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다산 정약용
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82)
사람들은 누구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 그래서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특히,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국가의 대사에 신관(神官) 또는 일관(日官)이 있어 길흉(吉凶)을 점쳤다. 일반인들도 결혼, 사업, 직장, 승진, 태교 등 중대한 사항에 점을 쳐서라도 미래를 알려고 했다.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결혼 때 예물과 함께 사주단자를 보낸다.
사주(四柱)는 태어난 해(年)와 월(月)과 일(日)과 시(時)의 4개의 기둥이라는 의미로 그 사람의 운명이 사주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동양에서는 주로 산(算)가지나 동물의 뼈로 점을 쳤다. 서양에서는 별자리를 보고 운명과 운세를 알아보았다.
서양의 점성술사로는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가 있다. 그는 1999년 9월 9일 지구 멸망을 예언했다. 그의 예언이 틀린 것인지, 아니면 해석이 틀린 것인지 모르지만, 지구는 오늘도 멀쩡하다.
예전에는 매년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곤 했다. 그리고 한때 스포츠 신문이나 주간지에 ‘오늘의 운세’라는 난이 실리기도 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심심풀이 수준으로 서양 카드 점(占)인 타로 점을 본다. 번화가 강남은 물론 대학가에서도 타로 포장마차나 심지어는 타로 카페도 있다.
김동완은 사주명리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 동국대 상담심리학 석사, “다산역(茶山易) 연구’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로 재직 이다.
사주 명리학회, 한국주역리더십학회, 한국관상경영학회 등 여러 단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운명을 바꾸는 관상 리더십>, <관상 심리학>, <사주 명리 인문학>, <타로 카드 완전정복> 등 20 여권이 있으며, 영화 <풍수>의 자문역을 맡았다.
역학(易學)은 ‘인간과 역사의 변화’와 ‘우주 운행의 변화’를 체계화하여 관찰하는 학문이다. 점을 치는 것은 역학의 원리를 통해 미래의 길흉을 미리 알려 어떤 일에 대비하는 시간과 준비를 하도록 함이다. 추길피흉(追吉避凶: 길한 것은 따르고 흉한 것은 피한다)의 방도를 마련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인 것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역경:易經>은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 신비한 경전이며, 점의 비밀이 담긴 책이며, 우주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서이다.
주역은 천명(天命)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 졌고, 오직 의리(義理)에 맞아야 하고 성공, 실패가 불명확할 때만 천명을 물어야 한다. 이를 품명(稟命)이라고 명명했다.
주역을 해석함에 있어 미래에 내 욕심이 실현되는지를 예측하는 탐명(探命)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알고자 하는 품명을 실현하고자 했다.
주역은 그 뜻이 너무 심오해서 해석서를 낸 유학자가 드물다. 유교의 시조인 공자(孔子)가 책을 묶은 가죽끈이 끊어져 세 번 다시 묶을 정도로(위편삼절: 韋編三絶) 읽은 책이 바로 주역이다.
공자는 주역을 해석한 책으로 <십익: 十翼> 또는 <십전: 十傳>)을 저술했다. 송 나라 주자학의 시조인 주자(朱子)는 <역전: 易傳>, <주역본의>을 저술했을 정도이다.
이런 주역을 연구한 사람은 조선시대 정조 때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다. 2012년 장 자크 루소, 헤르만 헤세와 더불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문화인물로 선정된 그는 1801년부터 2년간 지낸 유배를 간 강진의 주막집 작은 방을 ‘사의재’라 이름 지었다.
사의(四宜)는 네 가지 마땅함을 가리키는데, 생각은 마땅히 담백해야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하고, 말은 마땅히 과묵해야 하고, 동작은 마땅히 중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곳에서 주역의 해석을 집대성해 <주역사전(周易四箋>을 저술했다.
주역은 단지 동양에서만 연구한 것이 아니다. 서양의 과학자들이 더욱 더 심취했다. 디지털 혁명을 원리를 정립한 수학자 라이프니츠의 이진법(二進法)은 음양(陰陽)에서 나왔고, 이진법 논리로 컴퓨터가 탄생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양자역학(量子力學)의 아버지 닐스 보어는 주역에 심취해 수상식에 팔괘(八卦)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왔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주인공 요제프 크네히트는 <주역>을 통달하면 우주의 이치를 알 수 있다는 희망으로 중국의 현자를 찾아갔다. 현자가 요제프를 제자로 받아들일까를 놓고 점을 친다. 그 때 산수몽(山水蒙)이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금세기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도 ‘양자역학이 지금껏 해 놓은 것은 태극, 음양, 팔괘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극찬했다.
다산은 주역을 통달한 후 이렇게 말했다.
‘옳은 일을 하면서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最善)의 삶이고,
옳은 일을 하면서 손해를 보는 것이 차선(次善)의 삶이며,
그릇된 일을 하면서 이익을 보는 것이 차차선(次次善)의 삶이고,
그릇된 일을 하면서 손해를 보는 것이 최악(最惡)의 삶이다.’
점을 믿기 보다는 올바른 삶을 사는 것이 미래를 확실히 대비하는 삶이다.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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