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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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leys, 그레이스 정의 ‘일상의 습작’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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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친구가 얘기를 낳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엄마가 나를 낳았을 때 나이야.” 


뜬금없는 아들의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아들을 바라보니 장식장 속의 빛바랜 오래전 가족사진에 마음을 뺏긴 채 아들이 서 있다.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결혼해서 아기를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는 모습에서 어찌하여 엄마의 모습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옮겨지는 아들의 시선을 타고 아들 마음속으로 퍼져 나가는 애잔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 온다. 아마도 ‘엄마도 나랑 친구들처럼 눈부신 청춘의 때를 보냈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려나? 


“너랑 동갑이야? 언제적 친구인데?” 


“아니 나보다 좀 더 나이 많지. 인터때 친구인데, 아기 유치원 보내고 뭐 그런 얘기들 하는데 진짜 엄마 같더라 ㅋㅋㅋ.” 


주위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도 하고, 빠른 친구들은 아기도 생기고 하는 모습을 접하는 아들의 마음이 무척 신기하기도 한가보다. 그런 아침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집을 나서는 아들의 뒷모습에서 장식장 속의 아기와 장성한 아들이 하나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워 온다. 


만학의 공부도 마치고, 청춘의 방황도 마치고 돌아와 집안을 그득 채워주는 남편과 아들의 아우라로 나의 분주한 하루는 더 없는 활력으로 가득해졌다. 딸과 단출히 지내던 때와 다르게. 

산처럼 먹어대는 식성의 남자 둘을 위해, 장을 산더미처럼 봐야 하고, 저녁은 날마다 잔칫집처럼 지지고 볶아 데는 음식 냄새로 그득하다. 


아들이 어릴 적에 난 바쁜 일을 핑계로 아들이 인생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던 시간들을 함께 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은 늘 내 삶의 한 켠에서 날 아쉽게 붙잡았고 난 그 아쉬움의 시간들을 이제라도 만회하려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살고 있다. 


아침이면 아빠 취향의 클래식과 아들 취향의 최신곡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집안을 채워간다. 복이 많은 나는 다양한 음악 장르에 탁월한 조예가 있는 남편과 아들 덕에 아침마다 귀와 마음이 흥에 겹다. 


그런데 난 요즘 ‘아모르 파티’라는 유행가가 좋다. 신나는 비트와 열정적인 무대 매너로 60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흥으로 이 노래를 소화해 내는 가수 김연자 씨의 대표곡 ‘아모르 파티’. 마치 사랑의 파티로 오해받기 쉬운 이 곡의 원제목 '“Amor Fati’는 사랑이란 뜻의 라틴어 ‘아모르(Amor)’와 운명이란 뜻의 ‘파티(Fati)’가 결합하여 즉,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멋진 뜻을 탄생시켰다. 보통 한국의 철학 서적에선 ‘운명애’라고 번역되어 등장한다. 


독일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이며 ‘신은 죽었다’란 표현으로 많은 크리스천들의 오해를 받고있는, 그러나 누구보다 예수를 사랑했던 니체가 처음으로 인용했던 표현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1882년 발간된 '즐거운 학문'이란 니체의 책에서 이런 글로 표현되어 졌다.  


"나는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배우려 한다. 그리하여 나는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자가 될 것이다. 아모르 파티! 지금부터 이것이 나의 사랑이어라!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련다. (중략)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오직 긍정하는 자가 되려 한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표현을 얼핏 들으면 마치 니체가 “신은 죽었다”란 표현으로 그 뜻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하는 많은 기독교도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그저 운명에 굴복하고 순응하라는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의 뜻은 그렇지 않다. 니체가 살던 당시의 서구 사회는 그리스도교가 팽배하여 절대적인 신의 세계와 수동적인 인간의 세계를 이분법 하여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즉, 천상의 신의 세계를 절대적 초월적 가치로 두고, 선, 악, 정의, 도덕 등을 모두 이 초월적인 신의 가치에 두며 그 대칭점에 인간의 의지나 삶 등을 두어 인간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였다. 인간은 오로지 신의 구원과 신에 대한 의지에 의해서만 내세에서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약한 존재로 전락시켰다. 신은 인간을 창조하며 우리에게 자신을 거부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인격적인 자유의지를 우리에게 줄 정도로 우릴 사랑하며 인격적으로 창조하였건만. 


당시 사회는 그런 창조주의 깊은 섭리를 외면하며, 마치 우리가 로봇인 것처럼, 아무런 고민과 갈등도 없이 당신을 무가치하게 받아들이게 창조하였다고 신의 섭리를 격하시키려 한 것이다. 그런 부패해 가는 서구 사회를 향해 니체는 “신은 죽었다”란 말과 함께 “네 운명을 사랑하라”란 멋진 표현으로 부패해가는 기독교에 경종을 울리며 현재 살고 있는 삶보다 죽어서 갈 천국에 마음을 두며 수동적이고 체념하는 운명론적 삶이 아니라 현재의 삶이 때론 고난과 역경으로 나에게 덮쳐 올지라도 그조차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받아들이며 나의 삶과 현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랑하라는 뜻으로 니체는 뜨겁게 말하고 있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 파티!” 


눈부신 핏빛의 동백과 수려한 아름다움의 목련은 코로나로 스산한 시국을 조롱하며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한다. 창조주의 섭리하에 우린 우리에게 허락된 또 하나의 눈부신 봄을 맞이하고 있다. 난 오늘도 나에게 허락한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하며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를 흥얼거리며 그렇게 하루를 또 열심히 살아가리라. 



아모르 파티 / 네 운명을 사랑하라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인생이란 붓을 들고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 

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펐던 행복이여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이제는 더이상 슬픔이여 안녕 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 

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 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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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정     

・ 뉴질랜드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 베이리스(노스 웨스트)부동산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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