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명균 칼럼] 사이다 같은 후카 폭포

[나명균 칼럼] 사이다 같은 후카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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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명균 칼럼] 강, 그리고 사람들(4) Waikato River
 

와이라케이의 테라스를 신부의 머리를 장식하는 티아라라고 한다면,
후카 폭포는 신부의 긴 드레스와 같아 보인다.
면사포는 라글란에 있는 브리달 베일 폭포를 빌려오면 완벽한 어우러짐이 나온다.

 


사이다 같은 세상을 그리며

“와우~ 이것 뭐! 대단하네! 이거야말로 사이다네. 사이다!”

한국에서 오신 신경정신과 의사 부부를 모시고 후카 폭포(Huka Fall)에 들렀을 때 나온 감탄사이다. 정말 두 분의 삶과 마음에 그러한 감동이 살아가는 날 동안 지속하기를 소망해 본다.


4번의 암을 이겨내고 인생 80을 넘기면서도 더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시는 모습 속에서 두 분은 후카 폭포보다 더한 열정이 남아 있는 듯하다.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일로 얼마나 답답한 순간이 많이 있었겠으랴! 이제는 이 맛으로 살아가십시오. 사이다!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 후카 폭포

나도 이제 조금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을 보는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것 같다. 길에서든 어디서든 만나는 젊은이들을 보면, 우리 집 아이들이 생각난다. ‘저런 사위를 얻으면 어떨까, 저런 며느리라면 좋을 텐데.’

서른이 되고 또 가까워져 오는 아이들은 아직 생각지도 않고 있는 듯한데 애비는 벌써 조바심이 나는 것은 무슨 이유이고, 또 벌써 자녀들의 혼사를 마친 이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오늘은 봄의 절정에 다다른 파넬 로드(Panel Rd)를 걸어보았다. 나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 장면이 있었다. 수선화는 이미 꽃잎마저 떨어지고 노란색 자주색 프리지어 봄꽃으로 소박하게 단장한 빅토리아풍의 건물 앞이다.

백 년이 넘었을 건물 앞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한 쌍의 예비부부를 만났다.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봄의 꽃보다도 더 곱고 수려하다. 그들을 보면서 이런 발상을 해본다.


와이라케이의 테라스를 신부의 머리를 장식하는 티아라(Tiara)라고 한다면, 후카 폭포는 신부의 긴 드레스와 같아 보인다. 면사포는 라글란(Raglan)에 있는 브리달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를 빌려오면 완벽한 어우러짐이 나온다.

후카 폭포의 길고 하얗게 넓게 펼쳐지는 저 신부의 아름다움은 용기백배하여 흐르는 젊은 청년과도 같은 물줄기를 다 품어주고 있지 않은가!


온천물에 새우가 산다?

지열발전소에서 강가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새우양식장이 나온다. 보통의 새우들은 바닷가 근처에서 양식을 하는데 비해 이것은 전혀 뜻밖이다. 이유는 여기서 양식하는 새우는 민물새우로 한국에서는 일명 징거미(Giant freshwater prawn)라고 부르는 종류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아마 중학생 시절로 기억된다. 큰형을 따라 어느 저수지에서 밤새 낚시를 하러 간 기억이 있다. 형은 월척 붕어를 잡는다고 새벽녘 시간을 노린다며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있고, 나는 형의 코 고는 소리를 뒤로하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데 한 시간 넘게 입질만 하고 올라오지 않는 무엇과 계속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윽고 나의 끈질김에 걸려 올라온 것은 놀랍게도 큰 손가락 정도의 왕새우 한 마리였다. 이렇게 큰 새우가 저수지에서 산다고 하니 놀랍기까지 했다. 낚시로 그 큰 새우를 건져 올린 것은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삼았었다.


그런데 가느다랗고 긴 집게발을 가진 징거미새우가 바로 후카 새우농장(Huka Prawn Park)에서 자라고 있다. 십수 년 전, 뉴질랜드의 이민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떠나는 가족들과 이곳에서 잠시 한가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나의 지인 한 가족도 이곳에 대한 추억을 말한다.


한국에서 온 아들며느리와 땡볕에 고생만 하고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워낙 뜨거운 날씨에 새우들도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집에서 꼼짝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많은 사람이 이 새우를 온천물로 양식하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지역의 온천물에는 실리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새우양식을 할 수 없다. 대신 와이카토강의 깨끗한 물을 끌어들여 지열발전소에서 남은 폐열로 섭씨 26도로 올려 새우가 생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혹 어떤 가이드가 유황 새우라고 관광객들에게 하는 말은 틀린 말이다.


또 하나의 전설이 만들어지고

새우농장을 벗어나 조금 내려가면 작은 댐 하나를 만난다. 바로 아라티아티아 댐(Aratiatia Dam)이다. 이 댐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와이카토강에 있는 여러 개의 댐 중 첫 번째 댐이고, 가장 먼저 건설된 것으로 댐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작은 규모이다.

이 좁은 협곡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해내고자 했을 때는 가장 적합한 지형일 수 있겠다 싶다. 폭이 좁은 만큼 댐을 건설하기에는 용이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이 댐을 만들지 않았다면 후카 폭포로부터 아라티아티아 급류(Aratiatia Rapids)를 지나는 물줄기의 모양은 어떠했을까 말이다. 해발 360m의 타우포 호수가 강을 이루어 흘러 케임브리지(Cambridge) 정도에 이르면 해발 30m에 이르게 된다. 댐을 만들지 않았다면 와이카토강은 매우 급하게 흘렀을 것이다.


특히 타우포에서 망가키노(Mangakino)에 이르기까지는 더욱 그리했을 것이다.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댐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전기를 생산해 낸다는 측면에서는 좋겠지만, 자연이 변형되거나 아예 파괴되는 그런 모습이 분명히 없지 않다. 아쉬움이 더 많이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아무튼 아라티아티아 댐 밑으로 난 급류 지역은 마오리 말로 아라티아티아(Aratiatia, 티아의 물 계단)라고 부른다. 타우포 호수를 발견했다고 전해지는 탐험가 티아(Tia)의 물 계단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 재미있다.

길이 없던 때, 그는 이 연속되는 크고 작은 폭포들을 마치 계단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올라간다고 하니 말이다. 이곳은 몇 개의 계단식 폭포를 이루며 흘렀을 것이고 그 풍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웅장함이 느껴진다.


지금은 댐에 막혀 겨우 하루에 몇 번만이 이 아라티아티아 급류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갈길 바쁜 사람들에게는 그 웅장하고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명균_조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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