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인류 투쟁의 역사 속에서 건져낸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 스마일스

책은 인류 투쟁의 역사 속에서 건져낸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 스마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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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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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법이든지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 때만이 좋은 법칙이라고 할 것이며, 어떤 정치든지 인민 간에 평화를 유지할 때만이 좋은 행정이라 하겠도다. 만약 그 법이 시기에 맞지 않으면 실제상 법이라 할 수 없으며, 그 정치가 인민의 안녕을 담보하지 않으면 좋은 정부라 할 수 없을 것이외다>


이 글은 김윤직과 이용직이 쓴 ‘독립청원서’의 첫 머리글로 3.1운동 당시 2대 총독인 하세가와 요시미치에게 케이크 상자에 넣어 전해졌다고 ‘올드 코리아’에 쓰여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실은 항상 변함이 없다.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1915년 일본에 온 뒤 1919년 3월 한국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동양의 창’, ‘웃고 넘깁시다’ 등이 있다. 키스의 한국 이름은 ‘기덕(奇德)’이다. 1915년 일본에 3개월만 머물려고 왔다가 무기한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 <런던 타임스>에 일요일마다 일본 편을 부록으로 만들었는데, 일본에 대한 삽화를 그렸다. 1917년 첫 책 ‘웃고 넘깁시다(Grin and Bear it)’는 패러디 풍자 삽화집이다.


1919년 3월 28일 부산에 도착한 순간 한국의 따뜻한 색감에 반했다. 한국의 산하, 황소와 농부, 초가집과 기와집 등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한복을 입은 남녀노소도 그렸다. 그림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감상을 글로도 남겼다. 


1921년 9월에는 서울은행 집회소에서 키스 작품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 미술사상 첫 외국인 화가 개인 전시회였다. 1916년 서양화가 김관호가 평양에서 가진 유화 전시회가 한국 미술사상 첫 전시회였고, 여류 화가 나혜석이 1921년 3월에 최초의 전시회를 가졌다. 1933년 서울 미쓰코시 백화점 화랑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했는데, 조선일보는 ‘영국 여류화가의 손으로 재현되는 조선의 향토색’이라고 보도했다. 그녀는 일제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관련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림은 엘리자베스가 그렸고, 글은 언니 엘스펫이 썼다. ‘올드 코리아 ‘원본에는 삼일 만세 운동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영국인 프랭크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가 하세가와 총독과 면담에서 제암리 양민 학살에 대해 추궁한 인터뷰도 실려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창씨개명에 대한 영국인의 비판도 실려 있다. ‘한국을 사랑한 푸른 눈의 여인’으로 알려진 그녀의 작품은 30여 년 전 재미 학자 송영달에 의해 국내에 알려졌다.


‘올드 코리아’는 1946년 펴냈던 책으로, 송 교수가 2006년 처음 번역 출간했다. 이어 2020년에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키스 그림을 추가로 찾아내 총 85점의 작품을 책에 실었다. 이순신 장군 추정 초상화도 이에 포함된다. 


송 교수가 꼽는 이번 완전 복원판의 가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수채화와 판화를 빠짐없이 실었다는 것이다. 판화 35점, 컬러 수채화 36점, 흑백 수채화 10점, 드로잉 4점이다. 

둘째, 키스의 생애와 발자취에 대해 추가로 알게 된 정보를 더 실었다. 

마지막으로, 이순신 장군 추정 초상화를 실었다는 점이다. 


이순신 장군의 원래 초상화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지금, 영국화가 키스가 그린 그림이 이순신 장군의 원래 모습에 가장 가깝게 여겨지는 현실은 다행스러우면서도 한 편 슬픈 일이다. 현재 충무공 영정은 1932년 이상범 화백이 남해 일대의 초상화들을 두루 돌아보고 더 위엄있게 ‘얼굴에 살도 붙이고, 수염도 힘 있게 붙이고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 후의 초상화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 더 해진 그림이다.


광복절 75주년을 맞이해 유대인 학살을 사죄한 독일과는 달리, 아직도 사죄는커녕 사과 한마디도 없이 전범(戰犯)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神社)를 참배하는 일본의 뻔뻔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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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사랑한 영국인의 시선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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