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타임즈광장 시론 To 고모 From 동준

[시론] To 고모 From 동준

자식 한글 교육에 시간 들이고 노력하는 부모 진심으로 응원
부모·조부모 좋은 언어 교환 상대…‘15분 한국어로 대화하기’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봉투에는 ‘To 고모 from 동준’이라고 적었고, 카드에는 키가 좀 더 크고 머리카락이 긴 고모와 손을 잡고 있는 본인을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그 밑에 “고모 사랑해요”라고 한글로 썼다. 사실 썼다기보다는 삐뚤삐뚤 그리다시피 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 자랐다면 이미 한글로 동화책도 술술 읽고, 긴 문장도 쓸 수 있는 나이인데, 크리스마스 카드를 본인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한글로 써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워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보았다.

여러 번 생각해도 감격스럽고 대견하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한국어로는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고, 다만 부모와 가족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글을 배워야 하는 이민 2세대, 3세대의 언어 습득 과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민 1세대가 겪는 뒤늦은 영어 습득의 어려움이나 1.5세대가 겪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식의 영어 습득과 한국어 유지에 대한 어려움보다 어쩌면 2세, 3세가 겪는 한국어 습득이 훨씬 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중에 특히 평소 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읽기와 쓰기를 연습하여 습득한다는 것은 사실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의 한글 교육에 시간 들이고 노력하는 1.5세대 부모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몇 년씩 토요일 아침에 열심히 한민족학교, 한국학교에 보내도 한글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으니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 그리고 한글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니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란다.

또한, 토요일을 반납하고 교민 자녀들의 한글 교육에 힘을 쓰고 있는 여러 교사에게도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6년간의 교사 생활 후 그 당시 교장, 교감 선생님께 “일 년만 쉬고 돌아오겠습니다.”는 약속을 했는데, 부끄럽게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만 언젠가는 꼭 돌아가 교민들의 한국어 교육에 나도 보탬이 되어 보리라 다짐을 해 본다.

기여하는 것 없이 바람만 적는 것이 염치없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글학교에서 공부한 1.5세대가 성장을 해서 교사로 학교에 돌아오는 것처럼 2세도 3세도 한글학교에서 공부하고, 커서 다시 교사로 학교에 돌아오는 경우가 생기기를 바란다.

주말에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 쉴 수 있는 시간을 쪼개고 희생해가며 노력과 투자를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세들에게는 한국어 습득이 제2 국어를 배우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환경에서 이미 주어지는 학습 도구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

우선 이민 1.5세대인 부모와 1세대인 할머니, 할아버지는 매우 좋은 언어 교환 상대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15분 한국어로 대화하기’ 같은 활동을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좋은 드라마 작품이 있을 땐 부모 혹은 조부모와 함께 시청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언어와 함께 정서와 문화적인 부분들도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다 보고 난 뒤에는 그 내용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보너스로 얻어지는 가족 간의 소통이 되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카드를 한글로 써준 고마운 조카에게 새해에 가르쳐 줄 것이 생겼다. ‘고모께, 동준 올림’이라고 쓰는 법도 가르쳐 줘야겠다.

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외부 필자의 글은 뉴질랜드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dvertisement -

주간 신규 인기글

오클랜드 물 부족 심각…“샤워는 4분 안으로”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데다 비까지 내리지 않아 오클랜드 시민들에게 샤워 시간을 줄여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2월 초부터...

[그레이스 정의 ‘일상의 습작’] “야호~ 엄마가 오셨다”

쿠메우의 여인, 그레이스 정의 ‘일상의 습작’(1) “야호~ 엄마가 오셨다.” 열한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백프로 건강 칼럼] 녹색, 담낭 이상 의심해 봐야…하얀색, 담즙 부족일 수도

건강한 성인이라면 3일에 한 번씩은 대변을 본다. 대변은 다방면으로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인다.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변은 황갈색에서 흑갈색을 띠며 단단하지만 딱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클랜드 초호화 주택 거래 활발

외국인 주택 취득 규제가 시행된 2018년 10월 이후 침체하였던 고가 주택의 거래가 작년 말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작년...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NZ 경제 위축 우려

소매업체 직원 업무 시간 단축 등 피해 최소화 노력 관광객 대상 소매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 감염에 대응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