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 톡톡] Location

[백동흠의 일상 톡톡] Lo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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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시스! 지금 어디?” “오네와 로드 노스코트 칼리지 옆. 브리토마트 향하여 가는 중.” “오클랜드 유니버시티. 사이먼 스트리트 출발점으로.” “브리토마트에서 베이뷰가는 트립할 예정인데.” “변경 트립임. 유니버시티에서 비취 헤이븐 와프 트립으로.” “Copy!” “Thanks.” 목요일 오후 5시 무렵. 너나없이 집으로 향하는 퇴근 시간. 오클랜드 주요 도로에 차들이 뒤범퍼에 코를 들이대고 줄지어있다. 두 트립을 마치고 세 번째 트립을 향해 빈버스로 가다가 회사에서 무전을 받았다. 


오클랜드 유니버시티에서 글렌필드 베이부로가는 버스가 크게 연착된 모양인지? 시내로 향하는 내 빈 버스를 그 쪽으로 가란다. 버스 운전하다 보면 종종 이런 무전을 받고, 즉시 변경 루트를 받아 대응한다. 이럴 때 귀에 딱 들어오는 말, Your Location? Where are you? 지금 어디에 있지? 내 현 위치를 묻는다. 


어제 수요일 오전 10시쯤에도 걸려온 무전. 타카푸나에서 버켄헤드 버랜스 코너로 오는 중이었다. 밀린 시간대라 5분쯤 늦어졌다. 무전이 머리 위 마이크에서 울렸다. “프란시스. 로케이션 플리즈!” “어라운드 더 코너. 다왔어.” 바로 버스를 버랜스 코너에 대고 다음 버스 운전자에게 넘겨줬다. 내 버스를 기다리던 운전사가 회사에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지난 달 내가 두 차례 연수를 시켜줬던 신입 운전사였다. 통상 10분 이상 늦어질 때면 회사로 연락을 한다. 5분이 늦어서 서둘러 오며 무전을 안 한 건데. 버스를 넘겨주며 한마디 전해줬다. 미안하다. 전 운전사한테 버스를 20분 늦게 인수받아 최선을 다해온 거다. 5분 늦은 것. 앞으로 이럴 때 회사에 연락하는 것은 지양하길. 밀린 시간대에 버스 교체할 때는 좀 늦는다. 


애써 달려오는 동료 버스 운전사에게 배려의 마음을. 신입 사원이 눈을 끔벅거린다. 신입사원 어깨를 툭 치며 안전운전! 그제야 신입 사원이 빙긋 웃는다. 몇 주전, 뉴질랜드 정부에서 초청해 온 고국의 저명인사의 토크 콘서트에 다녀왔다. 200여명의 교민을 대상으로 강연과 질의 응답을 받는 시간. 오랜만에 생생한 이야기라 강연장 열기가 진지하고 뜨거웠다. 


전에 그분의 책을 보고 공감한 바가 커서 나 역시 새로운 충전의 시간이었다. 그 때 인상적인 말이 아직도 귀에서 생생하게 울린다. 우리 삶에 대한 점검 질문 중 세 번째 대목이었다. “Where are we heading for?”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이 질문 역시 Location 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 질문,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두 번째 질문, What do I live for? 나는 왜 살지? 에 이은 종결 질문이 바로 Location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민생활 4반세기를 점검해보는 계기도 됐다. 이민자로서 나는 누구지? 어떻게 살고 있지? 내 이민생활, 앞으로 어디를 향해가고 있지? 키워드가 몇 개 반추된다. 행복, 성공. 가족, 인정(Recogation). 내 현재 위지. 발 디디고 있는 곳. 마음이 가는 곳. 만나는 사람들. 집. 직장. 일터. 여행지. 마음의 쉼터. 책 읽고 글 쓰기. 내 삶의 배경 되어 주는 이들에게 마음을 연다. 여여(茹茹)하다. 나의 현 위치를 알기 위해 Google 위치 추적을 눌러본다. 온 세상 지구가 뜬다. 온 세상 207여 개국 중 한 나라, 남태평양 뉴질랜드, 그리고 오클랜드, 더 팜스, 내 쉼터. 이것은 공간 개념의 위치다. 


새로운 위치 추적.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지구 생성 45억년전. 현생 인류, 20만년전. 직립 보행을 한 인류로 여기는 네안데르탈인. 16만년이 흐르고 출현한 4만년전 호모사피엔스. 그리고 2019년.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유장한 세월에 걸친 A Giant Relay다. 거대한 이어달리기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역사학자와 인류학자의 분석에 따른 연구 결과가 이례적이다. 


20만년전의 네안데르탈인이 왜 멸망했는가? 4만년전의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출현했는가? 네안테르탈인은 뇌 용량이 더 크고 지능이 뛰어났음에도, 폐쇄적이었다는 사실 추정이론. 자신과 다른 종은 배척하고 죽여버렸다는 점. 노인과 약자를 도태시킨 점. 차이를 틀림으로 인정하고 배척한 점. 반면에 호모사피엔스는 나와 다른 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노인과 약자를 돌보며 살아온 점. 강연자의 진지한 강연에 모두 숙연했다. 


바로 내 위치, Location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45억년전- 20만년전-4만년전-현재. 생명의 바톤 릴레이가 눈에 선연히 다가왔다. 다시 현 위치, 시간과 공간에서 주변을 바라다 본다.역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우리는 거대한 이어달리기의 한 지점에서 살고 있다. 내 작은 역할이 모여서 역사가 되고 문명이 된다. 


내 있는 곳, 지금 여기서 각자 여건에서 바톤을 들고 뛰어간다. 내 가정, 내 직장 일터,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 서로 배려하고 즐겁고 감사하게 살아가는 일. 우리의 Location이 아닐까?*


백동흠<수필가>

2017년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대상 수상

Birkenhead Transport 근무

글 카페: 뉴질랜드 에세이문학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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