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Z교민뉴스 교민뉴스 “외롭고 허전한가요~도서관 책으로 치유해 보세요”

“외롭고 허전한가요~도서관 책으로 치유해 보세요”

인터뷰_오클랜드도서관 천소라 사서

아이들 한국 책 읽기 35가족 동참…청년 독서 모임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몇 년 전, 새로 문을 열었다는 버켄헤드도서관을 처음 찾았을 때 책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사람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도심을 향해 탁 트인 전경, 그림자를 허용하지 않는 실내와 안락한 시설들은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버켄헤드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똑같이 느끼는 인상이기도 했다.

버켄헤드도서관에서 정규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사서를 만났다. 약속된 시간에 맑은 인사와 함께 나타난 사람은 천소라 씨였다. 문득 인터뷰가 깔끔하게 진행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도서관이라면 조용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떠오르는 그런 장소가 아니라는 말로 시작했다.

제삼의 물결인 정보혁명을 거쳐 정보화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지식과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서 손쉽게 찾게 되면서, 지식의 집적이라고 일컬어지던 도서관을 이용하는 기회가 줄어들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도서관 역시 그런 물결과 경향에 따라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조용하고 딱딱한 분위기라는 사람들의 이미지와 물결에 따라서 변하고자 하는 도서관의 비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겠지만, 개인화되고 고립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공간을 만들어서 편리하게 제공할 것인가가 현재 도서관의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천소라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민을 왔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을 따라서 물리나 화학과 같은 과학 관련 과목에 집중했는데, 점수는 처참했다. 대학교에서 자신이 관심이 가는 분야인 심리학과 교육학을 복수 전공했다. 흥미로운 분야를 즐기면서 공부하다 보니 좋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래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졸업 후, 방과 후 수업인 오스카 프로그램에 참여해 망가레 지역에서 수학과 영어를 지도했다. 그리고 오클랜드시의회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독서 모임과 청년독서 모임

그녀는 영어가 서툰 이민자들에게 무슨 책이 어디 있는지를 가르쳐주거나 회원 카드를 만들어주는 단순한 사서가 아니었다. 도서관의 사 년 차 정규직원이면서 각 도서관에 한 사람씩만 근무하는 ‘Community Engagement Librarian’이다. 지역의 특색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임무로 하는 직책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독서 모임에 커다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거나 경력을 가진 분들이면서 대단한 독서가들입니다. 각자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말씀하시는데, 가끔 시를 낭송하는 분이 계세요. 큰 목소리로 한 편의 시를 암송하는 그분들의 정서에 큰 감명을 받았고, 너무나 생소한 분위기에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정서와 분위기를 전하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다. 젊은 사람들의 책에 대한 그리고 독서모임에 관심은 의외로 적었다. 삶이 바쁘다 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도서관의 개방 시간이 맞지 않는다거나 시간이 없어서라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청년들의 독서 모임을 만들고 싶었던 천소라는 주말인 토요일 오후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의 시간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모인 열일곱 명의 젊은이들과 책을 읽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여러 문화행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소통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큰 보람이며 기쁨이었다.

그녀가 최근에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워크비자로 온 사람들이나 영어가 편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그런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교직에서 은퇴한 키위 선생님이 있었고, 영어 회화 교실을 열게 되었다.(버켄헤드도서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11시 30분.)

그 수업을 받은 교민은 이민 온지는 오래 되었지만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외국인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친구 사귀기를 시도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그처럼 도서관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그리고 사회를 하나로 만드는 장소라는 것이었다.


천소라는 주말인 토요일 오후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의 시간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모인 열일곱 명의 젊은이들과 책을 읽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문화행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소통한다는 것은 큰 보람이며 기쁨이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일까.

“좋은 책이란, 한 문장이라도 나에게 스며들어서 조그마한 변화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단출한 그래서 명료한 대답이었다. 특히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그녀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을 울린 강의』(정재찬)를 꼽았다. 시를 분석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꽃에 대한 시들이 많았어요. 특히 동백꽃이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등바등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동백꽃을 탓하지 마라’라는 문장이 기억납니다. 한국에 많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계세요. 할머니를 돌보고 있는 친척에게서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활짝 피었다가 쓸쓸히 지는 동백꽃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어요. 그때 한 편의 시가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이렇게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서관을 잘 이용하려면.

오클랜드시는 현재 각각의 개성이 있는 쉰다섯 군데의 도서관에 약 오천 여권의 한국 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네 군데 도서관에서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가입하고, e Book을 즐길 수 있는 e Membership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소개했다. 사진 ID만 있으면 카드발급과 함께 Full Membership으로 변경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책의 구매 예산이 책정되게 된 것과 교민의 북카페에 마련된 사이트를 통해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두 가지 모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며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을 그룹 스터디나 공부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도서관이라는 딱딱한 틀을 벗어나 더욱 더 풍요로운 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녀의 생일파티 장소로 사용하기도 하고, 벽을 자신의 그림으로 채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캔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노스코트도서관에서는 누구나 꽃을 심을 수 있는 자율형 정원을 꾸미기도 했어요. 도서관은 변화하면서 거기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도서관의 또 다른 활동을 소개했다.

Education Angels Childcare와 함께 진행하는, 5살 미만 아이들을 위한 한국 책 읽기 시간(Rhyme Time)이다.(글렌필드도서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45분~12시) 아이들이 동요와 음악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는 시간을 가진 후, 동화책 읽어주기와 만들기 놀이로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활발하게 춤추며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은 도서관이 원하는 모습이기도 했고, 행사를 마친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달려올 때 그녀는 자신이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처음 타카푸나도서관에서 세 가족으로 시작한 행사는 이제 서른다섯 가족이 참여하는 큰 행사가 되었다.

“작년부터 한국 어린이 책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시면서 한국어를 가르쳐 주시고 친밀한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사서의 보람은.

“많은 교민이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런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아이디어들을 제시해주고, 도서관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크고 작은 다양한 목표들을 성취하도록 도움이 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미리 짐작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교민들에게 하고픈 말은 없는지.

“책을 가까이하기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곳곳에 열린 독서 모임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 또한 매번 바쁘다는 이유로 읽어야 할 책들과 부담감이 같이 쌓여만 갔었는데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서로 책을 통해 자기 생각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멤버들의 모습에 도전을 많이 받게 되었고 이제는 틈틈이 시간을 사용해서 책 읽는 것이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도서관도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목표는 서로 어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커뮤니티를 돕고자 합니다.

물론 코딩이나, 뜨개질 등 혼자서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 있지만, 함께 모여서 서로 격려하면서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도서관 공간을 제공해드리며 진행하도록 도움 드리기도 합니다. 점점 더 고립되어가는 사회에서 벗어나 서로 알아가고 소통하며 나아가는 저희가 되길 소망합니다!”

천소라씨는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하고픈 말들이 많은 진지한 사서였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착하고 순수한 젊은이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모임을 원하거나 찾게 되는 것은 결국에는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에서 나오는 행위가 아닐까요, 교민사회에서 외롭고 허전하다고 느끼는 교민이 있다면 특히 책과 도서관을 통해서 그 목적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착하고 순수한 사서 천소라는 말했다. 모처럼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신 느낌이었다.

독서 모임 일정
•버켄헤드도서관(Birkenhead Library)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12시
• 글렌필드도서관(Glenfield Library)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12시
• 타카푸나도서관(Takapuna Library)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오전 11시~12시
• 하이랜드파크도서관(Highland Park Library)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3시 30분
• 청년(20~30대) 독서 모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5시~7시

허은_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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