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긴 세월 폭우풍상을 거치며 깎이고 쓸려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긴 세월 폭우풍상을 거치며 깎이고 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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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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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빚은 예술품, 그저 탄성만 나올 뿐이다. 


푸탕기루아 피너클(Putangirua Pinnacles)

푸탕기루아 피너클은 지명이 긴 탓인지 그냥 피너클(높은 산봉우리)로 통한다. 북섬 남부 팰리서만(Palliser Bay)의 아오랑이 포레스트 파크(Aorangi Forest Park)에 있는 이곳은 주변에 아름다운 등대도 있고 바로 그 옆에는 물개(Seal) 서식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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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거리 표지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최고 걸작품 볼 수 있어

오클랜드에서는 장장 8시간 반 거리지만 웰링턴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곳에서 나는 지금까지 본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작품 중에서 최고의 걸작품 중 한 곳을 보았다. 


케이프 팰리서(Cape Palliser)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야영도 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삼거리에 표지판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 왼쪽은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전망대(Lookout)까지 가는데 45 분이 걸린다.


나는 계곡 쪽을 택했다. 계곡(Stream Bed) 쪽으로 먼저 올라가면서 구경하고 능선(Ridge)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계곡으로 들어가면 자갈밭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무늬의 화석들을 만나게 된다.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이런 귀중한 화석들을 많은 사람이 그냥 지나친다.


또 왼쪽으로는 쌍봉 남근석이 높다랗게 보이는데 각도가 안 맞으면 그냥 바위기둥일 뿐이다. 오르막이 힘들어 헉헉거리다 찍어왔는데 집에 와서 컴퓨터를 열어볼 때까지는 이런 모양을 한 바위인 줄 몰랐다. 한국이나 중국 같은 무속 신앙이 있는 나라 같았으면 오색 헝겊 조각이 밑동 어딘가에 어지럽게 묶여있고 근처에 제사상이라도 놓여있는 등 요란을 떨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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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만들어 놓은 남근석. 


계곡에서 전망대 가는 길 급경사 이뤄

계곡 끝을 들어가 봐야 하는데 보통 능선 쪽으로 먼저 올라갔다가 계곡 쪽으로 내려오면 깊숙이 안 들어가 볼 가능성이 있고 냇가에 펼쳐지는 이모저모를 간과할 수도 있다. 계곡 끝까지 들어갔다가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전망대 가는 능선 길이 있어(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놓친다) 전망대까지 가 보기로 했다. 계곡에서 전망대 가는 능선 길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급히 가면 지친다.


거의 다 왔을까?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키위 노부부를 만났다.


“How far?”(얼마나 남았나요?)


“Two days long.”(이틀 정도.)


“…?”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 번 더 반복한다.


“Two days.”(이틀 걸린다니까.)


그제야 알아채곤 “Better than two months”(두 달보다는 낫네요)로 응수했다. 그 할배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능선 길로 올라가면서 남동 방향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조각품들이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풍경들이 이후 얼마나 더 아름답게 얼마나 더 넓게 펼쳐질지 가늠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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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에서 본 풍경. 


여러 모양을 한 잡석 형태로 되어 있어

피너클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한다. 남섬의 클레이 클리프(Clay Cliffs)와 매우 비슷한데 오랜 세월 전에는 이 지역 역시 낮은 지대의 드넓은 강바닥이나 바닷가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 땅이 융기되어 갑자기 솟아났고 그 뒤 오랜 세월 폭우풍상을 거치며 깎이고 쓸려 이러한 풍광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한 가지 클레이 클리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갈의 재질이다.


클레이 클리프는 주로 동글동글한 차돌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곳 돌들은 여러 가지 모양을 한 잡석 형태를 띠고 있는 점이다. 또 화석 바위의 물고기 화석들은 지진 바위 지역(Earthquakes rock area)에서 보았던 단일화석과 달리 여러 종류가 섞여 있었다.


그나저나 위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이 지역이 도대체 얼마나 넓은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중에 자료 조사를 좀 더 한 후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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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잘한 물고기 화석을 볼 수 있는 암석. 

<다음 호에 계속>

박현득_사진작가 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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