 말은 한자 말 그대로 ‘도(道)를 닦기 위해 사용하는 기구’를 말한다. 주로 불교에서 쓰는 도구를 가리킨다.

잘 알려진 도구로는 독경이나 염불할 때 박자를 맞추고 호흡을 가다듬는 목탁이나 아침, 저녁 예불을 알리는 북인 법고(法鼓), 아침, 저녁 예불할 때 울리는 범종(梵鐘), 염불하거나 절을 할 때 돌리는 염주(念珠), 스님들의 밥그릇인 발우(鉢盂), 참선할 때 대중들에게 신호를 해주는 도구인 죽비 등이 있다.

도를 닦는 데 사용하는 기구를 말하던 말이 뜻이 바뀌어 어떤 일을 할 때 쓰이는 여러 가지 연장이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이나 방법 등을 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도량, ‘도를 닦는 장소’, ‘도가 있는 장소’

‘도락(道樂)’이란 ‘도(道)를 닦아 깨달음을 얻은 뒤 생기는 기쁨’을 뜻하는 불교 용어이다.

“그 사람 참, ‘식도락’가야. 어디서 맛집을 발견하면 열 일 제쳐 두고 뛰어간다며?”

오늘날에는 ‘식도락’ 등의 단어에 쓰이면서 재미나 취미로 하는 일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스님들이 도를 닦는 ‘도량(道場)’에 왔으면 마음과 몸을 가다듬어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야.”

한자로는 ‘도장’(道場)으로 쓰지만 읽기는 ‘도량’으로 읽는다.

도장으로 읽을 때는 태권도나 검도 등을 가르치거나 연습하는 장소를 가리킬 때이고, 도량은 ‘도를 닦는 장소, 도가 있는 장소’를 일컫는 말이다. 원래 ‘석가모니가 도(道)를 이룬 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요즈음은 일반적으로 불도를 닦는 곳, ‘절집’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좁게는 좌선(坐禪)이나 염불이나 수계(授戒) 등을 하는 방을 가리키기도 한다.

태권도나 검도 등 도장(道場)에서 수련생들에게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엄격한 규율을 지키게 한다. 그것은 불교 도량처럼 도(道)를 닦으며 ‘정신수양’을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동냥, 불교 용어 ‘동령’에서 나온 말

“아까 어떤 애엄마가 ‘동냥’을 왔는데 그냥 돌려보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네.”

‘동냥’은 원래 불교 용어 ‘동령’(動鈴)에서 나온 말이다.

동령이란 ‘요령을 흔들고 다닌다’는 뜻이다. ‘요령’은 원래 금강령(金剛鈴)을 가리키는 말인데, 금강령이란 옛날 불교 의식에서 쓰던 도구로써 번뇌를 깨뜨리고 불심을 더욱 더 강하게 일으키기 위해서 흔들었다.

그러던 것이 조선시대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스님들이 생계가 어려워지자 생계유지를 위해 탁발에 나설 때 요령을 흔들고 다니게 되면서부터 동령을 ‘구걸’과 같은 뜻으로 쓰게 되었다.

이 동령이 동냥으로 변음 되면서 ‘동냥하다’ ‘동냥 주머니’ 등의 말이 생기게 되었다.

세월이 가면서 원래 뜻이 바뀌면서 거지나 동냥아치가 돈이나 물건을 구걸하러 다니는 일, 또는 그렇게 얻은 물건이나 돈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거지들이 많았다. 특히 아침 식사 시간이 되면 거지들이 뜰 안에 들어와 빈 깡통으로 마루를 땅땅 치면 어머니께서 밥과 각종 반찬을 큰 그릇에 담아 깡통에 쏟아 주시곤 하던 기억이 새롭다. 밥이나 국을 남기면 그다음 식사 때에 남긴 양 만큼 덜 주신다. 대신 밥을 먹기 전에 밥통이나 국통에 덜어놓으면 괜찮다.

음식을 아껴 불쌍한 사람들 줄 수 있는데 왜 먹다가 남기느냐는 것이다.

노비, 남자 종과 여자 종을 통틀어 부르는 말

“일부 고용주들이 동남아에서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외국인 불법 취업자들을 ‘노비’ 대하듯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남녀 종을 통틀어 일컫는 말인 노비는 사내 종을 가리키는 ‘노’(奴)와 여자 종을 가리키는 ‘비’(婢)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자주 쓰는 한자 말에는 노비와 같이 암수 한 쌍을 가리키는 말로 이루어진 말이 많은데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상서로운 짐승으로 일컬어지는 기린의 ‘기’(麒)는 수놈을 가리키는 말이고, ‘린’(麟)은 암놈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상 속의 새인 봉황 또한 ‘봉’(鳳)은 수놈을, ‘황’(凰)은 암놈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노비라는 말이 사내종과 계집종을 일컫는 말이라기보다는 노예 상태에 있는 하층 천민 계급을 일컫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일부 고용주들이 종업원들을 마치 노비 부리듯 종업원에게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행태를 자본가의 ‘갑’질이라고 부른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자본가를 ‘갑’이라 하고 노동자를 ‘을’이라 할 때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갑’의 횡포다.

자본가의 자본과 노동자의 노동이 계약에 의해 교환되는 되는 것이므로 계약과 노동법에 적시된 대로 노사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정창현_우리 문화 연구가, 오클랜드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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