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말고, 쉬지 말고,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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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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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아마도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인간이 처음으로 행했던 경기가 아닐까 싶다.
1971년 1월 31일 달 표면에서 아폴로 11호 우주 비행사 앨런 셰퍼드가 6번 아이언(iron)으로 쳤던 두 개의 골프 샷이 특별한 위엄을 가지고 전 세계 골퍼들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골프 인구는 약 3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단연 미국이 2만 개 이상 골프장을 보유한 골프 최대 강국이다. 한국은 약 450개 골프장을 가지고 있으며, 골프 인구는 5백만 명 정도이다. 

뉴질랜드 역시 400여 개의 골프장을 보유한 골프 천국이다. 비용이 저렴하고 4계절 모두 푸른 잔디 위에서 골프를 칠 수 있으며 골프장이 붐비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머피는 원래 의학도였는데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실수로 비교종교학을 선택했다가, 동·서양의 종교에 몰두하게 되었다. 명상과 선(禪)에 심취한 후 심리상담사로 일했다. 

그의 유일한 저서인 <내 생애 최고의 골프(Golf in the kingdom)>은 1971년 10월 발간되어 미국에서 150만부, 전 세계적으로는 450만부가 팔렸다. 미국의 소설가 존 업다이크가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유일한 골프의 고전(古典)이다”라고 칭찬하였다.

1990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판권을 사들여 2009년 영화화되었는데 흥행에는 실패했다. 골프 교습서들은 대부분 기교에만 의존하는 현대적 기술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 책은 골프에서 진정한 중력(重力)과 신체 배분에 크게 의존하는 마인드 골프를 강조하고 있다.

골프는 야생화와 잔디의 냄새를 맡고, 시골 산야를 빠르게 가로질러 가며, 바람과 태양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친구가 치는 멋진 샷을 보고, 가끔은 자신도 그렇게 멋진 샷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엉망이 된 스윙들, 급히 서둘러야 하는 라운드, 그리고 특히 코스를 망치고 있는 전동차가 우리가 운동할 기회마저 앗아가고 있다.

그 어떤 운동도 골프만큼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는 운동은 없다. 골프는 사람을 발가벗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우리의 보디 랭귀지, 각자의 내적 감정의 형태, 가치 합리화, 자기변명, 거짓말, 속임수, 놀라운 성공 이야기들과 실패한 이야기들까지도 도대체 골프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의 감정과 상상력과 생각과 그리고 근육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골프를 잘할 수 있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과 그것들을 서로서로 적절하게 배열하며 골프 클럽과 골프공과 우리가 플레이하는 모든 땅과 우리의 파트너까지 모두 포함된다.

인생이란 매료됨의 연속이며, 세상에서 세상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경험이 쌓이는 여정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홀에서 홀로 이어지는, 모험과 모험이 계속되는, 희극과 비극이 엇갈리는 인간 드라마를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게임이다. 망각과 기억, 우리의 본연의 얼굴을 잃고 또다시 찾는 것은 위대한 신과 우리가 골프 경기 안에서 함께하는 것이다.

만약 좋은 일을 한다면 그 일에도 깨달음과 힘을 가져다줄 것이고, 온 정성을 다해 골프를 한다면 골프 코스에서 인생의 새로운 지배권을 획득할 것이다.

한 라운드의 골프는 여행과 같다. 여행은 하나의 순회(巡廻)이다. 언제나 출발한 장소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골프 역시 첫 티(Tee)로 되돌아오는 여행이다. 우리가 ‘떠남’ 신화와 함께 하는 동안 ‘도달’ 신화는 우리에게 ‘너희는 목표물인 동시에 화살이기도 하다’라고 속삭인다.

골프공이 가야 할 길이 공을 따라가는 당신의 마음의 눈에 보일 것이니 공과 당신의 몸을 조화시켜야 한다. 너무 경기에 집착하는 것은 당신의 경기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타수를 지키는 것은 이중성을 상기시키는 일종의 선문답(禪問答)이다.

만약 당신이 골프가 샷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기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 경기는 걷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요. 왜 자신의 아름다운 스윙으로 공을 치지 못합니까? 무념무상의 마음 상태로 그냥 스윙해 보세요. 처음 6홀은 중심에 기본을 둔 스윙으로 플레이하고, 다음 6홀은 중력을 느끼면서, 그리고 마지막 6홀은 타수를 내는 골프를 해 봅시다.”

골프 천국 뉴질랜드에서 ‘서두르지 말고, 쉬지 말고’ 골프를 즐겨 보세요.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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