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명균 칼럼] 물의 향연, 와이라케이

[나명균 칼럼] 물의 향연, 와이라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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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명균 칼럼] 강, 그리고 사람들(3) Waikato River
 


이 물의 향연을 조금 더 즐기기 원한다면, 차를 세워 두고 발품을 팔아보는 것도 좋겠다.
번지 점프대 인근에서 강줄기를 따라 난 산책길은 후카 폭포로 이어지는데,
강가에 이르면 따듯한 온천수가 작은 냇물을 따라 흘러 합류한다.
 

크고 작은 물줄기를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호수 타우포는 이제 한 줄기 힘찬 모습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품 안에서 장성하여 장가가는 큰아들의 모습처럼 늠름하고 씩씩한 모습이라고 할까? 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그 용기가 참 대단하다. 부모의 마음에 염려는 일절 없이 기대만 가득 남기고 떠나는 그런 모습. 우리 아들도 그러기를 바라며 흐르는 강물에 눈을 든다.


강은 길을 만들고

강이 길을 만들었는지 길이 강을 만들었는지, 강과 길은 동무가 되어 함께 하는 것 같다. 뉴질랜드의 몇몇 주요 도로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오클랜드에서 네이피어에 이르는 길을 써멀 익스플로러 하이웨이(Thermal Explorer Highway, 온천 탐험 고속도로)라고 부른다. 이 길은 타우포 시내를 지나 로토루아로 향한다. 특히 타우포에서 로토루아까지의 약 80km 구간은 타우포 볼캐닉 존(Taupo Volcanic Zone)을 관통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보고 즐기고 여유를 가질 것들이 많다. 


강은 또 마을을 이루게 하고

타우포 시내에서 이어지는 길은 와이카토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누쿠하우(Nukuhau) 마을이다. 이 마을은 타우포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타우포에 처음 정착한 마오리 부족 응아티 투화레토아(Ngati Tuwharetoa)가 정착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두 개의 마라이(Marae, 마오리 마을회관 같은 곳)가 남아 있다. 강가에 인접하여 있고 부근에는 온천과 지열 지대가 있어 정착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한 것이다.
 

화려한 물의 향연이 있고

누쿠하우 마을을 뒤로하고 조금만 가면, 길은 어느새 오클랜드로 이어지는 1번 하이웨이와 로토루아로 가는 5번 하이웨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이 두 하이웨이를 모퉁이로 한 곳에 작은 마을 와이라케이(Wairakei)가 있다. 작은 여느 마을처럼 이 마을에도 작은 초등학교 하나와 작은 상점 하나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 마을은 바로 인근에 있는 지열발전소(Wairakei Geothermal Station)와 아라티아티아 수력발전소(Aratiatia Power Station) 직원들을 위해 조성된 마을로, 와이카토강이 흐르면서 만나는 실제적인 첫 마을이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마을 길 이름들이다. 모든 길 이름이 카우리(kauri), 라타(rata), 니카우(nikau) 등 뉴질랜드 고유 나무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더 한 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은 와이라케이라는 마을 이름에 있다. 이 마을 이름은 인근에 있는 계단식 온천(Wairakei Terraces)과 연관된다. 와이라케이에서 ‘와이’(wai)가 물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라케이(rakei) ‘꾸미다, 장식하다’라는 뜻이 붙어있다.


와이라케이의 이름이 유래한 것도 바로 이 온천 때문이다. 이 온천에는 실리카, 마그네슘, 칼슘 등의 미네랄 성분이 많아 오랜 옛날부터 마오리들의 건강을 지켜 준 곳이다. 그런데 여기에 서면 반갑기도 하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 한쪽에 남는다.

이유는 1886년 타라웨라산(Mt. Tarawera)의 거대한 폭발로 인해 로토마하나호수(Lake Rotomahana, Waimangu Volcanic Valley에 있음)에 잠겨버린 두 개의 계단식 온천인 핑크, 화이트 계단식 온천(The Pink and White Terraces)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터키 파무칼레 온천만큼이나 아름다웠던 곳인데 말이다. 아무튼 작은 규모이지만 와이라케이 계단식 온천이 아직 그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니 다행스럽다.


이외에도 이 동네는 물과 관련하여 흥미진진한 모습이 담겨 있다. 계단식 온천뿐만 아니라 간헐천, 끓어오르는 진흙, 강, 사이다 같이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폭포, 번지 점프와 제트 보트의 스릴, 또한 온천수를 이용한 새우양식, 수력발전소와 지열발전소 등 그야말로 물로 인해 볼 수 있는 모든 모습을 주변 가까이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물의 향연이라고 할까?
 

오랜 날의 전설이 있고

강물이 시작한 곳으로 다시 이야기를 돌려본다. 타우포 호수를 출발한 강물은 잠시 흐르다가 바로 가질 못하고 오른쪽으로 휘돌아 나간다. 물줄기를 가로막고 있는 작은 산지형 때문이다. 이 지형을 사람들은 팬테일(fantail)이라고 부른다. 번지 점프대 쪽에서 보면 정말 꼭 그렇게 닮았다.


팬테일 버드(fantail bird, Pīwakawaka)는 뉴질랜드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다. 아주 작고 앙증맞은 이 새는 사람들 주변 1m 가까이까지 와서 아주 불규칙한 날갯짓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 같지만, 마오리들은 이 새를 흉조라고 생각하여 집에 들어오는 것을 아주 꺼린다. 마오리 전설 속의 인물 마우이(Maui)는 죽음을 극복하려고 했으나 이 작은 새가 죽음의 여신을 깨우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무튼, 와이카토강이 흘려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첫 장애물을 만나는 모습은 참 재미있는 지형이다. 무슨 시샘인지, 청년의 힘찬 모습으로 시작하는 강줄기를 작은 새 한 마리가 꽁지 깃털로 막아보려는 듯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물줄기가 멈출 수는 없다. 강한 물살은 오른쪽으로 크게 휘감고 돌면서 맞은 편의 약한 지반을 깎아 내며 약 50m의 큰 절벽을 만들어 놓았다. 그 절벽 꼭대기에 만들어 놓인 것이 바로 타우포 번지점프(Taupo Bungy Jump)이다.


물은 힘차게 흐르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물의 향연을 즐기느라 떠나질 못한다. 이 물의 향연을 조금 더 즐기기 원한다면, 차를 세워 두고 발품을 팔아보는 것도 좋겠다. 번지 점프대 인근에서 강줄기를 따라 난 산책길은 후카 폭포(Huka Fall)로 이어지는데, 강가에 이르면 따듯한 온천수가 작은 냇물(Otumuheke Stream)을 따라 흘러 합류한다. 이 노천온천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지친 몸을 회복하고 후카 폭포에 이르면 그야말로 사이다 세상이다. 갑갑한 세상살이 모든 것이 이렇게 시원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명균_조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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