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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식하면 용감하다

정말 똑똑하고 실력 있는 사람은 모르는 분야에서는 말 아껴
몰라서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알고자 말을 줄이는 것


“어제 야근해서 오늘은 못 가.”

“오늘은 약속이 있으니까 내일 가면 되지.”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그 문턱 넘기를 멀리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헬스장이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정상 인간(?)다운 몸을 만들어 보겠다고 그곳을 다녔었다.

언젠가 러닝머신에 올라 가볍게 걷다 뛰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러닝할 때는 발뒤꿈치부터 딛고 팔을 크게 흔들어야 운동 효과가 있어요.”

나는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다가 하마터면 러닝머신에서 구를 뻔했다.

나에게 운동 훈수를 두던 사람을 쳐다봤는데 내가 아는 그 헬스 트레이너가 아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할 몸매도 아니었다. 나보다 더 관리가 필요한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운동만이 아니다. 친구들과 종종 정치, 경제, 나아가 스포츠, 연예계 관련 이슈로까지 번져 논쟁을 벌이는 일이 있다. 각자의 의견이 옳다고 치열하게, 속된 말로 머리 터지게 싸운다. 술자리에서 그랬다면 궁극엔 감정싸움으로 이어진다.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는 지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다. 어디서 주워들었거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야기 들이다.

유독 남에게 훈수 두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훈수 두는 사람치고 대부분 그 일을 잘하지 못 한다. 무슨 분야든 해봐서 조금 경험이 쌓이면 자만심이 생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몇 가지 얻어들은 얇은 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려 한다.

이처럼 빈 수레가 더 요란한 사람과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득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 사례가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대학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적에 대하여 스스로 예상을 해보라고 했다. 그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실제로 성적이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상위 40% 이상이라고 과대평가했고, 반면에 실제로 성적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상위 30% 이하일 것이라고 자신의 성적에 비하여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을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 한다.

더닝-크루거 실험의 결론을 정리하면 ▷무지한 사람은 자신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무지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다 ▷무지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능력 정도를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한다 ▷능력이 어느 정도 나아지고 나면, 그때야 자신과 주변의 능력을 평가할 수가 있다.

더닝-크루거는 찰스 다윈의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갖게 한다’라는 이론을 토대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 행사에 가면 꼭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도 잘 모르면서 큰 목소리로 떠든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서론이 길다. 한참을 말하지만, 말에 핵심이 없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하수들은 마구 떠들어 대고 우겨댄다. 그들은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까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정말 똑똑하고 실력 있는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는 말을 아낀다. 상대방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한 번 질문한다. 그들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몰라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다. 더 알기 위해 말을 줄이는 것이다. 그 분야에 경험이 쌓이고 전문성이 높아진 사람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진다.

지금도 존경받는 현인인 소크라테스는 “나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다. 다만 나는 최소한 내가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의 지식과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늘 고려해야 한다.

무식을 앞세워 용감해지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할 뿐이다.


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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